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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산 Feb 03. 2025

보이지 카지노 게임 행성

내 우주의 중심

Prolog - 카지노 게임을 품고 걸어가는 삶



생은 '죽음'이라는 문을 향하는 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직진하던, 구부러져 돌아가던, 그 끝에는 죽음의 문이 기다리고 있다.

죽음이 난무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더 그 문이 또렷해진다. 주변 사람의 죽음, 유명인의 죽음, 전쟁, 사고, 범죄, 참사, 자살… 살면서 스쳐 가는 죽음은 여러 얼굴을 갖고 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자살을 제외한 죽음은 선택할 수 없(자살마저도 온전히 개인의 선택만은 아니다).


종교에서는 사후 세계를 각기 다르게 얘기하지만, 공통분모가 있다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이상 세계인 '카지노 게임' 또는 '극락'이 존재한다는 희망일 것이다. 카지노 게임에 다녀오는 신비로운 체험을 했다는 사람이 쓴 책도 있고, 죽음 직전 카지노 게임과 지옥을 보고 다시 살아났다는 사람도 있다. 휘황찬란한 보석 길에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어떤 상처도 질병도 존재하지 않는 그곳. 죽어서 가는 완전한 세계에 대한 희망은 현실의 시궁창을 견딜 힘이 돼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카지노 게임에 다녀왔다는 사람들의 간증을 100% 믿지는않는다. 더불어 죽어서 간다는 카지노 게임이라는 완전한 나라가 물리적으로 어떤 형태인지가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내가 사고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세계이다. 대신 내겐 지금 경험하는 카지노 게임이 중요하다. 내가 현세계에서 카지노 게임을 누리고 있다면, 죽어서도 카지노 게임에 있는 것이 자연스러울 테니까.


무선 인터넷망으로 세상의 온갖 소식과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 정보도, 기술도 빠르게 발전한다. 스스로 생을 책임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앞서가야 한다는 독촉이 사방에서 들려온다. 살기 위해 앞서나가야 할지 몰라도, 죽음 앞에서는 멈추고 느려져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의 말에 휩쓸려 생을 뺏긴 채 죽음을 맞지 않기 위해. 언젠가 죽음의 문 앞에 섰을 때 후회도 두려움도 없이 그 문을 밀어젖히기 위해!

그래서 내 마음에 카지노 게임의 와이파이가 필요하다. 세상의 소리가 쏟아져 들어오는 와이파이를 잠시 뒤로 하고 내 우주의 중심에 '카지노 게임'이라는 행성을 놓아두려 한다. 나에게 카지노 게임은 신의 인격을 잠잠히 느끼는 시간이다. 그가 놓아둔 선물을 발견하고 그냥 지나쳐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감사와 소망으로 죽음을 향해 걷는 한 걸음이다.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문이다.


살아오면서 신과, 선물과 감사와, 소망을 발견한 이야기들을 담아보려 한다. 카지노 게임의 와이파이를 켜고 순간에 머물러 카지노 게임을 창조하는 여행이다. 과거의 지나쳐버렸던 카지노 게임도, 지금 이곳의 카지노 게임도, 다가올 카지노 게임도 심장처럼 펄떡거리며 나의 중심에서 뻗어나가기를 바란다. 그 여정을 함께 즐기고 자신의 카지노 게임을 창조해 나갈 벗이 함께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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