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시작일까?
준이의 사회성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느리다는 걸 처음 눈치챈 건 여섯 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떤 친구랑 놀아?”
무심코 던진 내 질문에 준이는 “유치원에서 같이 노는 친구는 없어”라고 대답했다.
그 당시엔 여섯 살에게도 꼭 친구가 필요할까? 사실 나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나도 일곱 살에 유치원에 다녔지만 친구들과 어울린 기억은 거의 없다. 혼자여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 초등학교에서도 친구가 많지 않다가 중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점점 친구가 늘어났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준이와 같은 반 아이의 엄마와 친해지게 되었고, 준이는 그 아이를 따라다니며 함께 놀게 되었다. 언어와 대근육 발달이 또래보다 다소 느린 준이는 그 친구와는 비교적 잘 지냈지만,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가 합류하면 종종 ‘영원한 술래’ 역할을 맡았다. 보다 못한 친구 엄마가 다른 아이를 나무라며 상황은 마무리됐지만,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7세가 되었을 무렵, 남편이 다시 서울로 발령을 받으면서 우리는 서울로 돌아왔고, 나 역시 복직하게 되어 준이는 직장 어린이집으로 기관을 옮기게 되었다. 다행히 나와 마음이 잘 맞는 엄마를 만나 아이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준이는 여전히 조금 느리긴 했지만 따라가며 배우는 모습이 보였다. (종이 접기도 한글 읽기도 느렸지만, 지금은 종이접기를 누구보다 잘하게 되어 ‘시기만 다를 뿐, 무료 카지노 게임 계속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직장어린이집 특성상 가족들끼리도 친밀해져서 몇몇 가족과는 종종 여행도 함께 갔는데, 8세가 되었을 때 다녀온 여행에서 남자아이들끼리 ‘대장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무료 카지노 게임 그 놀이가 무척 재미있었다고 했다.
“넌 무슨 역할이었어?”
“쫄쫄이병!”
“…쫄쫄이병? 그런데도 재미있었어?”
“응, 왜?”
이 대답을 들었을 때 나는 말문이 막혔다. 쫄병도 아닌 쫄쫄이병이라니.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는 그저 즐거운 놀이였겠지만, 나는 이 역할이 ‘가장 하위 계급’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불편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관계 속 존중이라는 개념을 알려줘야 할까, 아니면 아직은 그냥 놀이로 받아들여도 될까? 이런 부분까지 부모가 알려줘야 하는 걸까? 고민이 되었다.
예전에 유치원 부모 교육 시간에 들은 말이 떠올랐다.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끼리의 놀이에 너무 개입해서 오히려 사회성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끼리 놀며 부딪히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배우는 힘이 큽니다.”
그 말을 들었기에 괜히 관여했다가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눈치가 느리고, 발음이 어눌하고, 몸의 움직임도 느린 우리 무료 카지노 게임에겐 적절한 개입이 꼭 필요했던 것 같다.
7세 때, 수학 선생님께서 “준이는 수학적 사고가 좋은데 눈맞춤이 잘 안 되고 조금 산만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뒤로 8세에 종합 검사(풀배터리)를 받았고, 그 결과 ADHD, 특히 청각 영역에서의 주의력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언어치료와 사회성 훈련을 권유받았지만, 당시 학교에서는 아이가 눈에 띄게 산만하지 않았고,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치료에 꾸준히 데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몇 개월 후 가족이 영국으로 이주할 계획이 있었기에 언어치료만 시작했고 2~3개월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마침 8세 때는 ‘대장놀이’ 같은 게 없는 차분한 반에 배정되어 친구도 한두 명 생기면서 마음을 놓게 되었다. 그렇게 약간의 찜찜함과 함께, 안이한 안도 속에서 우리는 2024년 초, 영국에서의 3년 살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영국에 막 왔을 땐, 아이가 영어를 현지 아이들만큼 많이 배우지 못한 상태였기에 사회성에 집중할 여유도 없었다. 다행히 아이는 학교 생활에 큰 문제없이 적응했고, 친구도 한두 명 사귀는 듯했다.
한 명의 친구를 집에 초대했을 때는 포켓몬 카드나 닌텐도 게임을 하며 비교적 갈등 없이 시간을 보냈지만, 친구가 두 명이 오자 그 안의 역동이 보이기 시작했다. 준이는 종종 눈치 없는 행동을 했고, 새로 친해진 B라는 친구는 그런 준이를 자주 나무랐다. 결국 B는 준이의 거의 모든 행동을 성가시게 여기게 되었고, 준이 역시 B 때문에 힘들어 보였다.
물론 B도 예민한 성격이어서 준이의 둔감한 면을 쉽게 넘기지 못한 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날, 다 함께 축구 경기를 보던 중 준이가 코피를 흘리고, 코피를 자꾸 먹으려는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하자(다른 아이들이 만류했음에도), 나는 다시금 ‘아, 이 무료 카지노 게임 사회적 신호를 잘 읽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한국에서 검사받았을 때도 사회성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지금 내 무료 카지노 게임 ADHD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까?
아이는 정말로 사회성에 큰 문제가 있나? 나는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사회성 #AD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