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토리콜렉터 Dec 16. 2024

배신과 날카로운 복수

사건의 시작

그들은 우연처럼 보였던 필연의 자리에서 만났다. 학생들이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엉킨 공간에, 교수님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조별과제는 두 명씩입니다. 나눠드린 주제에 맞춰 조를 구성하고, 과제로 발표를 대신합니다. 기한까지 서버에 올려두세요.”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고, 혼자 수업을 듣는 영주는 쭈뼛거리며 누군가 말을 걸어주기 기다려야 하는지, 말을 걸어야 하는지 잠시 혼란에 빠졌다. 그 순간, 낯설지만 익숙한 얼굴이 다가왔다. 단발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희진이었다. 같은 과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지만, 따로 말을 섞어본 적은 없었다. 당황스런 영주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며, 희진은 생긋 웃었다.

“같이 할래?”


영주는 그 미소가 이상하리만치 따뜻하다고 느꼈다. 심장박동이 묘하게 빨라졌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얼굴이 살짝 발개진 영주는 속삭이듯 좋다고 대답했다.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 받고, 카톡으로 몇 번의 메세지를 주고 받았다. 처음엔 과제를 위해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내용이었고, 점점 친밀해진 둘은 각자의 속사정을 털어놓는 것을 넘어, 시시콜콜한 하루 일과를 주고 받았다. 셀 수 없는 말풍선이 둘 사이에 켜켜이 쌓여나갔다.


영주는 의외로 유머러스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농담을 던질때마다 희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영주는 희진이 조금만 진지한 표정을 지어도 “너 진짜 생각 많아 보인다~”라며 장난스럽게 놀리곤 했다. 그렇게 둘은 당연하게 가까워져 갔다.

.

.

.

과제 준비로 늦게까지 남아 있던 어느 날이었다.


“왜 자꾸 혼자 다 하려고 해? 같이 하면 되잖아.”

강의실 불빛 아래, 희진이 말했다. 영주는 희진의 시선을 오롯이 받아내며, 희진의 걱정스런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순간, 영주는 깨달았다. 희진이 처음 말을 걸었을 때, 자신의 심장박동이 묘하게 빨라졌던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그럼, 이 자료 좀 찾아줘.”

평소와 희진을 다름없이 대하려고 애쓴 노력이 무색하게도, 희진은 덥썩 영주의 팔짱을 끼며 웃었다.


“그래! 맥날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 먹고 해도 돼?!”

창밖의 하늘은 파랬고, 영주의 얼굴은 태양처럼 붉었다. 겨우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

.

.

그날 이후, 영주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추워진 날씨에 한달 내내 뜬 목도리를 선물하기도 했고, 직접 만든 도시락을 가지고 피크닉을 가기도 했다. 희진은 영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늘 배시시 웃기만 했다.


수업이 끝나면 영주는 종종 희진을 자신의 자취방으로 초대해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평소와 다름없던 하루, 희진이 불쑥 영주에게 물었다.

“넌 연애해봤어?”


“아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 당황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희진은 놀래며 물었다.

“한 번도? 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그냥, 딱히 좋아했던 사람이 없었어.”


희진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했던~? 그럼 지금은 있다는거네? 누군데, 누군데~ 말해줘! 왜 여태 숨겼어?”


순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너는?”


희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웃었다.

“나도 비슷해. 근데…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어. 그냥 그 사람이 나한테 적극적으로 다가와줬으면 하는?”


영주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커졌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저 웃으며 자기도 그러길 바란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

.

.

그 밤 이후로, 희진의 말은 영주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자신은 여태 희진같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숭고한 기다림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첫사랑의 시작은 설렘과 불안이 뒤섞인, 그러니까 처음 주량을 모르고 마신 술 자리의 다음 날처럼 어지러웠다.


그리고 또 다른 늦은 밤, 둘은 캠퍼스 벤치에 앉아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희진은 얇은 코트를 걸친 채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장난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추워?”

영주가 물었다.


“조금, 근데 괜찮아. 추울 땐 공기가 상쾌해서 좋아.”

희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 순간, 영주는 손을 내밀었다. 희진의 손을 말없이 잡았다. 희진은 잠시 놀란 듯했지만, 이내 영주의 손을 꼭 잡으며 배시시 웃었다. 그 순간, 영주는 말하지 않아도 희진의 마음을 느꼈다. 그렇게 영주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