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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Apr 15. 2025

오랜만에 제천 배론성지를 다녀오다.

2025년 4월 12일

저는 천주교에서 세례를 2002년 남편과 함께 받았고 지금까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며 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배우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답니다. 일반적으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 크리스마스를 더 많이 알고 기뻐하는데요, 사실 교회 내에서는 예수님께서 3년 공생활을 하다 돌아가시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신 부활절을 더 거룩하게 지내며 준비하고 축하하게 됩니다. 성당 자매들 중에 몇 년 전부터 마음이 잘 맞아 가끔 영화도 보고 매달 식사하는 사적 모임이 있습니다. 네 사람의 마음을 모아 우리에게 행운을 불러오도록 '네 잎 클로버'라고 모임의 이름도 붙였답니다. 성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매들이지만 더 친밀하게 지내고 싶어 따로 만나게 되었어요. 성당에서 굵직한 단체장을 맡으며 신심이 깊은 친구세실리아와 한 살 적지만 서로 마음이 잘 맞는 센스쟁이 벨라뎃다, 그리고 오랫동안 꾸르실료 봉사와 미사 전례에 큰 몫을 담당하는 아녜스가 만납니다. 성당에서 여러 단체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넷이 '장애인 활동 지원사'라는 일을 하고 있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지난달 모임에서 사순시기에 성지순례를 가보면 어떻겠냐는 아녜스의 제안에 모두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쉬는 토요일에 날을 잡았고 장소는 제천 <배론 최양업 신부님 묘소가 있는 곳으로 정했습니다. 요즘 사순판공 문제지에 최양업 신부님의 서한 필사와 문제를 풀고 있기 때문에 적합하다는 의견 일치를 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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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잎 클로버 오임


최양업 신부님은 1821년 충청남도 청양군 다락골 새터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신앙의 뿌리가 내리기 어려웠던 조선 시대에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깊은 신앙심을 보고 자랐습니다. 1836년 그는 최초의 사제인 성김대건 안드레아와 마카오로 유학을 떠나 문화적 장벽과 건강상의 어려움으로 힘겨웠지만 끝까지 인내하며 학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1849년에 사제서품을 받고 조선으로 돌아와 약 12년 동안에 7만 리를 걸으며 일일이 사람들을 돌보고 서한을 통해 사목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제입니다. 2년 전에 영화 < 길이 된 세 청년에는 한국교회 최초의 신학생(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 세 청년의 이야기이니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신학생이 되기 전부터 시작해서 마카오에서 최방제가 죽고, 김대건과 최양업은 사력을 다해 신학 공부를 해서 사제서품을 받습니다. 실제로 지리학 지식을 이용해 조선으로 들어가는 육로를 개척한 김대건 신부가 사목을 길을 다하지 못하고 죽음을 당한 이야기, 동료들을 떠나보낸 후 마침내 조선에 들어와 세 사람의 몫을 해내며 매년 7천 리의 길을 걸으며 사목을 펼치다 과로와 장티푸스로인해숨진 최양업 토마스 사제 스토리입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신앙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던 조선시대에 헌신적인 사목 활동을 통해 신자들을 돌보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던 특별한 사제였습니다.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 운동은 40여 년 전에 청주교구 장봉훈 주교님에 의해 시작이 되었습니다. 1997년에 배티성지에서 최양업신부의 전기 자료집이 간행이 되었고 시복요청서를 정추기경에게 제출했으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한국교회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각 교구에서 최양업 사제의 기도를 바치고 있는데 속히 시복시성이 이루어지길 간구하며 소망하고 있습니다.


올해 부활절(4월 20일(주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천주교회에서는 사순시기에 미사 40분 전부터 온갖 수난을 겪으신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도록 '십자가의 길'을 바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활절 전에 최양업 신부님의 묘소가 있는 제천 배론성지로 출발했습니다. 배론성지는 충북 제천 봉양읍에 있는 조선후기 천주교 성지입니다. 천주교 박해가 시작되면서 숨을 곳을 찾아 깊은 골짜기 배론으로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신자촌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 번째 신부가 된 최양업 신부의 분묘가 있으며 1866년 병인박해 순교자 남종삼의 생가가 있는 곳입니다. 배론성지는 1968년 원주교구에 소속되었으며 1970년대에 개발되어 배모양의 성당과 최근 기도학교가 세워졌습니다. 청주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기에 아주 먼 곳은 아닙니다. 가다가 가져온 간식과 커피를 마시며 바람도 쐬고 이야기도 나누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11시에 미사가 있어 십자가의 길을 하기는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최양업 신부님의 묘소로 가기 위해 가파른 길로 가니 오르막이 심해서 숨이 찼습니다. 조금씩 쉬면서 올라가 보니 노란 조끼를 입은 열 명의 자매들이 현수막을 앞에 놓고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어 주며 물어보았더니 30곳의 성지 순례지를 다녔는데 마지막에 배론을 온 거라고 했습니다. 신대방동 성당 구역에서 일 년이 넘도록 신앙의 뿌리가 있는 성지를 찾아다니며 선조들의 신앙을 본받으려는 자매들의 믿음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젊은 자매들인데 성당에서 똘똘 뭉쳐 큰 일들을 잘해 갈거라 생각이 돼서 기특했습니다. 배론성지를 마지막으로 1박 2일 피정을 할 거라면서 흥분된 모습에 찬사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내려와 대성전에 들어가니 자랑스럽게 앉아 있던 자매들 뒤로 우리 네 명도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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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론 성지 대성당

