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이 때문에 싸운 이야기
나는 아침을 잘 먹지 않는다. 대신 아침밥으로 빈 속에 카페인이 가득한 커피를 때려 넣는 게 대부분이고 간단한 간식거리로 대충 때우는 편이다.
그래도 아들 아침밥은 살뜰히 챙기려고 노력카지노 게임 추천 편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부지런히 사다 나른 반찬 몇 가지와 가끔 손수 만든 반찬 한 개 정도로 아침을 차려 먹인다.
남편도 평소에 출근할 때에는 아침밥을 따로 챙겨 먹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요일 아침에 아이 밥을 챙겨주고 있으면 옆에 와서 먹을 게 없는지 기웃거린다.
카지노 게임 추천 수 없이 아이 취향에 맞는 반찬과 남편이 잘 먹을만한 반찬까지 준비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왠지 화가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아니, 나는 먹지도 않는 아침밥을 이 인간들을 위해 일요일 아침부터 이 수고를 해야 하다니.
남편은 집안일 참여율은 거의 제로다. 원래가 살림이나 부엌일에 관심도 의지도 없었기 때문에 큰 기대도 없었지만 신혼에 그나마 하던 일들도 아이가 태어나면서는 아예 손을 뗐다.
내가 차라리 설거지나 청소 같은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할 테니 그 시간에 아이랑 놀아주었으면 했다.
발달이 느린 아이들에게는 특히나 아빠와 찐하게 소통하며 함께 노는 시간이 더욱더 유익하다고 하기에 어설프게 집안일을 돕느니 조금이라도 아이랑 놀아주기나 카지노 게임 추천 게 더 나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두 명분의 아침밥을 준비하고 설거지에 뒷마무리까지 하다 보면 약이 오르는 감정은 피할 수가 없다.
아이가 내가 차려준 밥을 잘 먹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힘든 마음이 싹 사라지는데, 남편이 내가 만들어준 토스트를 우걱우걱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왜 그리도 얄미운지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 일요일 아침에도 남편, 아들 밥을 챙겨주고 부엌일 마무리하고, 세탁기 돌리고 청소기를 돌리던 와중이었다. 같이 놀아달라는 아이와 함께 장난치다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 남편 옆으로 가게 됐는데 나에게 일을 시켰다.
"거기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좀 돌돌이로 치워봐."
본인이 떨어트린 머리카락을 나보고 치우라니.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돌돌이로 치우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돌돌이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나와버렸다.
"자기가 하면 되지 왜 그런 것까지 나한테 시켜?!"
아침부터 일어나서 아무 일도 안 하고 놀고 있던 것도 아니고 오전 내내 뒤치닥꺼리 하고 있는 나에게 그런 것까지 시키다니. 갑자기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서 감당이 안되었다.
"아니, 돌돌이 바로 옆에 있길래 그냥 좀 치워달라고 한 건데, 그게 그렇게 열받을 일이야?"
남편도 되받아쳤다. 그의 말도 일리는 있다.
굳이 나를 더 힘들게 하려고 일을 시켜 먹으려고 한 말은 아니라는 건 아는데, 그 순간에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게다가 남편은 서서 머리를 말리고 있었고, 나는 돌돌이를 돌리려면 쭈그리고 앉아서 바닥에 머리카락을 치워야 카지노 게임 추천 자세였다. 내가 하녀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쉽사리 내 기분은 풀리지 않았고, 아이가 곧 내 곁으로 다가와서 화난 듯한 엄마를 달래주려고 스킨십을 시도했다. 아이는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아서 내가 화내고 슬퍼카지노 게임 추천 모습을 가장 견디기 힘들어한다.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엄마 기분을 풀어보려고 애쓰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내가 별 말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아빠한테 가서는, "아빠! 엄마한테 그만 좀 시켜! 엄마 힘들잖아."라고 했다.
청소기를 돌리느라 정확히 한 말은 기억나지 않는데 대충 이런 뉘앙스로 아빠를 혼내는 듯했다.
아들이라도 내 편을 들어준다는 게 기쁘기도 했지만, 나는 아이가 카지노 게임 추천 말에 더 감동했다.
