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저 꽃들이 나를 숨막히게 하는구나
여리고 고운 이파리 하늘 하늘
내 속살도 저리 연분홍 빛일 때가 있었어야
수줍어 눈도 못뜨고
발갛게 달아오르던 때 있었어야
바람 한번에 우수수 지고 마는
이 꽃천지, 이 별천지.
아가,
쉬었다 가자
니 아부지 가신 길이 저런 길이 아닐까
한세상 고단하게 살아내신 양반
꽃길 길어 훨훨
고개 너머로 사라지고 말았어야
참말로 순간이고 말았어야
마음은 둥둥 떠오르는데
다리는 천근 만근 가라앉누나
더 오지 마라네
이제 그만 내려가라네
아가, 한숨 쉬지 말아라
네가 바로 저 분홍 꽃잎이고
꽃 지고 난 자리에 돋아나는
푸른 이파리인 것을
지금은 모르는 게야,
청춘은 짧고
짧아서 저리도 아름다운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