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내 인생에 책임을 지며 살아오지 않았기에
작년 어렵게 취업한 회사를 2년 만에 그만두었다. 그때는 내가 취업이 어려운 이유가 나이 먹도록 내세울 경력도 없이 면접만 가면 지긋지긋하게 떠는 무대공포증 때문인 줄만 알았다. 아니다. 내가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내 인생을 책임지면서 산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돈 걱정 없이 자랐다. 우리 집은 부자가 아니었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 부모님은 가끔 돈 문제로 다투곤 하셨지만 삼시세끼 잘 먹고 가끔 외식에 쇼핑도 하고 여행도 갈 수 있었다. 아버지의 안정적인 월급 덕분이었다. 힘든 IMF 시절조차 아빠의 월급은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왔다. 엄마는 생활력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으로 늘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떻게든 돈을 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은 자식을 앞에 두고 결코 '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난 돈에 무지했다.
똑똑했지만 돈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대학에 가지 못했던 아빠, 오빠들 뒷바라지하느라 고등학교도 못 갈 뻔했던 엄마, 그 시대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부모님은 자식 교육에 인색함이 없었다. 자식들이 원하는 건 어떻게든 해주려고 애썼다.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떼를 쓰거나 욕심이 없다고 믿었던 나조차도 생각해보면 대학 등록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얻어 쓰고 어학연수도 부모님 돈으로 다녀왔다. 다시 백수가 되었을 때도 아빠는 기죽지 말라고 생활비를 두둑이 넣어주며 모자라지 않냐고 종종 전화를 거셨다.
나는 돈이 많이 필요한 사람도 아니고 돈에 궁핍해 본 적도 없으므로 자연스럽게 돈과 멀어졌다. 돈이 애초에 관심사가 아니니 생계와 직업에 대해 절실함도 부족했다. 대신 내면세계에 관심이 많았다. 유리 멘털인 내게 항상 절실하고 궁핍한 문제는 이너피스와 정신적 안정감이었다. 경쟁도 싫고 좋은 대학 간판을 따는 일에도 관심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의고사 점수에 속상해하고 원서 작전을 세울 때 점수에 맞춰 대학에 가자고 생각했고 걱정도 없었다.
다만, 꼭 심리학과에 가겠다고 다짐한 건 전적으로 나의 결정이었다. 미래에 대한 목적의식은 그때도 없었다. 그저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다. 심리학과를 가면 취업이 어떻게 되고 갈 수 있는 분야가 뭐고 미래가 어떨지 전혀 몰랐다. 당시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했다고 믿었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책임지려는 마음이 없었으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 볼 수가 없다.
대학 시절, '스펙'이란 말이 대유행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해마다 취업시장이 얼어붙고 청년 실업난이 더 심각해진다는 뉴스가 터져 나왔다. 학과 공부는 재밌어서 그리고 해야 해서 열심히 했지만, 대외활동, 공모전, 인턴 등 스펙으로 쓸만한 활동은 거의 없었다. 스펙이란 단어가 싫었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오죽하면 취업 때문에 불안하다고 신세 한탄을 하던 친구가 나를 뚫어지게 보더니 '나도 걱정이지만 넌 진짜 더하다.'며 내 걱정을 해줬다.
3학년이 되자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찾아왔다. 인생 처음으로 적극적이고 생산적으로 살았다. 나를 바꿔보려 노력했다. 뭘 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인사'쪽이 가망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을 읽고 진로 관련한 강의를 듣고 강사님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고 인사 관련 연합 동아리에 적극적으로 가입했다. 아는 것도 없고 말재주도 없는데 신기하게도 기회가 열렸다. 열정은 얼마 못 갔다. 관련 지식이 없어 남들보다 배로 노력해 과제를 하는 건 견딜 만한데 내면의 유약함이 나를 괴롭혔다. 확신이 없던 내 모습은 열정과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꾸만 비교되고 작아졌다. 복수전공을 한다는 핑계로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었다.
첫 회사는 운 좋게 붙었다. 학과실로 구인 광고가 들어왔고 마침 조교님과 친분이 있어 원서를 냈다. 2:1 면접에서 경제학을 복수 전공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이유로 취업이 되었다. 정작 경제는 심리학과 가장 거리가 멀어 발동한 학문적 호기심과 팀플이 없다는 장점때문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한 전공이었다. 어차피 직업에 대한 방향성도 목적도 없으니 그 회사를 다니기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했다.
