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첫날부터 실내화 가방 잃어버리고 온 너에게
왜,이제 개학해서 엄마가 좀 편해지는 거 같으니 서프라이즈라도 해주고 싶었니. 어깨에는 가방, 한 손에는 실내화 가방. 그게 아직도 그렇게 연결이 안 되니. 4년 차쯤 됐으면 하굣길 손이 허전하다는 걸 눈치챌만도 하지 않니. 친구한테 마술이 그렇게 보여주고 싶었니. 네 머릿속 가득한 판타지 시연 욕구를 왜 모르겠니. 그런데 누누이 말했잖아. 판타지 끝나면 둥둥 떠다니는 발 땅에 붙이고 현실 본체로 돌아와야 한다고. 몇 번을 더 말할까. 그래 놓고 친구 탓을 하면 어쩌자는 거야. 마술쇼 하느라 거추장스러워 들어 달라고 맡겼다며. 관람값으로 가방 들어줬으면 된 거지 뭘 더 바라니. 그 가방 주인은 너잖아. 그럼 잃어버린 건 네 책임 아닐까. 물론 맡기고 까맣게 잊은 놈이나 무거울 텐데 실내화 가방 두 개 들고 간 놈이나 오십보백보이기는한데난 네 놈 엄마니까 너를 단속할 뿐이고 두 개 들고 간 녀석은 담당자가 따로 계시지 않겠니. 엄마가 백번 양보해서 마술쇼 하느라 정신 팔린 거 까지는 이해한다 칠게. 집에 와서 가방정리하면서 허전하지도않든. 어제 4교시 끝나고 일찌감치 집에 왔으면서 오늘 아침까지 실내화 가방 유무를 몰랐다니 너무 하지 않니. 방학 내 가속 노화시킨 것도 모자라 이렇게 아침부터 뒷목 잡게 해야겠니. 엄마 음역대가 또 궁금해진 거야. 이렇게 아침부터 소프라노인지 알토인지 확인해야 했니. (중문이 닫혀 있던 걸 감사하자.)아침부터 밤의 카지노 가입 쿠폰 아리아 들으니 좋았니. 엄마는 밀려오는 자괴감에회개하는 글을 써보려는데 흑화 한카지노 가입 쿠폰님 숨결이 쉬이 가시질 않는구나. 그래도 노력 중이니 너도 오늘은 정신을좀 붙들어
매보렴.
오페라 <마술피리 밤의 카지노 가입 쿠폰 아리아 -조수미-
그나저나 그 마술쇼 반응이 엄청 뜨거웠나 봐. 둘 다 실내화 가방은 안중에도 없었던 걸 보면. 뭐 하나라도 잘 된 거니 그래도 다행이네. 그럼 새로 산 실내화 가방 새 학년 개학기념마술쇼 제작비라 퉁치면 되는 거니. 미안하다, 아들아. 카지노 가입 쿠폰는 아직 공력이 부족해 퉁쳐지지가 않는구나.1학년 때야 수시로 분실물 찾아 삼만리 했지만 3년 정도면 해결되리라 생각해서 작년 늦가을 학교에 실내화가방가져다주며 그게 마지막이될 거라 생각했거든. 이제야 알겠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삶은 계속되는 미완성의 연속일 뿐이라는 걸. 왜 언젠가는네게서쭉정이 없이 여문알곡이쏟아져 나올 거라생각했을까.한 알씩 여물기 위해노력하는 그 과정을 언제쯤 편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그럼에도 성질 급한 나는 언젠가 예전만 못한 나의 정신과 몸을 지적하고 잔소리하며 챙기는 너를 기대한다. "엄마, 또 깜빡했어. 핸드폰에 알람 설정하라니까. 이리 줘봐 내가 해줄게. 아냐, 내가 전날 전화해 줄게." 지금 카지노 가입 쿠폰가 너한테 하고 있는 잔소리 차곡차곡 적금 부어둬도 괜찮아. 복리로 되값아 주는 복수혈전 생각만 해도 기뻐서웃음이 날지경이니까. '너에게 잔소리 듣기'. 오늘 아침사건 덕에나의 버킷 카지노 가입 쿠폰가 하나가 더 카지노 가입 쿠폰됐다.어쨌든 고맙구나.
아, 그렇다고 해서현실 직시를 간과할수없으니잘 들으렴. 실내화 가방 사건은 네 선에서 최대한 해결하거라. 불행히도 실내화 가방을 찾지 못한다면 맨발로 다닐 수는 없으니 실내화는 사주마. 실내화 가방은 네 선에서 자구책을 마련해라. 뒷베란다에 색색별로 모아둔 비닐봉지가 많다. 검은색 봉지로 하던 튼튼한 종량제 봉지로 하던 맘에 드는 걸로 골라보렴. 그럼 행운을 빈다, 아들.
이제는 막힌 언어의 통로를 뚫어보리라 했는데 새 학년 개학 첫날부터 새실내화 가방 잃어버리고 얼마 되지도 않는 공부 줄여 달라고 징징대는 아이를 보면서 쉽지 않은 1년이 예상되어 착잡하더군요. 글을 쓰며 엄마라는 정체성을 감추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건 불가능할뿐더러 쓰는 자의 자세도 아니기에 묻어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두어야 함을 깨닫게 되는 방학이었습니다. 글로 그럴듯해 보이고 싶었나 봅니다. 사실 엄마라는 자리는 세상 가장 중요하지만 한 없이 시시해지기 쉬운 그저 그런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서 꽃도 피고 열매가 맺어지는 데도 말입니다. 엄마의 자리에 충실한 날들을 보내다 보니 스스로 조차 삶이 시시해 한 줄도 버거운 상태 글태기가 찾아왔습니다. 글로 그럴듯해질 수 없듯이 일상이 언제나 꽃길일 수만은 없겠죠. 온통 진흙밭이라 해도 한 귀퉁이에 핀 민들레를 발견하는 건 운이 아니라 성실과 진심이라는 것. 나의 진심은 어느 만큼이었나 생각하다 오늘 벌어진 일을 묵히지 말고 오늘 마음 그대로 써야지 했습니다.(묵히면 숙성되어 그럴듯해질 줄 알았으나 아마추어라서 그런가 아꼈더니 똥만됐습니다.) 개학과 함께 숨통이 트인 글 쓰는 많은 엄마들에게 우스운 개학 풍경을 털어놓는 것으로 글태기 고해성사 혹은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키우며 글 쓰다 보면 어디쯤에서는 괜찮은 나를 발견하는 날도 오겠지요. 긴 방학 몸으로 맘으로 애쓴 모든 글 쓰는 카지노 가입 쿠폰들을 위로하며 응원하고 싶어 몇 자 끄적입니다.'축 개학'입니다. 모두 한 학기 파이팅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