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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Jul 20. 2019

<납골당의 어린왕자 by 퉁구스카

원래 그런 세상 vs 그래야만 하는 세상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과
세상은 원래 이래야 한다는 건
굉장히 다른 겁니다, 나쁜 새끼야.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들어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에서 건진문장입니다. 인상 깊지요? 문장에 위트가 담긴 페이지가 꽤 많았고, 고민의 흔적이 읽히는 밀리터리, 포스트-아포칼립스, 게임몰입물, 근미래 속성의 장르 문학입니다. 그리고 아래 내용은 작품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이야기가 있어서, 책의 감동을 최대한 느끼길 원하는 분들은 그만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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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삽입된 인용구는 책온라인 카지노 게임 제가 인상깊게 읽었던 문장 중 발췌하였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퉁구스카 작가님의 <납골당의 어린왕자 입니다. 처음 이 책을 본 것은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납골당과 어린 왕자라는 단어가 주는 이질감. 장르 문학의 제목이 일본의 라이트노벨의 트렌드와 같이 문장형으로 가거나, 주인공의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로 치면 한 문장 피치와 같이 변해가는 와중에 도무지 무슨 이야기일지 짐작도 못하게 하는 이 제목이 제 흥미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비주류라고 하기에는 꽤 많은 작품이 있으나, 주류로 보기에는 어려운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였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작품의 특징은 '가상현실'을 활용하여 근미래의 한국 사회와 가상현실 속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병치하여 보여주는 구성이 독특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상현실'을 다룬 게임 판타지들의 추세가 사실은 이 가상현실이 현실세계이며, 이 세계의 초월적인 존재의 안배이다~ 같은 설정이 없었습니다. 트렌드에 뒤쳐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혹은 <팔란티어 게임중독 살인사건이나 초창기 게임 소설의 맥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카타르시스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가능한 거기서 떨어져 주제의식을 챙기기 위해 애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이 잿빛이면 웃기라도 해야 한다고.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근미래,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전뇌화와 같은 방식으로 '가상현실'을 완성합니다. 그 가상현실로 유년기의 부모의 힘든 시절은 인큐베이터와 가상현실로 대체됩니다. 나이 들고 나서는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서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세월 속에서, 가상현실을 유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는 '사후 보험'의 개념을 만들어 냅니다. 즉, 생전에 일하여 번 돈을 납입하면 가상현실에서의 수명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지요. 수명을 돈으로 산다는 개념에서 어떤 SF 영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한편, 가상이 현실보다 가치가 있어질 때, 오리지널리티에 매몰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충분한 자산, 그 자산을 통하여 가상현실로 자신의 몸을 이전하여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재벌의 총수. 그는 가상현실로 들어가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누군가의 몸으로 대체하기로 결심합니다. 주인공 '한겨울' 은 집안의 빚으로 인해, 그 역할을 하게 되어 어린아이의 몸으로 '현실'에서의 죽임을 당하고,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재벌 회장과의 약속에서 보장된돈은 주인공의 부모에 의해 사라집니다.때문에 사후 세계에서도 주인공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이 소설 속에는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이 시대의 우리 세계에 존재하는 스트리머와 같이 돈을 법니다. 정신체로 다른 여러 가지 업무를 할 수도 있으나, 인공지능이 관리자의 '허가'가 필요한 것 외에 모든 인간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세계에서는 인간의 역할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외에는 없는 세계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가상세계는, 여러 NPC(Non-player character)와 자기 자신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여기서 이 이야기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등장합니다. 아쉽게도 아직 인공지능이 정복하지 못한 분야가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 마음은 아직 인공지능이 해석하지 못한 영역입니다. 이 마음을 다루는 다른 SF 장르는 꽤나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 마음을 얻기 위한 인공지능의 행동이 조금 특별했습니다.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은, 사후세계를 더 완벽하게 하여, 사후 보험 납입자들을 행복하기 위해 '마음'을 학습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이 인공지능은 자신이 주어진 권한을 통하여 사후세계이자 가상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을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온 세상이 다 미워질 거예요.

마음이론(Theroy of Mind)란 게 있다고 합니다. 마음이라는 게 있다고, 우리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아직 자아를 각성하지 못한 인공지능은 이를 '시뮬레이션' 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마음'을, 인공지능은 어디선가 참조하여야만 합니다. 작중, 사후 보험 세계는 통상 각 개인이 하나의 세계 속온라인 카지노 게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그 등장인물을 만족하기 위한 세계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그 등장인물에게서 '마음'을 추정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마음' 이 더 큰 사람들의 세계 속의 NPC들은 보다 더 유연하게 행동하고, 역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세계는 경직된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물론, 자본주의가 승리한 근미래의 세상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있습니다. DLC와 같은 방식, 즉 사후 보험 속온라인 카지노 게임 추가 결제를 통하여 조금은 더 근접한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세계를 등장인물이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도 있고요. 결제를 통하여 주인공은 세상을 리셋하는 수준의 힘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카타르시스의 극대화, 그것을 관음 하는 사람들 - 시청자 - 들에게도 카타르시스를 넘겨줍니다. 그리고 그 시청자들이 만족을 하였을 때, 별(별풍선과 같은 개념)을 받아 스트리머, 등장인물 즉 죽은 뒤 사후 보험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연장합니다.


