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이 된 아기는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며 각종 전염병에 걸려왔다. 코감기는 아무리 약을 먹어도 낫지 않더니 기침과 가래까지 생겼고, 장염에 걸려 구토와 설사를 번갈아 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인 나도 옮았는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구토에 시달렸다. 하도 토해서 병원에 수액을 맞으러 갔는데 수액을 맞던 도중 수액을 다 토해낼 정도였다.
이럴 때 한달음에 달려와 주는 것은 엄마밖에 없다.
엄마는 아픈 딸 대신 집청소를 해주고 정리를 해주고 아기를 봐 주고 흰죽을 끓여주고 아기와 함께 먹으라며 카지노 쿠폰을 푹 끓여주었다. 아기가 먹을 거라고 한우 안심을 어찌나 작게 잘랐는지 내 새끼손톱의 반의 반 만하게 잘라 놓았다. 미역이 야들야들한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소금이나 간장을 넣지 않아 슴슴한데도 깊은 맛이 났다.
이렇게 힘들게 엄마가 카지노 쿠폰을 끓였는데 아기는 먹지를 않았다. 내 엄마가 힘들게 끓인 카지노 쿠폰을 먹지 않는 아기가 안타까웠다. 외할머니가 없던 나는 외할머니가 끓여준 카지노 쿠폰을 먹어본 적이 없다. 아가, 네가 크면 언젠가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카지노 쿠폰이 사무치게 그리울지도 모른다. 그 때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게 지금 많이 먹어. 알아듣는지 아닌지 쌀과자만 오물오물 먹는 아기에게 혼자 말하며 나는 카지노 쿠폰 두 대접을 비웠다.
엄마는 유독 음식 간을 싱겁게 하는 편이라 엄마밥을 먹다가 외식을 하면 무엇이든 짜고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내 아기도 외할머니의 밥을 먹고 그 간에 익숙해지면 좋으련만. 칠순을 바라보는 엄마는 눈도 귀도 어두워져 무엇이든 느릿느릿 하다. 엄마의 그 느린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면서 안심이 된다. 엄마가 저렇게 느리니까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오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내 아기도 엄마의 카지노 쿠폰을 조금 더 먹어볼 수 있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