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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소소 Apr 04. 2025

episode 5. 앞으로 맞이할 내일을 기대카지노 게임 추천

기다림 속에서 바라본 오늘, 전주

2024년 6월, 뜨거웠던 초여름으로 시간을 되돌립니다.

퇴사 이후 한 달이 지난 참입니다.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왠지 모를 불안감이 올라오는 때였어요. 그토록 기다린 것인데 날이 갈수록 초조해졌습니다. 당시 저에게 퇴사라는 결정은 무엇보다도 중대한 것이었으니까요. 무언가를 그만둬야겠다는 선택에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겠느냐는 두려움이 생겨났을 거예요.




한적한 월요일 오후. 2박 3일간의 여정을 담은 배낭 하나를 메고 전주의 땅을 밟았어요.한옥마을과 근접한 교동, 고요함과 평온함이 맴도는 거리를 이리저리 둘러봤습니다. 옛 향기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담장 아래에서 제 길을 가고 있는 고양이가 유난히 반갑습니다. 엄마 고양이와 똑같이 생긴 아기 야옹이에게 손을 흔들고 나서야 핸드폰 지도를 켰어요. 이고 온 배낭도 내려놨겠다, 가벼워진 몸으로 느긋이 걸었습니다. 사실 원래의 목적지는 제주였어요. 하지만 혼자 비행기 타기를 상상하면 입술이 마르는 긴장이 몰려왔습니다. 그러니 단계를 낮춰보자 하고, 익숙한 곳에 발을 들인 것이 이날의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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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서 지도만 보고 삥삥 돌아가는 패턴이 다분합니다. 그만큼 원하는 장소를 찾고 나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뻤어요. 길 위에서 달게 된 여행자의 신분은 계획한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를 기약하며 다시 넣어둬야 합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아쉬움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제한 시간 안에 더 많이 보고, 즐겨야 한다는 강박도 생겨나지 않았어요. 신분의 힘을 빌려 비로소 나의 속도대로 즐기는 법을 알아갔습니다.


평화가 공존하는 한적한 카페에서 구석진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제게 큰 행복입니다. 휘낭시에와 블렌딩 티를 시키고서 책을 펼치면 금세 저녁 시간이 됐어요. 이런 제게 그늘이 드리울까 사장님께서 조용히 전등을 켜주고 가셨습니다. 친절함이 묻어난 빛 속에서 오래 머물렀지요.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땐 남아있는 사람을 한눈에 훑을 수 있었어요. 저처럼 혼자 온 이들에게 눈길을 두고는 작은 마음을 내려놓고 갔습니다. 미루기만 했던 오늘의 행복을 생각하며 마지막 시선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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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 추천이 지날수록 타지에 대한 경계심이 줄어들었습니다. 좋은 여행을 하기 위해선 오래 머물며 친해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겠다고 느꼈어요. 꾸준히 보이는 기와지붕이 남아카지노 게임 추천 두려움을 식혀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새삼 놀라는 일도 많았습니다. 없던 생존력이 높아진 듯했어요. 항상 같이 온 이에게 주문을 부탁하고는 했는데 어느덧 밥을 싹싹 비워 먹고서 우렁찬 목소리로 계산해달라고 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순대국밥에 순대만 넣어달라는 주문도 거뜬하지요. 내심 뿌듯해서 살짝 미소를 지어봅니다. 저와 비슷한 사람이 있으려나요.머릿속은 온갖 난리를 치는데 걷는 걸음은 이리도 차분할 수가 없지요.

오후 7시, 모든 것들이 또렷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어요. 아직 해가 지지 않아 깊고 푸른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봤습니다. 잠시 머무는 저에게 적당한 온도를 선물해 준 이 도시가 참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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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시장 부근의 골목길은 차량과 보행자의 거리가 매우 좁아요. 경적에 뒤돌아보면 마을버스가 코앞까지 와있기도 해서 흠칫 놀라 벽 쪽으로 몸을 붙이는 일이 잦았지요. 동네에 계신 어르신분들은 이와 같은 아침이 익숙하신 듯했어요. 자전거를 타면서 오는 차를 요리조리 피하시고는 골목 가게 사장님들과 인사를 주고받으십니다. 맺힌 땀을 바삐 닦으면서도 가는 길이 멀게 느껴지지 않은 건 이런 풍경이 좋아서였을 겁니다.



