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을 빠져나가려면
소년은 오랫동안 혼자 간직했던 큰 꿈을 펼치기로 한다. 현실에 막혀 조용히 꾸던 꿈을 눈앞에 펼치기로 한다. 날아보기로 한다. 굳은 결의로 운동화 끈을 질끈 묶었다. 희망과 용기가 넘친다. 왠지 잘될 것만 같다. 생동감이 넘치고 설렌다.
세상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소년은 몰랐다. 큰 꿈을 꿀 땐 그 꿈에 해당하는 만큼 커다란 장벽이 가로막힌다는 걸. 꿈이 클수록 시험은 혹독하다. 평소 믿었던 것, 추구하던 가치로부터 뒤통수를 세게 맞아야 한다. 떠나오기 전 소년에게 고향의 땅은 곡물을 수확하고 풍족한 재물을 안기는 어머니였다.
그러나 숲에는 늪이 있었다. 질퍽거리는 땅이 소년의 발을 묶는다. 소년의 운동화는 흙으로 뒤덮였다. 소년은 늪에 빠졌다. 허우적거린다. 숨이 막히고 죽을 것만 같다.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대 위기다. 고향에선 겪어보지 못한 생존의 기로에 있다. 소년은 늪에 갇혀 이대로 죽어버릴 것인가.
늪이 말한다.
'고향에서 만족하며 살았다면 이런 꼴을 겪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어리석은 풋내기야.'
질퍽거리는 땅이 있다는 걸 소년은 몰랐다. 땅이 자신을 먹이는 생명의 토대가 아니라 자신을 묶어버리는 제약과 덫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진흙탕이 있다는 걸 소년은 떠나기 전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늪의 말대로 소년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을 것인가?
진흙탕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칠수록 엉망이 될 뿐이야. 가만히 손 놓고 있으면 늪에 빠져 죽어버리지.
그럴 땐 오히려 비가 필요해. 더 많은 물이 필요해. 진흙을 씻어버릴 시원한 물줄기가 주르륵 쏟아져야 해. 진흙을 다 씻어낼 만큼 충분히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해.
지금은 겨울이야. 물은 모두 얼었고, 비는 눈이 되어 더 질퍽거린 땅을 만들고 있지. 알아. 혹독하고 힘들 거란 걸. 차가운 냉기가 진흙을 얼려버렸지. 여기서 해가 떠봤자 어차피 진흙이야. 지금은 움직일 수 없어. 갇혀버린 걸 알아.
그러나 거의 다 왔어. 소년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계절이 움직여. 봄은 오고 있어. 겨울이 끝나면 봄은 와. 초록 봄은 와.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봄비가 내리면 초록 봄이 올 거야.
진흙에 벗어나서 물로 몸을 씻고 씩씩하게 숲을 걸어 통과하면 따스한 햇살이 비칠 거야. 그리고 나면 바다를 만날 거야. 그리고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 있을 거야. 초목은 더 이상 새싹이 아니라 아름드리나무가 되었을 거야. 소년은 그때 이미 자신이 꿈꾸던 사람이 되었음을 알고 있을 거야.
포기하지 마. 마지막 고비야. 지금 죽을 만큼 힘들다는 건 거의 다 왔다는 의미야. 막바지에 이르렀고 한계까지 다다랐다는 말이야.
계속 꿈을 꿔. 멋진 꿈을 꿔. 원래 네가 꾸던 그 꿈을 결코 포기하지 마. 잘하고 있어. 꿈을 꿔서 진흙에 갇힌 게 아니야. 그 꿈을 키우기 위해서는 원래 더 많은 토양이 필요해. 길을 걷다 보면 물이 부족할 수가 있고 나무가 자라려면 햇빛도 물도 토양도 필요해. 우린 그 균형을 맞추고 있을 뿐이야.
지금은 진흙에 빠져버렸을 뿐이야. 무료 카지노 게임 오면 가혹하게 느껴지던 얼음이 녹고 물이 될 거야.
힘들면 기대서 울어. 아프면 힘껏 아파해. 비를 맞는다는 건 그런 거야. 비가 진흙은 씻어나가도록 비에 몸을 맡겨. 비를 직접 맞아야 흙이 씻겨.
감정이 나약한 거라고, 먹고사는 데 도움 안 되는 거라고 속삭이는 두려운 자들의 목소리는 잊어. 그들은 비를 맞아본 적 없는 거야. 우리에겐 물이 필요해. 처음엔 차갑고 불안할 수 있지만 온몸을 물에 맡기면 편안하고 가벼워질 거야. 물을 마시고 물에 적실 용기가 필요해. 천천히 조금씩 흙을 씻겨나가자.
슬퍼하는 법을 배우자. 슬픔으로 진흙을 씻어내는 법을 배우자. 그렇다면 다음 진흙도 두렵지 않아. 다음 비도 두렵지 않아. 비도 흙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너의 꿈은 언제나 옳아. 너의 새싹은 언제나 자라. 진흙에 갇혀도 슬퍼도 곧 죽을 것만 같아도 호흡하고 생각해. 우리가 살 길은 계속 꿈을 꾸는 거야.
계속 새싹이 자라도록 초목이 자라도록 물을 주는 거야.
숲이 지나면 바다가 기다리고 있어.
p.s. 당신이 행복해지길 언제나 마음 깊이 기도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