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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희 Mar 24. 2025

⟨트루데 카지노 가입 쿠폰과 그 저본

소녀는 왜 죽어야 했나?


그림 형제의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은 대다수 한국과 외국의 어린이가 유년기에 처음 접하는 책이다. 서양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다. 그림형제 메르헨이 아이들의 사고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지만, 그들의 모든 이야기가 다 훌륭한 것은 아니다.200여 편의 그림 형제 메르헨 가운데는 구전 설화의 환상성과 진취성을 담은 좋은 이야기도 많지만, 기독교적인 가치관과 독일 시민 계급의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부모가 아이에게 들려줄 때는, 아무리 그림 형제가 쓴 것일지라도, 이야기의 됨됨이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트루데 카지노 가입 쿠폰은 아동문학으로 간주할 때 좋게 평가하기 어려운 이야기이다.어른이 아이를 길들이기 위해서 만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트루데 부인⟩은 호기심 많고 어른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아이의 비참한 최후를 보여준다. 서술자는 첫머리에서 아주 권위주의적인 목소리로 주인공 소녀의 고집, 거만함, 불복종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리고 소녀의 입을 통해 그녀가 ‘이상하고 특이한 것들’에 대한 경박한 호기심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옛날에 어떤 작은 소녀가 있었다. 그 아이는 고집이 세고 건방져서, 부모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든 순종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가 잘 될 리가 있나? 어느 날, 소녀는 부모에게 말했다.

”트루데 카지노 가입 쿠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녀 집엘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말하길, 거기엔 아주 이상하고 특이한 것들이 많대요. 그래서, 정말 궁금해 죽겠어요.”

부모님은 가지 말라고 엄하게 꾸짖었다.

“트루데 카지노 가입 쿠폰은 사악한 여자야. 불경스럽기 짝이 없지. 만약 네가 거기에 간다면, 넌 더 이상 우리 아이가 아니다.”

하지만, 소녀는 부모님의 말씀은 아랑곳하지 않고, 트루데 부인에게 갔다. 그녀의 집에 갔더니, 트루데 부인이 물었다. "왜 그렇게 하얗게 질려 있니?”

"아, " 소녀는 온몸을 떨면서 대답했다.

“너무도 무서운 것을 보았어요.”

"무엇을 보았길래?”

“계단에서 검은 남자를 보았어요."

"그는 숯쟁이란다.”

"초록색 남자도 보았어요."

"그는 사냥꾼이란다.”

"피처럼 붉은 남자도 보았어요."

“그는 백정이란다.”

"아, 트루데 카지노 가입 쿠폰, 무서워요. 창문 너머로 보니깐, 당신은 보이지 않고, 불타는 머리를 한 악마만 보였어요."

"오호, 그럼 너는 마녀의 참모습을 보았구나. 나는 오랫동안 너를 기다려왔고 원했단다. 이제 나에게 빛을 다오.”

그러고는 트루데 부인은 소녀를 나무토막으로 변하게 해서 불 속에 던졌다. 나무가 완전히 타오르자, 그녀는 옆에 앉아 그 불에 몸을 녹이며 말했다. “빛이 참으로 밝구나!”


뛰어난 이야기꾼이나 작가는 첫머리부터 인물의 성격이나 서사의 흐름을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독자나 청중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패를 처음부터 다 보여주면, 독자를 위한 상상의 여백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림 형제는 첫머리에서 “그 아이는 고집이 세고 건방져서, 부모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든 순종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가 잘 될 리가 있나? “라고 자기 생각을 또렷이 밝힌다. 그림형제가 이렇게 권위주의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독자는 인물과 사건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기 쉽지 않다.


⟪트루데 부인⟫의 저본이 된 설화의 도입부가 궁금해서 그림형제가 쓴 주석을 살펴보았다.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의 말미에 첨부한 방대한 주석을 살펴보면, 그림 형제가 놀라운 성실성과 염결성을 지닌 학자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그림 형제는 주석에서 ⟪트루데 부인⟫의 저본으로 삼은 텍스트가 ⟪1823년판 여성용 포켓북⟫¹에 수록되어 있는 마이어 테디가 쓴 시라고 밝혔다. 그 시는 독일에서 유아를 양육할 때 들려주는 암멘메르헨(Ammenmärchen, 유모의 옛이야기)이다.


마이어 테디(Meier Teddy)의 시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을 수 있어서 클로드 AI를 활용해 번역을 해보았다.(한국어 번역문 링크) 테디의 시는 그림 형제의 ⟪트루데 부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마이어 테디가 쓴 ⟨꼬마 사촌과 트루데 부인⟩은 소녀와 트루데 부인의 대화로만 사건이 펼쳐져서, 독자는 인물의 성격과 사건의 흐름을 자기 나름대로 파악해야 한다.


마이어 테디 본에서는 권위적이고 전지적인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녀가 고집세고 건방지다는 것, 무조건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성격이어서 잘 될 리가 없다는 것, 트루데 부인 집에 ‘이상하고 특이한 것이 많아서’ 소녀가 가보고 싶어 한다는 것 따위의 표현이 들어 있지 않다. 테디 본에서 소녀는 트루데 부인에게 “어머니가 저를 꾸짖고, 아버지가 저를 때렸어요”라고 하소연한다. 소녀가 트루데 부인에게 관심을 지니게 된 데에는 부모의 저주와 학대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 형제 본이 비극의 원인을 소녀의 성격적인 결함 (고집, 거만함, 불순종) 탓으로 돌린 것과는 다르게, 테디 본은 소녀가 죽음에 이른 원인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소녀의 경솔한 호기심과 단순성, 부모의 저주와 학대, 부모 자식 간의 의사소통의 부재, 위기의식의 결핍 따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소녀가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트루데 부인⟩을 같은 유형에 속하는구전설화 본인 ⟨대모가 된 악마의 아내⟩와 비교해보면, 같은 유형에 속하는 이야기일지라도, 각편에 따라서 내용이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림 형제 본과 구전설화 본에 담겨 있는 부모와 자식 간의 문제와 비극의 본질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상세하게 쓰기로 하겠다.




이 글에서 소개한 ⟨트루데 부인⟩은 영어 본, 독일어 AI 번역본, 한국어 본을 두루 참조해서 내가 번역한 것임. 내가 참조한 한국어 완역본은 ⟪그림 형제 민담집⟫(김경연 옮김, 현암사, 2012)과 ⟪그림 동화: 아이들과 가정의 동화⟫(전영애 옮김, 민음사, 2023).


¹ 마이어 테디의 시가 수록된 원본⟪1823년판 여성용 포켓북⟫을 보려면 다음 링크를 클릭하기 바람.Frauentaschenbuch für das Jahr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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