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카지노 게임 자고로 뜨거워야 한다.
그냥 적당히 따뜻하게 데워진 카지노 게임이 아닌 살짝 닿기만 해도 혀를 델 것 같은 뜨거움, 입 안에서 어느 정도 식히지 않고 그냥 삼킨다면 식도를 따라 카지노 게임이 내려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의 뜨거움이다.
카지노 게임 요리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1. 반드시 조리 후 최소 5분 안에는 먹을 수 있도록 할 것. 그러니까 음식이 완성되고 테이블로 올라오기까지 최대한 짧은 시간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저 시간이 지나면 국물은 금세 식어버리고 음식은 맛없어진다. 물론 어떤 그릇에 담겨있는지에 따라 식는 속도가 다르겠지만 끓이면서 동시에 먹는 음식이 아니라면 가급적 빨리 첫 술을 뜰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국물류의 음식을 배달이나 포장해서 먹는 날은 거의 99.9% 다시 데워먹고는 한다.
2. 가급적 뚝배기에 조리해 먹을 것. 집에서 음식을 하는 경우 국물요리는 대부분 뚝배기에 조리를 한다. 설거지가 번거롭긴 해도 뜨겁게 먹기 위해 기꺼이 귀찮음을 감수한다. 간편하게 끓여 먹는 음식인 라면조차도 그렇다.
식은 카지노 게임을 먹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보온 유지가 안 되는 그릇에 담겨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분식집 라면은 딱 네다섯 숟가락까지만 맛있다. 사정이 이러하여 카지노 게임에 찬밥을 말아먹는 것도 싫어한다. 다 식어빠진 카지노 게임에 찬밥이라니...?! 라면을 먹고 카지노 게임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반대로 내가 이해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같은 이유로 (H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 외식을 할 때는 1인분 요리를 선호한다. 냄비에 여러 명의 음식이 한꺼번에 담겨 나와 개인 접시에 덜어먹어야 하는 음식은 가급적 피한다는 얘기다. 부대찌개나 김치찌개와 같은 찌개류나 전골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음식들은 각자 개인 접시에 덜어 먹으므로 음식이 냄비에서 입으로 오기까지 단계 하나를 더 거치게 되고, 그만큼 음식을 바로 먹는 것보다 더 식은 상태로 먹게 된다.물론 덜지 않고 먹기로 서로 합의된 상태라면 상관없겠지만사회생활 중 함께 식사를 하게 되는 모든 이들과 매번 사전 협의를 거칠 수도 없고, 내 돈 내고 먹으면서 불만족스러운 식사를 하는 것도 싫으니 '각자 음식을 시켜서 각자 맛있게 먹자' 뭐 이렇게 되어버린달까. 스스럼없이 편한 사람이 아닌 한 먼저 묻기도 망설여지는데, 싫지만 거절을 못하고 나를 따라주는 사람이 있을까 봐 그렇다.
본인만 먹을 수 있는 1인분 요리를 선호하는 사람은 많고 그 이유도 다양하겠지만 나처럼 '덜어먹으면 한 단계를 더 거친 식은 음식을 먹어야 하니까'와 같은 이유로 그것을 선호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새삼 궁금하다.
누군가는 뭐라고 이렇게 신경을 쓰나 싶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국이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하던 나에게 이것은 꽤 중요한 문제다. 이제는 익숙하지만 어렸을 때는 내 전용 국그릇이 있었을 정도로 국이 없으면 밥을 잘 먹지 못했다. (국이 없으면 식사 중 물을 그렇게 마셨다. 그 습관은 지금도 여전하다.) 엄마도 내가 아파서 밥을 잘 못 먹으면 죽을 해주시기보다 밥을 물이나 보리차에 말아서 주셨던 기억이 난다. 이런 습관은 아빠를 닮은 게 틀림없다. 아빠는 일흔을 바라보는 지금도 어떤 종류든 국이 있어야 식사를 하신다.
H와 나는 많은 것이 다르지만 음식 취향만은 꽤 비슷하다. 물론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레 맞춰진 것이 클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어김없이 술 한 잔이 생각나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좋아하고(소고기는 안창살, 돼지고기는 삼겹살, 단 삼겹살은 칼집을 내거나 두툼한 것보다는 많이 두껍지 않게 썰어낸 삼겹살을 큼직하게 잘라 불판에 김치, 콩나물, 고사리 등과 함께 구워 먹는 것이 좋다), 회는 종류 관계없이 좋아하지만 느끼해서 많이 먹지는 못한다. 이외에도 많은데 역시 가장 비슷한 것은 뜨거운 상태의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 국물 요리를 먹을 때 한 명이 '역시 국물은?'하고 운을 띄우면 다른 한 명은 '뜨거워야지'라고 대답을 할 것이 분명하다.
몸에 별로 좋지도 않은 이까짓 것이 뭐라고 이렇게 진지하냐 묻는다면 크게 할 말은 없지만, 누구에게나 남들에겐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본인에게만은 절대 사소하지 않은(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지 않나. 나에겐 음식의 온도가 그렇다. 그러나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한 사람과의 식사 자리에서는 메뉴가 뭔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인지, 국물이 있는 음식이라면 뜨겁게 먹는 것이 가능한지 같은 것을 신경 쓰겠지만 그런 마음 편한 자리가 아니면 사실 음식이야 아무래도 괜찮다. 그 외의 자리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목적이 있어서 갖는 수단 같은 것에 불과하니까. 그런 자리에서는 그냥 곁들임 정도일 뿐이다. 이래서 음식의 맛도 물론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식사를 하는지가 사실은 가장 중요한 걸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