첫 회사를 그만두고 장기 여행을 떠났다. 회사를 그만둔다는 의미도 여행을 가며 생기는 공백감에 대한 책임이 뭔 지도 모르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했다. 그때는 후회하지 않으면 책임지는 거라고 믿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도 있었다. 플랜 B는커녕 대략적인 방향조차 없었다.(어쩐지 여행에서 돌아오기 싫었다)
매번 비슷했다. 현실적으로 사는 게 싫었다. 무언가를 쟁취하는 것도 싫었다. 불안정함을 핑계로 현실이 무서우면 내 안의 세계로만 파고들었다. 계획이나 목적 없이 그때그때 되는대로 성실하고 간헐적으로 열심히 살았다.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뭔 지 몰랐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따른 결과만 받아들이면 되는 건 줄 알았다.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결과뿐 아니라 과거의 기억을 흘려보내고 문제를 해결하고 더 좋은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인 책임감을 동반해야 했다.
책임감이 결여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인생은 계속 꼬였고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돈에 쫓겨 끔찍했던 두 번째 직장 생활을 하게 된다. 일은 힘들 게 없었지만 시스템이 문제였고 사람이 문제였다. 아니 그곳은 회사라기보다는 가족 사업체에 가까웠고 나는 직원이기보다는 고용된 머슴 같았다. 그들의 노후대비를 위한 법인이었고 나의 월급은 어쩔 수없이 지불하는 아까운 고정비에 불과했다. 두 번째 직장을 그만두면서 결심했다. 이젠 나도 회사를 고르리라. 나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리라. 굶어 죽더라도 후회는 않겠다란 생각으로 그곳을 떠났다.
핑계를 되었다. 자신의 진로나 취향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민한 시간은 거의 없지 않냐며.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면서 좋아하는 게 뭐고 원하는 게 뭔 지 찾아보자고 합리화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기회를 더 많이 주고 경험을 많이 하자 결심온라인 카지노 게임.
처음에는 결혼 준비와 이사, 독립출판물에 도전하며 하루를 알차게 사용했다. 재미도 있고 몰입감도 느끼고 내면도 점점 안정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시 곧 모든 것에 흥미를 잃었고 무기력해졌다.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인생이 방향도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 하루는 시간의 소진이었고, 영상물 보는 데 탐닉하며 현실의 괴로움을 잊었다. 이번에도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책임감이라고는 없었다.
이렇게 계속 살면 안 될 것 같아서 남편이 권유해준 국비 과정 디지털 마케팅 강좌를 신청온라인 카지노 게임. 취업에 대한 절실함도 없었고 마케팅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도 아니었다. 가벼운 '알아보자', 아님 말고 식의 접근이었다. 사진도 없이 15분 만에 적어 낸 성의 없는 신청서를 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면접에 갔다가 잔뜩 긴장해버렸다. 지원자는 생각보다 훨씬 많았고 체계적인 면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소개조차 준비하지 않았지만 똑 부러지고 명확한 대답을 거침없이 하는 옆 자리 지원자와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면접관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절실하지도 않은 주제에 어필을 해버렸다. 마치 당장 취업을 원하는 사람처럼.
겨우 수업 3일 차지만 단 번에 깨달았다. 여기서 또 책임감 없이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은 나 하나뿐이라는 걸.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도 괜찮았고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도 참을만했다. 그러나 마음이 괴롭고 잠이 오질 않았다. 도망가야 하나 10분에 한 번씩 고민을 했다. 잘하고 싶고 부담감이 있고 욕심이 많아 괴로운 게 아니었다. 이 수업은 마케팅이 뭔 지 배우는 수업이 아니었다. 취업/창업을 하려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한 사람들을 디지털 마케팅이란 도구로 훈련시키고자 하는 수업이었다. 이론보다는 실습, 지식보다는 '나'로 향하는 질문이 위주였다. 구체적으로 뭘 하고 싶은 지, 목표와 목적이 뭔지, 비전이 뭔지, 계획이 뭔지, 전략이 뭔지. 경쟁력이 뭔지. 하나같이 대답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질문이었다. 도망치고 주저앉아 울고 싶어 졌다.
