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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벼리 Apr 02. 2025

올빼미족 워킹맘은 카지노 쿠폰 괴롭다

잠, 필요할 땐 안 오고 , 가야 할 땐 안 가는 너.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였나. 우리는 원터치 텐트를 하나 장만했다. 그리고 볕이 좋은 봄날에 교외로 나갔다. 남편은 금방 뚝딱하고 작은 텐트를 치고, 그 앞에 너른 돗자리를 깔아냈다. 우리는 만개한 봄꽃을 둘러보고, 샌드위치와 커피, 팩우유를 냠냠 나눠 먹었다(마트에서 사 왔다). 나른한 오후, 돗자리에 누워 자울자울 졸고 있으니, 남편이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텐트 안에서 편하게 자."


못 이기는 척, 텐트 안에 들어가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적당한 빛과 적당한 온도, 소음도 적당히 차단되어서 쿨쿨 잘도 잤다. 자고 일어나니 아이가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뚝딱 그림을 하나 그려놓았다. 초록초록한 풀밭 위에 알록달록 꽃이 피어 있고, 한쪽 모서리에는 귀여운 갈색 텐트와 사람 두 명이 그려져 있었다.


"우와, 정말 잘 그렸다. 이건 우리 텐트야? 이 사람들은 누구야?"

"아빠랑 나야."

"엥? 엄마는 왜 안 그려줬어?"

"으응, 엄마는 텐트 안에서 자고 있지!"


아, 그렇구나. 약간 당황해서 대답할 말을 못 찾는 나를 두고 남편은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아이 눈에 빤히 보이는 것처럼, 나는 프로 낮잠러.


그리고 그보다 더욱 뛰어난 프로 늦잠러.


나는 경미한 불면증이 있어서 밤에 잠자리에 누워도 잠들기까지 30분 이상 뒤척이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깨는 편이다. 한 번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도 어렵다. 해가 떠도 떨쳐내기가 힘들고, 한낮에는 솔솔 잘도 오는 잠이 왜 그렇게 밤에는 어렵기만 한지 모르겠다.


당연하게도 카지노 쿠폰형 인간은 고사하고, 빼도 박도 못하게 완벽한 올빼미족이다. 지금도 새벽까지 일할 때가 종종 있고, 학교 다닐 때는 밤새 만화책과 미드에 빠져 방구석에서 다음날 일출을 보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불면증이 먼저였는지, 내 방만한 야간행보가 먼저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이런 이유로 카지노 쿠폰에는 당연히 잘 일어나지 못한다.


아마 나는 깊이 잠들어 있을 때, 분명 엄청 행복해할 것이다. 잠든 상태에서의 감정이라니, 이상한 표현 같지만, 나는 알 것 같다. 카지노 쿠폰마다 떨쳐내야 할 잠 한 톨이 이토록 아쉽고 서운한데, 깊은 잠 속에서 얼마나 행복할지는 뻔한 것 아니겠나.


요즘은 카지노 쿠폰이 정말 전쟁이다. 수십 년간 벌떡 일어나지 못한 카지노 쿠폰들이 쌓여 오늘의 내가 되었건만, 하루카지노 쿠폰에 갑자기 카지노 쿠폰형 인간으로 거듭날 수는 없는 일이다.


남편은 직장이 멀어 새벽부터 집을 나서고, 우리 회사는 출근시간이 다소 이른 편이다. 그래서 카지노 쿠폰 일과는 (어디까지나 내 기준으로) 꽤나 타이트하다. 남편이 출근하며 깨워주면, 잘 다녀오라 인사하고, 씻으러 간다. 대충 머리를 말린 채 부엌으로 향한다(가끔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수건으로 돌돌 만 상태이다). 카지노 쿠폰밥을 차려내고 나면, 아이를 깨워야 한다. 아이는 침대에서 눈을 껌벅껌벅이며 잠이 깨는 동안 내가 옆에 머물러주면 세상 행복한 얼굴이 된다. 그래서 2~3분간 아이의 얼굴과 손을 쓸어주며 기다려주는 시간은 꼭 지켜주고 있다. 부스스한 아이가 카지노 쿠폰을 먹는 동안, 점심 간식을 준비해서 학교에 가져갈 물통과 함께 식탁에 내어준다. 그리고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선크림을 바르고 눈썹을 슥슥 그린다. 빗과 고무줄을 들고 아이에게 다가가 싹싹 머리를 만져주고 나면, 외투를 집어 들고 그대로 현관으로 향하며 외친다.


"엄마 다녀올게. 이 닦고, 옷 입고, 늦지 않게 나가!"


뭐 하나 틈이 없는 일정이라, 카지노 쿠폰에 침대 속에서 5분, 10분 뭉그적거리면, 정확히 그와 정비례하여 아이의 카지노 쿠폰밥상이 초라해진다. 처음에는 따뜻하게 구워낸 크로와상과 에그 스크램블, 참치마요김밥, 햄치즈 샌드위치 등등 화려하게 힘줬던 카지노 쿠폰밥상이 조금씩 조금씩 소박해지더니, 오늘은 급기야 콘프로스트에 우유, 파인애플 몇 조각(그러니까 깎거나 씻어 손질해야 하는 다른 과채류는 아예 불가능했다는 이야기다)으로 더 이상 간소해질 수 없을 만큼 간소해져 버렸다.


아이는 카지노 쿠폰밥을 먹다가 환호에 차서 외쳤다.


"엄마, 오늘은 전부 달콤해!"

"그래? 별이 맘에 든다니,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마음속으로 나 자신에게 중얼거린다. 진짜, 인간아... 그리고 잠아, 제발 오늘은 일찍 오고 일찍 좀 가주렴.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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