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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부자 Mar 12. 2025

잘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카지노 쿠폰 것

드라마틱한 성장이 아니라도 좌절하지 않고 뚜벅뚜벅

5년 일기장을 4년째 적고 있다.

5년 일기장은 날짜마다 한 페이지가 부여되어 있고, 한 페이지(한 날짜)에 5년의 기록을 쌓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2025년 3월 12일의 일기를 적으려고 3월 12일 페이지를 펼치면 2024년, 2023년, 2022년의 3월 12일 일기가 다섯 줄씩 적혀 있다. 26년 3월 12일에 다시 이 페이지를 펼치면 4년 동안의 3월 12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록이 쌓일수록 지난 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해서 점점 일기를 열심히 적게 된다.


2년 전2023년 310일 일기에 적혀 있던문장이 있다.

"나는 전업주부가 아니다. 살림과 육아를 전업주부처럼 할 수는 없다. 일에 필요한 시간을 내되 일을 최우선순위로 둘 수 없다. 모든 사람에게 즉각 응대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잘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자"

일기에 적은 다짐대로 그 해 가을에 영어스터디 회원 모집 글을 보고 손을 번쩍 들어 지원했고, 지금까지 1년 이상 주 1회 영어스터디에 꾸준히 참석해오고 있다.


카지노 쿠폰 싶은 일 대부분은 어느 순간 갑자기 대번에 잘하게 되기는 어렵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잘하게 되려면 제법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내게는 영어, 피아노, 수영 등이 그런 일이었다. 그런데 막연히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을 뿐, 더디게 나아가는중간 과정이 참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반짝 시작만 하고 중도에 그만둔 것들이 참 많았다. 생각해 보니 하다가 그만둔 것이 또 여럿 있다. 일본어, 테니스, 골프도 그랬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1년 동안 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주 1회 바이올린을 배우고, 3월 초 학교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바이올린 연주 공연을 하게 되었다. 1년 전에 말레이시아 남편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바이올린을 처음 보았고, 그때 엉망진창 마음대로 활을 켜보더니 갑자기 바이올린에 꽂혀서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ADHD인 아들은 뭔가에 금세 꽂히고 금세 싫증을 내길 반복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또 그러려나보다했다. 다행히 학교 방과 후 수업 과정에 바이올린 수업이 있었다. 수업료도 비싸지 않고, 악기도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어서 중간에 그만두어도 크게 아깝지 않을 것 같아 방과 후 수업을 신청해 주었다.


바이올린은 옆에서 보기에도 쉽지 않은 악기였다. 정확한 음을 내기 위해서는 왼손가락으로 줄을 정확하게 눌러야 했고, 줄을 정확하게 눌러도 현의 움직임이 좋지 않으면 소리가 이상했다. 몸으로 배우는 것이 느린 편인 아들에게 바이올린은 다소 버거워 보였고, 1분기가 지나가도록 이렇다 할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이 2분기 수업은 신청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왜냐하면 아들은 유치원 때 양말을 신고 벗는 것을 어려워해서 놀이체육 시간이 싫다고 했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다른 또래 친구들과 달리 양말 신는 것이 느리고 엉성해서외출에 앞서어른에게 양말을 신겨달라고 보채곤 했다. 못 이긴 척 양말을 신겨주다가 안 되겠어서 아이에게 "지금 잘하지 못하는 일도 하면 할수록 더 잘하게 된다. 잘하지 못해서 하기 싫다고 안 하려고 들면 절대 그 일을 잘하게 될 수 없다. 네가 아기일 때는 스스로 일어나기, 걷기도 못했는데, 잘하지 못해도 계속 시도했더니 지금은 이렇게 잘 뛰지 않냐, 만약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걷지 않으려고 했다면 지금 뛰어다니지 못했을 것"이라는 긴 잔소리를 하며 스스로 양말을 신게 독려하곤 했었다.


그렇게 잘하지 못카지노 쿠폰 일들을 기피하던 아이가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어 잘 늘지 않아 더디고 답답한 바이올린 수업을 스스로의 의지로 1년 동안 꾸준히 이어 오고, 그 결과물로 연주회를 하다니 과정과 결과모두 감동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감동적인 연주회를 직접 보러 학교에 방문하지 않았다. 나중에 바이올린 선생님이 보내주신 동영상으로 확인했다. 왜냐하면 그날은 주 1회 하는 내 영어스터디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들의 지속과 성장이 대견하듯이나의 지속과 성장도 지켜내고 싶었다.




영어는 스무살전까지는 전혀 장애물이 아니었다. 교과목으로서의 영어와 영어시험에 대해서는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대학 입학 이후 전공이영어와무관하다고 생각해서 영어를 완전히 놓아버린 후에 업무상 영어가 필요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곤욕스럽고 영어가 장벽처럼 느껴졌는데, 그 순간을 넘어가면 일상적으로 영어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서 또 그냥 그렇게 지나가곤 했다. 그렇지만 마음속에서는 영어를 한 번 좀 잘해보고 싶다, 교과목이 아니라 소통의 도구인 언어로 사용하고 싶다, 영어를 마주칠 때마다 드는 이 곤욕스러움을 넘어서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쌓였다.


그런데 영어라는 게 한순간에 잘하게 되는 영역이 아니고, 내가 욕심내는 수준까지 잘하게 되려면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풀타임 근무를 하며 육아를 하던 시절의 나는 그런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여력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생은 틀렸어, 지금 영어 잘하게 된다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어, 그냥 살자'라고 체념하고 있었다.


그러다 '출근하지 않아도 단단한 하루를 보낸다'는 책에서인상 깊은대목을 만났다. 비영어권 외국 사람들이 한국인의 영어공부에 대해 평가하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한국인은 단기간에 특정 성과를 내기 위해 공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외국인(홍콩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은 영어공부를 평생 함께 하는 친구처럼 조금씩 꾸준히 지속한다는 내용이었다.


단기간에 내가 원하는 경지까지 오르려면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지만, 그 정도 경지에 이르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뭐가 되었든 내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아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지속하기만 한다면, 출발점에서 1미리라도 나아가게 된다. 그런데 나 혼자 지레 안된다고 생각하고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출발점에서 오히려 뒤로 가게 된다.


그래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닌 '지속 가능한 꾸준한 실천'을 목표로 삼고,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영어공부를 계속해오고 있다. 매일 아침 EBS 라디오 프로그램 '입이 트이는 영어'를 듣고, 선생님이 외우라고 권유하는 문장 1~2개를 옮겨적고, '듀오링고'라는 무료 어플로 매일 퀴즈를 푼다. 그리고 주 1회 오프라인 스터디에 참여해서 영어로 듣고 말하는 모임을 한다. 그럼에도 외국인과 프리 토킹을 하거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자막 없이 알아듣는 수준은 전혀 아니지만,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스럽지 않고 막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느리고 더디지만 나아가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비해 아는 단어도 늘어났고 쓰는 표현도 조금 더 다채로워졌다. 한참 부족하지만 부족하기 때문에 계속 배우고 노력하는 것 아닌가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느슨한 수준의 영어공부를 계속할 것이고, 언젠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서 그곳에 온 다른 여러 나라 순례자들과 산티아고에 온 이유, 순례길에서 느낀 점들을 서로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수단으로써 영어를 사용하고 싶다. 이런 이유로 40이 넘어서 시작한 나의 느린 영어공부는 여전히 -in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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