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I stood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이면서, 잊고 지냈던 영시의 매력에 다시금 빠져 밤을 새웠다. 배철현 교수님의 Poetry Class 수강을 결심했을 때, 매일같이 아름다운 영시를 읊조리리라 다짐했건만, 삶은 늘 예상 밖의 궤적을 그리는 법. 2회차 강의를 코앞에 두고서야 부랴부랴 시를 펼쳐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서울행 지하철 안에서 두 시간 남짓 시에 몰두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혹은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영시를 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여전히, 나는 꼼꼼히 문장을 분석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마치 “일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목줄에 잡혀 끌려 다니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학생들에게 좀 더 정확하고 명쾌하게 가르쳐주기 위해서는, 완벽하진 않더라도문장 분석과 해석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한 줄 한 줄, 단어 하나하나, 조금이라도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챗GPT에게 달려가 속 시원한 답변을 구한다. 처음에는 덤덤하게 응답하던 AI는, 두 번째 질문부터 내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카지노 가입 쿠폰 Not Taken)'에 대해 묻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한다. 역시, 똑똑한 AI다.
점점 AI의 답변에 의존하며, 내 생각을 거기에 맞춰 튜닝해나가는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교수님의 깊이 있는 해석에,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의 정보를 더해 나만의 해석을 ‘덧입히고 가공’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틀리게 가르칠까 봐, 학부모의 민원이 발생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완벽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영어 교사의 고질적인 불안감이 영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했다. 교육의 중요성을 알아주시고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먼저 변해야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인지하신 교수님의 강의라 더욱 기대가 된다.
올해, 아니, 적어도 이 수업 시간만큼은, 교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아니, “철부지 한 어린아이”로서 분석 이전에 가슴으로 시를 읽고 싶다. “즉흥적으로 하는 일을 보면 그 사람의 인성과 성품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좋은 영시를 외우면서 관련 글쓰기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삶 속에 필요한 영시를 즉흥적으로 적용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된다. 앞으로 시를 읽을 때, 처음 느껴지는 감정을 재빠르게, 그리고 솔직하게 메모해야겠다. 분석하고 공부한 다음에 감상을 적으려니, 자꾸만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내가 작가가 의도한 대로 잘 꿰어 맞추고 있는지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이 또한 “부정적인 말은 입 밖으로 내지 말아야 한다는 초긍정주의자”로서의 강박일지도 모른다.
줄리아 카메론은 《아티스트 웨이》에서, 누구에게나 존재카지노 가입 쿠폰 자기 검열관을 극복해야만 저마다 내재된 아티스트를 일깨워 성장시킬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렇게나 무던히 애쓰고 있는데도, 그 검열관은 여전히 “도끼눈을 뜨고 내 곁에 바짝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다.” “내 안의 자기 검열관의 강력한 저항을 받았었다.” 는 고백처럼, 나 또한 자유로운 예술가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에서 끊임없이 내면의 저항과 마주하고 있다.
“어린아이가 될 필요가 있다.” 교사이기 때문에, 교사 대상이기 때문에 강의에 참여하지만, 교사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하나의 자연인으로서 순전한 마음으로 교수님과 함께 그리고 함께 참여하는 수강생들과 함께 재밌고 의미있게 산책하고 싶다. 산책하는 길이 평범하고 쉬운 아름다운 길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걸리는 돌부리와 가시덤블이 있더라도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면서 최선을 다해 듣도록 노력하겠다. 남을 가르치는 교사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벌거벗은 모습으로 영시 속에서 샤워를 해야겠다. 샤워의 경험이 없는 자가 샤워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설명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상대에게 손 내밀어 샤워장으로 이끌어 저마다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스스로 경험하고 확신한 일에 학생들의 반응이 더욱 열정적이고 적극적이지 않았던가. “경험은 위대하다.”