천천히 걸어 동네 곳곳의 책방으로 향했어요. 나름 만들어낸 규칙이 있는데 그냥 책의 내용을 자세히 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내 맘에 들어올 책이 무엇일지 천천히 살피다 보면 그날의 느낌과 기분에 맞는 책 한 권을 얻게 됩니다. 오픈 시간까지 10분 정도를 기다린 첫 번째 책방은 <에이커북스토어입니다.


밖과 달리 시원한 내부인데도 이상한 긴장감에 열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눈에 들어온 새하얀 책 한 권을 집고 계산대로 향하니 책방이 그려진 엽서 한 장이 눈에 띄었지요. 저도 모르게 손이 가서 조심스레 여쭤봤어요.

“어.. 가져가도 되나요?”

“원래 책 사시면 같이 드리는데, 먼저 집어가셔서 당황했어요.”

아주 짧은 몇 마디에 그제야 몸의 긴장이 풀려요. 계산을 끝내고 쭈뼛쭈뼛 이동하니, 사장님께서 조심해서 내려가라는 말을 덧붙여 주십니다. 책 향기에 이끌려 잠시 발을 헛디딜 뻔했는데, 티가 난걸지도 모르겠어요.



남부시장 입구에서 조금 더 가다 보면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이 두 번째 책방인 <책방, 토닥토닥으로 갈 수 있는 특별한 통로였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올라와 본 풍경은 예상보다 훨씬 한적하고 조용합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시간대기에 대부분의 문이 닫혀 있으면서도 오랜 시간 묻어난 정은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길을 탐방하다 보니 그 끝에 노란빛을 내뿜고 있는 작은 책방이 보였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웃음을 지은 건, 책 옆에 자리한 고양이의 뒷모습이 너무 포근해서예요.

나른한 단잠을 깨운 건지 물을 먹는 고양이를 남몰래 지켜봅니다. 눈에 들어온 책은 다른 무엇도 아닌, 단순한 여행자의 책 한 권이에요. 여행지에 와서 다른 여행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제게 새로움의 연장선이 되었습니다. 150페이지 속에 기록된 한 사람의 삶은 어떤 이야기일지, 다음 코스를 가기까지도 호기심을 가득 품어봅니다.



사전에 조사하고 찾아간 맛집보다도, 예상치 못하게 발견한 식당이 더 특별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에너지가 방전된 건지 무작정 숙소 앞 바게트 가게로 들어갔어요.큼지막하게 한 입을 물고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어요. 그냥 이 자리 그대로 오래 남아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 바게트 하나로 이리 기분이 좋아질 수 있을까요. 표현이 서툴러 가기 전 사장님께 슬며시 한 마디를 건넸습니다.

“사장님, 여기가 제일 맛있었어요.”



전주에서의 마지막 날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6시만 되면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데도 몸이 끝없이 나른했어요.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통화도 똑같습니다. 그래도 약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긴 대화를 끝내고 오는 적막이 유난히 길다는 것이에요. 막을 수도, 보낼 수도 없는 적막입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적막에 손을 내밀어 보았습니다. 기지개를 켜듯 한쪽 손을 쭉 뻗어 다른 쪽 손을 잡았어요. 다시 팔을 벌려 배 위에 손을 놓고 포갰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늘 저와 함께였어요. 변함없이 쭉 내 편이었던 나와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아침이 되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며 기다려야 될 순간은 참 많은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선택의 순간도 끝없이 찾아오겠지요. 사실 선택의 폭만큼 한 사람이 갈 수 있는 길도 수없이 열려있을 거예요. 절대적이지 않은 삶의 과정에서 내가 때로 뒤처지는 듯한 날이 있다면, 앞서가는 날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선택 하나만으로 나를 판단하고 단정 짓는 건 그만두기로 했어요. 존재하는 것만으로 가치 있는 우리는 기다리고, 다시 나아가고, 때로 물러서기도 하며 지금을 충실하게 보내면 되겠지요. 그것만으로 충분할 거예요.


앞으로 맞이할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의 답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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