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봄날
아빠가 퇴원 후 처음으로 혼자 시장에 다녀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한 봉지, 참외 하나, 토마토 하나.
딱히 뭘 해 먹겠다는 계획은 없어 보였다. 그냥 걷고 싶었던 것 같다.
언덕 위 집으로 올라오는 길은 여전히 벅차서
나는 차를 몰고 마중 나갔다.
“수고했어” 하며 만 원을 건넨다.
안 받겠다고 세 번 말했는데
아빠는 네 번째에 만 원을 손에 쥐어줬다.
그쯤 되면 받아야 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물에 삶고
참외와 토마토는 조각 몇 개씩 썰었다.
소박하지만그걸로 충분했다.
각자 접시 하나씩 들고
조용한 봄 오후를 나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