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푼이에 우정을 비벼 볼까요??
아주 반짝이고 소중한 순간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붙잡아 둘 방법이 없는, 그런 별똥별이 쏟아지는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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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스테인리스보울'이라는다소 우아한 표현으로 둔갑한 '양푼이.'양푼이 안을 좀 거 들여다보면.. 양푼은 뚜렷한 경계가 없다. 하지만 그곳에는 각자 N분의일의 몫이담기곤 한다. (그 N분의 일에는 사랑과우정도 담길 수 있다.)
신일중학교 예은, 시래,종희, 보민.이들 넷은 학교에서 양푼이 시리즈를 만들어 먹는다. 양푼이 빙수,양푼이 비빔밥,양푼이 케이크. 양푼에 무언가를 넣어휘젓고 맛있게 만들어 먹는 동안 그들은 조금씩 조금씩 양푼이 안에서 성장한다. 예은은연애의 완성 및 이별후 혹독한 업그레이드를 시작했고,보민은먹을 것에 관한 통과 의례 및 성찰을통해 자기 몸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종희는 평범하지 않은 아버지를미워하고 욕하고 때로는 그리워하며 성장통을 앓는다. 시래는 머리카락이 무겁다며빡빡 민머리로영화계로뛰어들 준비를 미친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 새로운 멤버가 될지도모르는 한유리까지,모두 이 양푼안에서 자기만의 한 발짝을 내디딘다.
이들의 '중학 여정'은 양푼이처럼 우정을 넘나들며 지속된다. (아니 완성을 향해 가는 중일 수도 있다.)물론 늘 손잡고 갈 수 있는 여정은 아닐지도 모른다. 인생은 조금더 살아봐야,또 사람은 조금 더 두고 봐야 알수 있다. 다만 이 친구들은 지금 현재 자기 앞의 삶과 자기 옆의 친구들에게 충실한다. 눈앞의 양푼이에 집중하며 열여섯 해를 그렇게 지나간다. 앞으로 이들 앞에 어떤 시간이 오건, 어떤 사람들이 다가오건 이들이 다목적실에서 몰래 양푼이에 우정을 비벼 먹던 그 시간만큼은 이들만의 온전한시간이자 순간이었다. 이네 친구는 그것을 기억하며 각자의 내일을 양푼에 넣고 힘차고 씩씩하게 '비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중학교 3학년. 인생의 다음 단계를 밟아야만 하는 시기.
우리 예은, 보민, 종희, 시래처럼 누군가의 양푼이 클럽도 배부르고 풍성하기를 빈다.
<기타 정보
1. 책 제목: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자음과 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2. 저자: 김지완(장편 동화 《아일랜드》로 마해송문학상 수상)
3. 쪽수: 191쪽
4. 출판사: 자음과모음
5. 읽은 시간 및 날짜: 120분(2025. 1. 19.)
6. 예상 독자: 우정 설계가 조금 어려운 사람들, 지금의 우정을 튼튼히 지켜 나가고 싶은 사람들
"열일곱 살이다."
아무래도 좋을 열일곱 살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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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아무래도 좋을 새해' 안에서,
자신만의 '양푼이 비빔밥'을 비벼 먹으며 영혼 가득 배부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