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은 외로움을 남긴다
선아: 카지노 게임하고 싶다... 진짜.
동석: 나도. 열라... 진짜 열라 그러고 싶다.
《우리들의 블루스 10화》中
그럼에도 카지노 게임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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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은 외로움을 남긴다
사회심리학자 아이리스 마우스Iris Mauss는 카지노 게임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카지노 게임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 건강 문제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카지노 게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피험자들의 카지노 게임감은 오히려 낮아졌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카지노 게임과 외로움 간의 연관성도 밝혔다. 아무래도 이 마우스라는 연구자가 카지노 게임을 제대로 디스하려는 것 같다. 카지노 게임하고자 했을 뿐인데 외로워진다니 이 무슨 디스토피아적 상상인가. 어떤 고약한 연구를 해버린 건지 한번 뜯어보자.
그는 두 가지 연구를 진행했는데, 첫 번째 연구에서는 카지노 게임을 중시하는 태도가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외로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다뤘다. 320명의 피험자들은 먼저 "카지노 게임감을 느끼는 건 정말 중요하다"와 같은 질문에 점수를 매겨 카지노 게임을 얼마나 추구하는지 평가했다.
다음으로 14일간 일기를 썼는데 '오늘 날씨는 맑았다. 나는 회사에 갔다가 집에 와서 밥 먹고 씻고 잤다. 박부장은 여전히 개 같았다'와 같은 일과의 나열이 아니다. 그날 가장 스트레스받았던 하나의 사건에 대해 집중해서 썼다. 예컨대 '오늘 박부장이 개 같았던 이유는'을 시작으로 일련의 사건과 당시의 감정을 적어내는 것이다. 일기를 다 쓴 다음에는 그 사건으로 인한 외로움의 수준을 점수로 같이 기록했다.
그들의 답변과 일기를 분석한 결과, 카지노 게임을 중시하는 사람일수록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인해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빼놓으면 섭섭하니, 사실상 밤낮의 기온차처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황들로 인해 더 큰 외로움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
마우스는 이 현상을 좀 더 직접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두 번째 연구를 진행한다. 그는 보편적인 성인에 해당하는 피험자들을 랜덤하게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서로 다른 신문 기사를 읽게 했다. 먼저 A그룹의 사람들은 카지노 게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읽었다.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더 높은 수준의 카지노 게임을 가진 사람일수록 직업과 대인관계, 건강, 만족감 등 모든 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아세요? 즉, 카지노 게임은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것 이상의 대단한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더 큰 카지노 게임감을 얻는다면 그만큼 더 성공하고, 건강하며, 인기까지 많아질 것입니다."
한편 B그룹의 피험자들도 같은 포맷의 기사를 읽었는데 ‘카지노 게임’이라는 단어만 '정확한 판단'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예컨대 정확한 판단을 할수록 더 성공하고 건강해진다는 식이다. A, B 두 그룹의 피험자들은 해당 기사를 읽음으로써 한시적으로 서로 다른 방향의 태도를 갖게 된다. (카지노 게임 추구 기사로 인한 이러한 영향은 마우스의 다른 연구와 더불어,01화 행알못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다에서도 증명되었다.)
다음으로 모든 피험자는 소속감과 친밀감을 중요하게 다루는 30분짜리 영화를 보았고, 영화가 끝난 후 '외로움', '타인과의 거리' 등을 다룬 설문에 답했다. 자기 보고식 답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건지, 마우스는 이들의 침까지 채취했다. 친밀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하여간 심리학자들은 집요하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아닐까...)
연구는 복잡했지만 그 결과는 심플하다. 카지노 게임을 중시하는 기사를 읽었던 A그룹의 사람들이스스로를 더 외로운 상태인 것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그들의 프로게스테론 수치도 B그룹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사회적 친밀감도 낮아진 것이다.
놀라운 결과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애초에 카지노 게임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경향성이었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두 번째 연구에서는 그런 구분 없이 랜덤하게 나눈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카지노 게임을 중시하는 기사를 읽은 것만으로 외로움을 느끼기 쉬워졌다. 심지어 마치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듯 사회적인 친밀도까지 감소했다. 카지노 게임을 아주 조금 더 추구하게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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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의 원인이 궁금하다. 연구자인 마우스는 카지노 게임의 추구가 이상적인 상황에 대한 기대치를 만들지만, 실제 일상에서의 경험들이 그에 미치지 못하여 실망감을 증가시키는 것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카지노 게임을 추구하는 태도가 스스로에 대한 집중으로 이어져 사회적인 접근에 잠재적으로 방해 요소가 된다고도 추측했다.그렇다면,나는 카지노 게임으로부터 멀어져야 하는 것일까.
마우스 같은 학자들이 이런 연구를 하는 이유는 카지노 게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말살시키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카지노 게임이라는 개념적 덩어리를 제대로 정의하고 헤아리기 위해서다. 제대로 알아야 그것을 나에게 맞는 형태로, 잘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카지노 게임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연구 결과가 주는 함의는카지노 게임 그 자체가 목적이 될 때 오히려 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카지노 게임은 쟁취를 위해 그 기준을 좇거나, 마치 약속 시간에 오지 않는 친구처럼 애타게 기다려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행동들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따라서 나 자신에게 반복되는 일상을 조금은 낯선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존재에게 좋은 기분을 선물하는 경험들,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은 사건은 무엇일까. 그 사소한 순간들을 하나씩 포착하고 알아채는 것. 실체는 여기에 있다.
카지노 게임, 이제 가랑이 찢으면서애써쫓지 않으련다.
그 시간에 차라리 너저분한 일상이나 가꾸고 말지.
왕고래입니다. 심리학을 전공했고 소심합니다. 사람에 대한 글을 씁니다. <후회 방지 대화 사전, <소심해서 좋다, <심리로 봉다방을 썼습니다. 어릴 적, 꿈을 적는 공간에 '좋은 기분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아직 변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문헌
Mauss, I.B., Savino, N.S., Anderson, C.L., Weisbuch, M. Tamir, M., & Laudenslager, M.L. (2012). The Pursuit of Happiness can be lonely, Emotion, 12, 908-912.
Mauss, I. B., Tamir, M., Anderson. C. L., & Savino, N. S. (2011). Can seeking happiness make people unhappy? Paradoxical effects of valuing happiness. Emotion, 11, 807–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