배론 성지 담당 사제의 주례로 미사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사제는 늘 성지 순례 미사의 지루함을 말씀하시면서 유쾌하게 전례를 이끌어 갔습니다. 강론 시간 말씀도 신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서 자신의 이야기도 하면서 웃음을 자아냈기도 했습니다. 오늘 이곳에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신부님도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올해 대성전에서 첫 미사를 드리는 거라면서요. 그런데 우리 본당에 파견되는 엠마우스 수녀님들께서 후원하는 분들과 함께 앞쪽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낯익은 수녀님들의 모습이 보이고 후원하는 신자들도 우리 본당의 식구들이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미사 후 악수를 나누며 반가움을 표현하고 우리는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배론성지에 식당이 있지만 미리 예약한 10분쯤 거리의 '풀향기 곤드레밥집'으로 향했습니다. 제천에서 오래 살았던 아녜스가 예약했고 그곳으로 찾아갔습니다. 10분쯤 가니 식당이 나왔고 주차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식탁이 차려지는 동안 찍은 사진을 보며 밥이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세팅이 끝나자 우리는 사진을 찍고 곤드레 나물밥을 비벼 먹었는데 맛도 이주 좋아서 반찬까지 싹쓸이를 하며 먹었답니다. 배가 고팠는지 아녜스가 감자전을 추가로 시켰는데 그것까지 다 먹었죠. 벨라뎃다는 식사 후 믹스커피는 필수로 먹어야 한다며 한 잔을 빼서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

풀향기 곤드레밥집
원주 용소막 성당

식사 후 그곳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용소막 성당에 가기로 했습니다. 용소막 성당은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성당으로 강원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성당 주위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고 울창한 송림 옆으로는 성 라우렌시오 유물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물관 안에는 여러 나라의 성경들이 전시되어 있고 평생을 이곳에서 보낸 선종환 라우렌시오 신부가 한국 성경 공동번역을 할 때 쓰던 유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붉은 벽돌로 지은 시골 성당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늘 머물고 싶은 친근한 분위기로 시선을 끌었습니다. 몇 년 전에 용소막 성당을 방문했을 때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을 수 있어 인상적이었고 우리나라 성서를 처음 도입한 라우렌시오 신부님의 박물관도 있던 곳으로 많은 분들이 찾는 곳입니다. 가보니 여러 사람들이 와서 성당을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성당 내부로 들어가 성체 조배와 기도를 드리고 나와 유물관도 가려고 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들어가 보진 못해 아쉬웠습니다. 용소막 성당에는 동굴처럼 성체 조배실이 있어 잠시 머물며 함께 올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하시고 이끌어 준 것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녜스 지인이 우리들을 위해 명인 떡집에서 떡을 사놓았다고 해서 찾으러 갔습니다. 15분 정도 달려서 가보니 유명하신 분의 떡집인가 봅니다. 수강생들이 떡을 배울 수 있는 떡집으로 깔끔하게 정리가 돼 있어서 떡을 찾았습니다. 떡은 흑임자 인절미가 얌전하게 포장되어 있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바쁜 와중에 우리를 위해 이처럼 마음을 써마리스텔라자매의 정성에 감사의 마음이 절로 났습무료 카지노 게임.

도미니코 봉쇄 수도원

그러고 나서 제천하면 '의림지'를 빼놓을 수 없어서 커피도 마실 겸 의림지로 향했습니다. 의림지 가기 전에 다육이가 많은 화원에서 먹을까 하다가 기왕에 여기까지 왔으니 의림지를 둘러보자고 해서 차로 이동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하고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차로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다시 배론 성지 입구에 있는 두메꽃 봉쇄 수도원으로 갔습니다. 수녀님들이 생활하는 장소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으면 문밖출입을 거의 하지 않는 곳입니다. 예전에 10여 년에 걸쳐서 매년 이곳에 와서 피정을 했던 곳이라서 꼭 들려보고 싶었습니다. 수녀님들이 20여분 계신데 철망을 사이로 맑은 기도소리를 꼭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시간을 잘못 알고 가서 그곳도 잠시 들려 돌아 나와야만 했습니다. 피정의 집은 이제 운영을 잠시 쉬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웠습니다. 마당가로는 쑥이 쏙쏙 올라와 뜯고 싶었지만 참았지요. 다시 커피를 마시러 배론 커피집으로 갔습니다. 성물방에 잠시 들려 더 사고 싶은 것들을 사고 있는데 미사 주례를 했던 배론 성지 신부님께서 오셔서 잠깐 말씀을 나눌 수 있었죠. 커피숍으로 이동하여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마시고 그곳을 나왔습니다. 저녁에 제가 가족과 저녁식사 약속을 미리 잡아 놓는 바람에 시간에 맞춰 가야 해서 아쉽게 제천 배론의 시간은 잘라야 합니다. 다른 세 사람이 늦게까지 야경 투어를 하자고 하는 걸 못해서 미안하긴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와야 했으니까요. 다음엔 추가 약속 없이 편안하게 와야겠습니다. 처음 네 사람이 멀리 제천 배론까지 성지순례를 다녀올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연신 하하~호호~ 웃고 떠들며 보낸 시간들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어디를 이동하기가 4명이 좋은 같아요. 한차에 타고 이야기도 나누고 웃고 떠들다 보니 언제 시간이 가버렸는지 하루가 짧게 느껴지더라고요. 앞으로 함께 할 시간들이 기대됩무료 카지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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