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비누 시리즈_02
린스바 보다 액상 샴푸를 샴푸바로 바꾸는 것에 더 저항감이 있었던 게 사실.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기억일까? 어떡하다 비누로 머리를 감게 되었을 때 머리카락 뜯기는 느낌에 충격을 받았던 어릴 적 기억. 이후 비누는 머리를 감는 물건이 아니라고 뇌리에 박힌다.
게다가 샴푸바로 머리 감으면 떡진다는 니, 비누가 흐물흐물 녹는다느니 하는 소리들이 있어서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는데. 이왕 린스바를 쓸 거면 카지노 게임까지 써야지 싶어 몇 가지 제품을 사용해 봤다. 실리콘 프리 액상 샴푸로 샴푸 후 뻐득뻐득함에 적응이 좀 된 터이니까.
샴푸바는 린스바 보다 선택의 폭이 넓었지만 탈모 샴푸, 해외 직구 등 제외하고 나면 10개 내외 브랜드를 찾을 수 있다. 브랜드별로 모발과 두피 상태별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고르는 재미가 있다. 모발 상태는 중건성을 기준으로 했고 그 외에 향과 성분에 따라 네 개 제품을 골라봤다.
₩11,000 / 85g / 약산성 바로가기
비누포장 : 종이상자 / 배송포장 : 골판지 박스, 종이테이프, 지아미(완충재)
액체가 굳으면서 남긴 소용돌이무늬가 매력적인 샴푸바. 미니멀한 박스 디자인에 첫눈에 반하고, 포장을 열면서 느껴지는 깊고 진한 향기에 두 번째 반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원숙함 느낌 물씬하는 이런 우디향 좋아함. 머리를 감을 때 향기로 호강하는 느낌. 마른 후에는 잔향이 많지 않다. 다른 샴푸바에 비해 젖은 머리 상태에서 머릿결 뻣뻣함은 적은 편. 그래도 아무래도 비누니까 뻣뻣해지긴 한다. 소개하는 샴푸바 중 건조 상태의 머릿결 가장 부드럽다.
₩13,000 / 85g 바로가기
비누포장 : 크래프트 종이백 / 배송포장 : 골판지 박스, 비닐테이프, 완충재 없음
모양과 색깔이 예뻐서 골랐던 샴푸바. 말린 자몽 조각이 진분홍 코코누들 비누 위에 얹혀 있다. 실제로 보니 화면에서 보던 것 같이 화사한 쇼킹핑크는 아니라 살짝 실망. 하지만 여전히 충분히 예쁨. 건조 상태 비누에서 살구향이 나지만 머리를 감을 때나 말린 후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감기는 느낌은? 시원하게 감긴다. 너무 뽀드득 씻겨 가는 모발이 흩날리는 내 머릿결에는 맞지 않음. 금방 기름진 머리라면 괜찮을 듯.
젖은 머리에 머릿결 방향으로 네댓 번 비누를 문지르고 거품 내면, 거품 잘 난다. 비누망으로 거품을 내고 거품을 머리에 문지르는 방법도 있지만, 비누를 직접 머리에 바르는 걸 선호한다. 비누를 덜 쓰게 되고 거품으로 비누가 떡지지 않으니까. 머리에 물기가 충분하면 비누가 잘 발리지만, 수월하지 않다면 비누에 물을 묻히면 된다.
₩9,500 / 100g / 약산성 바로가기
비누포장 : 종이상자 / 배송포장 : 골판지 박스, 비닐테이프, 옥수수 전분 완충재
동구밭의 모든 비누가 그렇든 새끼손가락 거는 손 모양이 새겨진 샴푸바. 동구밭에서는 중건성, 지성, 쿨링 세 가지 종류의 샴푸바가 나온다. 그중 중건성 샴푸 선택. 거품 잘 나고 머리 잘 감긴다. 뭉근하고 달큰한 시트러스 향. 동구밭 린스바는 글쎄, 다시 선택하지 않을 것 같지만 샴푸바는 좋다. 개운하게 감기고 감은 후 머릿결 부드럽다. 무엇보다 가격이 넘나 착하다.
