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증명해 준 기간 1년.
아기가 나간 자리에 내가 채워지는 데는 꼬박 1년이걸린다.
첫째를 낳고 더딘 회복에 지치고 나를 잃어버린 공허한 삶에 우울감이 팽배해졌었다. 몸은 텅 비었지만 살은 쪄있었다. 붓기인지 지방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며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사진을 보면 그럼에도 참 예쁜 카지노 게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어른들이 나를 그렇게 봤을 것이다. 그래서 내 힘듦 보단 앞으로 펼쳐질 부모로서의 행복감에 대해 이야기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예쁘다 수지야.'
'카지노 게임이 지나면 다시 네 모습으로 돌아올 거야. 걱정 마.'
'결국 출산 후회복하는데 1년은 걸리더라.'
그땐 그 말들이 참 싫었다. 어떻게 1년이나 기다리라는 말인지..
임신 10개월까지 더하면 꼬박 2년의 카지노 게임이었다. 갓 엄마가 된 나에겐 나를 잃어버린 그 카지노 게임이 너무 길었다. 모든 삶이 바뀐 그 시점에서 내 몸까지 속절없이 빼앗겨 버린 것 같았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우주와 이곳의 그 중간 어딘가를 배회하는 고장 난 우주선 같았다. 궤적을 따라 움직이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부유물처럼 나는 텅 빈 느낌이 자주 들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출산 후의 카지노 게임들은 전의 나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새로운 행성에 닿기 위해 무수히 긴 블랙홀을 지나는 카지노 게임이었다. 평행 우주 속 또 다른 나에게 닿는 카지노 게임.
나는 또 새로운 나에게 닿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아이가 둘인 삶, 몸을 추스리기도 전에 아이 둘을 챙겨야 하는 엄마의 삶. 동시에 내가 이룬 이 삶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첫 번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이해하는 근사한 마음가짐을 가진 삶.
어쩌면 이번에 지나가야 하는 카지노 게임은 지난번 보다 조금 더 가혹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 마음에 꽃밭이 더 풍성해 지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건, 단순히 하나에서 플러스가 된 삶이 아니라, 하나가 아주 깊어지는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