이런 세상온라인 카지노 게임 주인공 한겨울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식의 플레이를 하지 않습니다. 그가 많은 돈이 있어서요? 오히려 그는 그의 사후 보험 속의 생명이 꺼지기 직전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빚, 자본적인 이득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사용한 부모, 그리고 여러 트라우마 속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람에 대한 실망을 충분히 겪은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사후 보험 속의 세상을 묵묵히 '살아' 갑니다. 연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세상에 몰입합니다.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고 이 세상에 온 그에게는 밖의 현실보다 이 안이 더 현실 같을 수도 있겠습니다. 실패하면 바로 '목숨' 이 죽는다는 것 역시 현실과 같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그런 것을 다 떠나서 세상 속의 모든 사람들이 '인공지능' 'NPC'임을 앎에도 그는 그들의 죽음에 힘들어하고, 그들을 살리기 위해 고민합니다.


세상이 밝아지면 별빛은 가려지는 법입니다.
제가 겪어온 바, 사람은 밝을 때 오히려 길을 잘 잃어버리는 동물이더군요

이야기는 그래서 이 중심으로 이어나가게 됩니다. '마음' 은 무엇일까. 가상이 현실을 압도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에게는 무슨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묵직하게 던집니다. 어쩌면 인공지능으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작가 스스로의 인격이 고민한 흔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한겨울'의 가상과 현실과의 소통 고리(가상현실 방송의 채팅창)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합니다. 그 선택에서 주인공이 결심하고 행동하는 모습들 자체가 보여주는 즐거움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 지면, 선택의 결론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신체를 사 간 회장의 이야기를 잠깐 해봐야겠습니다. 자신을 '마음'을 배신한 전처로 인해 그는 상징체계만을 믿습니다. 입증할 수 없는 '마음' 보다 수치화될 수 있는 것들을 신봉합니다. '사랑, 얼마면 돼'의 화신이랄까요. 그러나 숫자야 말로 '가상'입니다. 우리가 가치가 거기 있다고 하여 생겨난 '화폐' '자본'을 세상에서 제일 많이 가졌다고 할 수 있는 이 캐릭터가 '마음'을 부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행동을 거래 활동으로 치환하여 해석하는 이 캐릭터는 주인공과 특별한 이벤트가 별로 없음에도, 진정한 안타고니스트입니다.


긍지는 삶의 필수품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랑이다.
위로하고, 보듬고, 아픔을 나누고. 그러고도 살기 힘든 세상인데.

반대로 주인공은 '마음'을 믿거나, 이해하거나 하진 않지만 최선을 다합니다. '가상세계'를 살아내기 위해서요. 그럴 수밖에 없는 선택에서 괴로워합니다. 그래서 '가상'을 가능한 더 나은 세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다시 나옵니다. '세상이 원래 그런 거랑, 원래 그래야 하는 거랑은 많이 다른 거라고' 역설합니다. 주인공의 동료들도 조언해줍니다. 밤하늘이라도, 별빛이 있으면 덜 어둡다는 등의 이야기. 문장 하나하나만 옮기면 진부할 수도 있는 문장들은 주인공의 고뇌 속에서 정말 밝아져서 마음의 어둠을 거둬내게 해 줍니다.


사람이 살기에 별 하나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만으로도 완전한 어둠은 아니니까요.

이런 대립 구도는 어쩌면 '순수문학'이나 보다 더 오래된 예술의 장르에서는 낡은 소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가치를 찾아 나가는 것이 '예술'의 본원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장르문학에서 이런 보물을 발견한 것이 너무나도 기뼜습니다. 물론, 현재 나오는 많은 작품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현시대의 트렌드, 사람들의 욕망을 바탕으로 구성된 세상 속에서의 작가들이 써 내려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인간'의 이야기이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은 그 고민을 좀 더 깊게 파고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래도, '마음' 이 없다고 말하실래요?라고 묻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장르문학을 사랑한 지 20년이 더 넘었습니다. 꼰대가 되었고, 요즘 작품에서는 예전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탄하는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틀렸습니다. 매일을 살아가는 작가분들은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제가 그것을 몰라봤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제 취향에 맞는 형태로 좋은 이야기를 빚어낸 퉁구스카 작가님에게 전달되지 않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오늘의 작품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두서없이 제 감상을 늘어놓은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다음번에 뵙겠습니다.


20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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