₩15,000 / 100g / pH 5.5 바로가기
비누포장 : 종이상자 / 배송포장 : 골판지 박스, 비닐테이프, 지아미(완충재), 흰색 습자지
동거인이 다 써버려 하나 더 구입해야 했던 더비건글로우 샴푸바. 동거인, 성별 남성. 국방색에 묵직한 베르가못 향이 남성들이 쓰기 무난한 샴푸바. 역시나 잘 감기고 거품 충분히 나고 감은 후 머릿결 부드럽다. 앗! 그러고 보니 동구밭 샴푸바와 사용감이 너무나 닮았다. 역시나! 제조사가 동구밭. 성분을 살펴보니 비누 베이스는 똑같다. 그 외 영양과 향 성분에 차이가 있다. 그런데, 가격차가?! 두피와 모발에 좋은 성분이 더 들어갔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로 한다. 향도 더 깊고.
₩15,900 / 80g / 약산성 바로가기
비누포장 : 100% 사탕수수 비목재(Tree-Free) 종이 상자 / 배송포장 : 골판지 박스, 종이테이프, 완충재 없음
자연친화적인삶을실천하는귀촌공동체스페이스선샴푸바. 스페이스선(仙) 이름답게공동체의상징인팔문원을비누가운데새겨놨다. 다양한한방성분이들어가한약향과지푸라기향이… (시각적이미지가후각적심상으로전환된건아니겠지?) 린스바(현재는단종입니다) 사용느낌이너무좋아샴푸바에대해기대를많이했는데, 거품이풍성하고뽀득뽀득잘씻기는데... 머릿결의느낌은, 첫날보다다음날이더낫다. 이샴푸바이제사용하기시작했으니추후한방의효과를기대해본다. 샴푸바에삼베비누망포함되어있고, 샘플비누와루파비누받침을넣어주는센스돋보임. 스페이스선공동체는천연비누외에생태화장실, 빗물저장탱크를제작하고공동체탐방프로그램은운영하고있으니자연친화적귀촌생활을꿈꾸는이들은참고해보면좋을듯하다.
결론적으로 샴푸바 사용감은 대동소이하다. 거품 잘 나고 머리 잘 감기고 감은 후 두피에 뭔가 남는 느낌이 없어 개운하다. 신기한 건 일반 샴푸와 다르게 시간이 지나도 머리카락 찌든 느낌이 없다. 냄새도 덜 난다. 사람이 더 깨끗해진 것 같은 이 느낌 뭐지.
다소 차이가 있다면 감은 후 뻣뻣함의 차이, 말린 후 부드러움의 차이. 젖은 상태에서 머릿결이 가장 뻣뻣해지는 건 아렌시아 샴푸바, 말린 후 머릿결을 가장 부드럽게 하는 건 톤28. 그리고 향의 차이가 있지만 말린 후 거의 다 날아가니 별 상관이 없을 수 있으나, 감을 때 향도 중요하니 원숙미 느껴지는 깊은 향이 좋다면 톤28 S19, 가볍고 상큼한 향이 좋다면 동구밭 중건성 추천.
샴푸바의 좋은 점 하나 더. 샴푸 후 굳이 린스바를 쓰지 않아도 된다. (아! 여기서 아렌시아 와일드피그는 제외하겠다.) 다만 젖은 상태에서 머리카락이 엉키고 뻣뻣해진 느낌이 싫다면 린스바를 구비해놓는 것이 좋다. 살짝만 발라도 머리 헹굼이 훨씬 수월하다.
한 번에 1~2g 정도 사용하니 두세 달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스페이스선 샴푸바는 워낙 거품이 잘 나 다른 샴푸바보다 덜 사용하게 되니 가격이 좀 비싸도 똔똔일 수 있다.
샴푸바 사용 후 비누로 머리 감기에 대한 편견은 사라졌다. 올인원으로 머리 감고 샴푸바에 대한 편견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 샴푸바로 옮겨 타시길. 아직 써볼 수 있는 샴푸바 종류도 많고,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더 좋은 대안이 없는 한, 샴푸바로 정착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