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장을 적기까지, 수원
3월 중순을 지나갑니다. 햇살이 비치는 날이 늘었지만, 가끔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눈을 질끈 감게 돼요. 정신없이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잠잠해질 때, 슬며시 눈을 뜹니다. 그리고 다시 한 발짝 내딛어요. 거센 바람은 마음속에도 불어옵니다. 아무 준비 없이 몰아치는 바람을 견디는 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수원이에요. 여행메이트인 언니를 만나러 갑니다. 원래라면 혼자 떠날 여행이지만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며칠간 올라오는 답답한 기분이 저를 꼭 옥죄는 것 같았어요. 생각해 보면 제가 경험하고 있던 건 상실감의 일부인 듯했습니다. 한순간에 200페이지 원고를 잃는다는 건, 마치 연인과 이별했을 때와 흡사했어요. 감정이 사그라들길 바라며 의미 없는 영상만 보고 있던 제게 이번 여행은 새출발이었습니다.
기차가 매진되어 성남까지 1시간 40분간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탄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수원에 가야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이런 점이 좋습니다. 돌아가는 길도 기꺼이 감당할 수 있게 되지요. 어렵게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수원 화성입니다. 언니는 여기만 오면 마음이 트인다고 했어요. 그리고 말했습니다.
"되게 신기카지노 게임 사이트 않아? 지금은 작아 보이지만, 이걸로 모든 적을 막아냈다는 게."
확실히 그렇습니다.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흐르기까지 누구 하나 허투루 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이곳을 걸을 수 있겠지요.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파 한 식당에 들어갔어요. 이곳은<톤톤톤 입니다. 앞에 놓인 철판에서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주문한 메뉴가 완성되기까지 모두 사장님의 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님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선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만한 떳떳함도 있어야 하니까요. 무엇을 하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건 정말 존경할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이거 어떻게 따는 거야?"
"몰라. 어떡카지노 게임 사이트?"
구석에 자리를 잡은 저희는 한참을 헤맸습니다. 겨우 음료수병 하나로요. 자매지간은 너무 달라 의아할 때도 많지만, 엉뚱한 점에서 닮아 웃음이 새어 나올 때도 있습니다. 하나같이 소심해 질문 한번을 못 한다던가, 메뉴 하나를 정할 때 몇 분간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고민하는 경우처럼요.
"저거 양이 조금 적은 것 같은데.."
"많은 거 주면 좋겠다."
"어..어! 많은 거 우리 쪽이야."
"아.. 아? 우리 거 아니야."
"아.. 그래도 2번째도 꽤 많은 거야."
"잘됐네."
이상하지만, 가끔 이럴 때 나와 피를 나눈 사람이 맞구나 싶습니다. 언젠가 가르치는 쌍둥이 학생 중 한 명이 제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서로가 세상에서 가장 친한 건 모르겠지만, 가장 소중한 건 맞답니다.
이후 15분간 걸어독립서점 <큰새로 향했습니다. 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었어요. 들어가기 전 입구에 피워져 있는 향이기분을 좋게 했지요. 책장에는 사장님께서 손수 적은 메모들이 함께 꽂혀있었습니다. 책마다 포인트가 되는 문장들을 천천히 눈에 담아봤어요. 구경하다 보니 특이한 코너도 발견했습니다. 예쁘게 포장된 책이 나열되어 있었어요.
마음이 가 그곳에서 랜덤으로 책 한 권을 골랐습니다. 마치 꼭 나에게 주는 선물 같았어요. 감추어져 있다는 건 설렘을 심어주기도 하나 봅니다. 평소라면 흥미가 가지 않는 책을 집거나, 사는 일이 없었거든요. 혹시 그런 책이 나오면 어떡하지 싶어 걱정되는 것보다, 무슨 책이 들어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사고 나오는데 문득 나는 어떤 길을 추구해 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감추어진, 드러나 있지 않은 길을 가는 것에 상당한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고를 때와는 참 달랐지요.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언제나 은연중에 튀어나왔습니다. 누군가 이미 닦아놓은 방식을 따라가면, 실패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한 날이요.
잃어버린 원고 작업을 하고 있을 무렵, 선생님께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음. 폰트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당시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다른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가장 많이 쓰는 폰트를 골랐는데.. 이상한걸까?"
이 생각이 먼저 들었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거기에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가면 다르게 보이지 않겠지, 하고 정작 '나의 것'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어요.
날이 어두워질 때쯤,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펄펄 끓는 김치찜 위로 매운 연기가 올라옵니다. 후끈한 열기와 제각각 겹치는 오디오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어요.
"야, 난 아직도 너 사춘기 때 못 잊어. 너 그때 얼마나 방황했는지 알아?"
"어.. 나 꽤 방황 많이 했었나?"
그러고 보면 방황은 쭉 잘해왔습니다.
"그러면 지금도 방황이려나?"
"지금 방황은 지극히 당연한 방황이지."
이 또한 그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아무렇지 않아집니다. 어쨌거나 지나가면 별일 없었다는 듯이 새로운 페이지를 적어 갈 테니까요. 뜨거운 국물 몇 모금으로 어설픈 미련을 걷어냅니다.
매일매일이 넘어지고 일어서는 나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살짝 넘어지니 역시 힘이 들었습니다. 이런 마음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하고 그간 쓰고 그린 것들을 되짚어보았어요. 그래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썼더군요. 저는 역시 그런 여정을 지나고 있나 봅니다. 넘어지고 일어서는 매일의 여정을 더 솔직하게 담아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오늘의 답을 적어봅니다.
돌아가는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면, 지난 문장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볼 수 있겠지요.
끊임없이 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사람이 된다면, 내가 본 세상을 더 진실되게 담아낼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그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