내면이 단단해지면 모든 게 해결되리라 믿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나약하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죄책감이나 자기 비하란 인생 전반에 걸쳐 문제를 일으키는 골치 아프고 심각한 문제인 건 맞다. 평생에 걸쳐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튼튼한 내면을 갖도록 노력하는 건 모두의 과업이다. 그러나 내면의 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현실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알면서도 모른 척 해왔다. 현실의 문제는 오롯이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행동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음을.내 인생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었다.
고민과 괴로움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과거의 기록과 마주쳤는데 분명 많이 변하고 많은 부분 나아졌지만 현실을 책임지는 측면에서는 조금도 나아진 게 없었다. 그제야 아무것도 책임지며 살지 않았고 그래서 제대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지 않았고 그 모든 후폭풍을 맞고 있음을 깨달았다. 두려웠다. 불안하고 무서웠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며 수도꼭지를 열어버린 듯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펑펑 울며 깨달았다. 나 지금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없어서 울고 있구나. 뒷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울고 있구나.이제껏 천재는 아니지만 내가 꽤 똑똑하다고 믿었고 남들보다 빨리 배울 수 있고 중요한 무엇이 생기면 잘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나는 내가 적당히 잘난 인간인 줄 알았다. 나는 엉터리고 바보였고 겁쟁이였다. 목적도 목표도 없이 되는 대로 근시안적으로 대충 사는 게 익숙해진 인간이라 스스로 인생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고 책임지며 주체적으로 살 능력이 결여되었는데도 책임 회피나 하고 있구나. 그걸 알게 돼서 지금 이렇게 눈물이 쏟아지는 거다.
울고만 있을 수 없었다. 운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동안 친구의 품에 애인의 품에 가족의 품에 안겨 수 없이 울어봤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뭔 지 몰랐다 해도 모두 다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고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후회하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다. 오히려 나는 감사해야 했다. 이렇게 안일하고 철 없이 내면세계 속에서만 빠져 살 수 있었던 토대를 만들어 준 부모님과 주변 사람 그리고 남편에게.
이제부터는 과거에 했던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주체적으로 '진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해야 했다. 그만 울고 씩씩하게 일어나 자기 객관화를 하고 나의 단점과 상황을 인정하고 잘할 수 있는 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 행동해야 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가지는 의미와 내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행동하는 목적을 기억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늦었더라도 더 나은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내 가치와 능력은 가만히 있는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그렇다고억울해하거나 절망할 필요도 없다. 담담히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지금부터라도 마음 단단히 먹고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야 했다.
현실이 막막해 내면이나 이상으로 도망치는 정신 승리도 그만두고 가진 것에 지금보다 더 많이 감사하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한다는 건 현실적인 삶을 방치해도 좋다고 그저 내버려 두는 일이 아니다. 현실에서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체념하지 않고 인생을 독립적으로 꾸려가며 내면이 안정될 수 있도록 스스로 계속 믿어주고 적극적으로 책임지며 나만의 일상을 살아내는 것이다.
P.S. 나는 아직 스무 살의 나에게 편지를 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에 33살 오늘의 나에게 마지막편지를 적는다. 좀 더 인생에 책임질 줄 아는 내가 되면 과거의 나에게 못 다한 나머지 편지를 좀 더 멋지게 적을 수 있을 거다.
p.s.2
3년만에 읽는 글인데 너는 나와 다른 존재같아. 귀여운 녀석 머리터지게 고민하는 것도 괴로워하고 우는 것도 좋아. 그게 모두 다 필요해서 그런거니까. 3년후 지금의 나는 너의 글에 수정하고 싶은 게 아주 많은 사람이 되었어. 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한 번도 틀리지 않았어. 넌 바보같고 무책임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한 적이 놀랍게도 없었어. 모두 너의 진심이었으니까. 오늘의 나는 행복하고 충만해. 눈을 뜨고 확신을 갖거 걷고 있어. 넌 여기까지 도착했어. 그때의 눈으로날 본다면 에게- 별로 달라진 것도 딱히 해결된 게 없다고 느낄지도 몰라. 그러나 네가 여기 들어와서 나를 느끼면 네가 찾던 많은 질문에 답이 될거야. 너에겐 능력이 있지만, 사실 능력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네가 울었던 건 너를 찾기 위해서야. 사랑한단다. 오늘도 아주 많이. -2023.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