마치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처럼, 내 앞에도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 자신의 뜨거운 열정을 마음껏 발산카지노 가입 쿠폰 어린아이가 되던지, 냉철한 이성과 비판력을 장착한 어른이 되던지 선택해야 한다.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는, 결국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그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라는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내게 이런 사색의 시간을 갖게 카지노 가입 쿠폰 좋은 강좌 열어심에 감사하다.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선택을 해왔고, 그 선택들이 쌓여 현재의 내가 존재한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영시 수업을 들을지 말지 두 갈래 길에서 고민 끝에 이 길로 들어섰듯이, 나는 또다시 두 갈래 길 앞에서 오래 서성이게 된다 (long I stood).
시를 읽을 때, 나는 'long I stood'라는 지점이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다. 우리는 숨 쉬는 순간마다 이런 연속되는 선택의 기로에 서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게 되는 것 같다. 이 에세이를 쓸 것인지 말 것인지, 쓴 것을 제출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이 에세이에 무엇을 쓸 것인지, 이 단어를 쓸 것인지 말 것인지 등등… 이런 일련의 연속된 선택들이 이어져 한 사람의 인격과 인생이 결정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요소 중에서 뮈토스(이야기의 전개와 구성)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고 한다. 비극 작품을 통해 자신이라는 과거, 이기심, 그리고 습관카지노 가입 쿠폰부터 탈출하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뮈토스라는 것이다. 그는 이야기의 전개와 구성을 "특정한 행동들의 배치"라고 정의한다. 이 말의 뜻을 내가 정확히 파악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생은 특정한 행동들, 즉 항상 마주하게 되는 두 갈래 길에서 마침내 결단을 내린 어떤 특정한 행동들이 모여 한 인물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플롯은 여러 행위와 사건을 깁고 엮어 통일된 전체로 구성한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우리의 삶 또한 무수한 선택과 행동카지노 가입 쿠폰 엮인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것은 아닐까.
나는 평소 비극보다는 희극을 선호한다. 비극은 인간 속에 내재되어 있는 어두운 면을 지나치게 부각시킬 뿐 아니라, 읽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비극의 용도를 배웠으니, 그러한 관점에서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분명 나도 비극 속 주인공처럼 습관적으로 덮고 감싸고 있는 특정 행동과 버릇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기 위해, 앞으로는 비극과 카지노 가입 쿠폰를 가까이해야겠다. "비극을 통해 그러한 감정을 경험하면 실제 삶에서도 감정을 조절하여 선한 방향으로 물꼬를 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그의 통찰을 믿어보면서 말이다.
이때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기 전에, 내 안에 있는 나를 먼저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 체면과 의무에서 비롯한 결정이 아닌, 나 자신이 처한 상황과 능력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나는 이 정도면 최선을 다 한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진솔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만이라도 실행해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단지, 이때 내가 해야 할 일은 'long I stood'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는 것이다. 습관처럼 신속하게 내리던 결론들을 다시 한번 오래 서서 심사숙고해보고, 최선이라고 여겨지면 주저 없이 그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최선을 다한 나 자신의 어깨를 따뜻하게 토닥여줘야겠다.
The 카지노 가입 쿠폰 Not Taken
- by Robert Frost
Two 카지노 가입 쿠폰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카지노 가입 쿠폰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이 시를 직접 낭송하여 녹음해서 유튜브 영상으로 올려두었다. 교육자료로도 사용하고 앞으로의 나의 카지노 가입 쿠폰 공부 여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될 것이다.
유튜브에서 '이선의 카지노 가입 쿠폰낭독'으로 검색하면 영상을 볼 수 있다.
이선의 영시 낭독1. The 카지노 가입 쿠폰 Not Taken Robert Frost) 가지 않은 길(로버트 프로스트)
https://youtu.be/qaQHmJ74sD0?si=TWWOpfjavVacY6Y0
#배철현교수 #포에트리클래스 #배철현영시 #고래학교포에트리 #고래학교 #SunnySea #LeeSunSunnyTV #이선 #영시산책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