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여덟 겹의 투박함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지는 채 일주일도 안 된 때였다. 좁디좁은 기숙사 방에서 이제 겨우 안면을 익히기 시작한 페트라와 마리엔카가 제안을 해왔다.
“우리, 기차를 타고 내일 푸쉬킨에 갈 거야. 너도 같이 가지 않을래?”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 옛날 삐걱대는 무궁화 열차를 타고 5시간도 넘는 경주 외갓집을 가는 길을 마다하지 않던 열혈 기차 여행자인 나로서는 말이다. 먹을 것을 잔뜩 사들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창밖의 풍경을 보는 그 재미라니. 어린 시절의 기차 여행은 나에게 천국과도 같았고 그 즐거움은 지금도 유효하다.
여행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밤을 보내고, 눈이 부신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름의 아침을 맞이했다. 청량한 아침의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그렇게 우리는,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기차역은 흡사 기억 속에 흐리게 남아 있는 시골 대합실을 보는 것처럼 정겨웠다. 번쩍거리는 차가운 석재 바닥으로 도배된 우리네 KTX역들과는 다르게, 나무 의자가 놓인 투박한 대합실이었다. 물론 체격이 큰 러시아 사람들에 맞춘 커다란 의자, 높은 천장이 이채로웠다.
기차가 출발할 시간까지는 아직 꽤 남았더랬다. 아침을 굶고 일찍 출발한 우리 세 룸메이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차역 대합실 한편에 있는 간이식당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인생 최초의 메도빅을 맛보았다.
메도빅(Медовик)이란 구소련 국가들에서 즐겨 먹기로 유명한 층층이 쌓인 겹으로 이뤄진 꿀 케이크를 일컫는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꿀과 스메타나(러시아식 사워크림), 그리고 연유 등으로 만들어진다.
이 무료 카지노 게임는 특히나 만드는 시간이 길고 방법이 까다롭기로 악명 아닌 악명이 높은데, 스펀지 무료 카지노 게임 같은 질감의 층층에 크림이 쌓이듯 덮여있고 맨 꼭대기 층에는 견과류나 무료 카지노 게임를 장식하는 부스러기(crumbs)로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케이크의 뿌리로 말할 것 같으면, 19세기 러시아 제국 시기의 황후인 엘리자베타 알렉세이브나(Елизавета Алексеевна)를 위해 한 젊고 어리숙하던 제빵사가 만들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엘리자베타 황후는 꿀을 매우 싫어하여 꿀이 들어간 어떤 음식도 거부하곤 했는데, 이 제빵사는 황후의 취향을 모르고 꿀과 사워크림을 두껍게 바른 무료 카지노 게임를 만들고 만 것이다. 놀랍게도, 황후 엘리자베타는 그토록 싫어하던 꿀이 듬뿍 들어간 이 무료 카지노 게임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출처: Mosko, Alexey (7 January 2016). “Medovik: The tsar of Russian cakes”. Russia & India Report.)
나는 음식으로 장소를 기억하곤 하는 버릇 아닌 버릇이 있다.
얼마 전 러시아 꿀 케이크의 향수에 사로 잡혀 동대문에서 유명한 러시아 과자집의 케이크를 잔뜩 사 왔더랬다. 달콤 쌉싸름한 사워크림이 겹겹이 발린 케이크를 조금씩 조금씩 아껴 먹으며, 눈앞에 거짓말같이 그 나무 대합실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그 시절의 내가, 그 시절의 친구들이 함께 네모난 테이블에 둘러앉아 디저트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위,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코로나라는 지긋지긋한 역병이 서로를 오랫동안 볼 수 없게 하리라는 것도,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무거운 의미 같은 것도 달콤한 무료 카지노 게임 속에 얼마든지 사르르 녹여버릴 수 있었다.
그 시절의 꿀 무료 카지노 게임를 다시 한번 맛볼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