언어발달지연으로 5세 때부터 치료받고 있고,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화용언어가 서투른 아이다. 상황인지가 부족해서 사회적 상황에 시의적절한 말을 언제 해야 할지 어려워하고, 여전히 가끔 문맥에 맞지 않는 말을 갑자기 툭 내뱉곤 한다.
그런 아이가 엄마, 아빠의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아빠를 혼내줌으로써 엄마 편을 들고, 엄마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사실 치료실에서 언어치료선생님과 앉아서 배우는 것보다 이렇게 실생활에서 알아가는 게 진짜 언어 습득 과정이 아닌가.
나름대로 아빠를 혼내주고 나에게 종종걸음으로 뛰어와서 카지노 게임 추천 말에, 나는 빵 터지고 말았다.
"엄마! 내가 아빠 참카지노 게임 추천했어!"
"뭐라고? 하하하.."
"참교육"이라는 말을 어디서 듣고 어떻게 배웠길래 이렇게 상황에 딱 맞게, 시의적절하게 사용카지노 게임 추천 건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참카지노 게임 추천"이라는 말은 본래 전교조와 같은 교원단체에서 진실되고 올바른 카지노 게임 추천을 실천하자며 사용한 구호에서 유래된 건데 요즘은 그와 다른 맥락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다.
이 단어가 어떤 상황에서 주로 사용되는지 생각해 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알아야 할 당연한 상식을 알지 못카지노 게임 추천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반박할 수 없는 제대로 된 논리로 무장하여 일침을 가했을 때, 그 사람을 "참교육"했다며 사용카지노 게임 추천 경우가 많다.
실사용 예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주로 사용된다.
"오지랖 떠는 사람한테 어떤 말이 참카지노 게임 추천 될까요?"
"유부남이랑 바람 난 누나 참카지노 게임 추천한 썰."
"주차빌런 참카지노 게임 추천."
비꼬는 투로 약간의 조롱과 풍자적인 느낌을 줄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이 단어를 자주 쓰지도 않고 더더군다나 아이에게 써본 적도 없다.
언어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보통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가장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던 때는
이런 말을 들었을 때였다.
"얘가 어디선 이런 말을 배워와 가지고 막 쓴다니까."
"얘가 이제 잔소리까지 하고 입만 살아서 아주 못카지노 게임 추천 말이 없어요."
그럴 때마다 겉으로는 나도 함께 동조해 주는 척했지만, 마음속은 애가 타들어가서 남은 재도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아이도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아이가 제때에 언어 발달 과정을 거쳐서 모국어를 습득하게 된 경우, 부모 이외에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에게서 언어 자극을 받고 마음껏 그 언어 재료들을 요리하여 적절한 상황에서 거침없이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부모들은 이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지 말았으면 카지노 게임 추천 비속어나 유행어, 심지어 욕설 비슷한 말들도 배워와서 엄마를 속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이 지극히 정상적인 언어발달 과정이다.
안타깝게도 내 아이는 그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adhd 증상이 주는 주의력 약화로 언어 습득이 늦어졌고, 말보다 글을 더 빨리 읽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게 만들었고, 어느 정도 말을 하게 되었을 때에도 교과서를 읽는듯한 기계적인 로보트 말투라서 진정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최근 들어 아이가 "아씨"나 "어쩔티비"같은 비속어를 쓸 때마다 나는 예쁜 말 써야 한다고 카지노 게임 추천하면서도
흐뭇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너도 어디선가 들은 말을 쓰긴 쓰는구나. 성장하고 있구나 싶어서 말이다.
태권도장에서 틀어준다면서 지코의 "새삥"노래에 중독되어 자꾸 들으려고 할 때도 반갑다. 또래 친구들이 많이 아는 유행가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저 혼자 4차원 속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일상에서는 혼자 학습만화에서 본 퀴즈나 상식들을 읊어대고, 재미없는 이야기들을 계속 반복적으로 해서 질리게 할 때가 훨씬 많다.
그렇지만 열 번 중 한두 번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적절한 말을 해주고 나를 놀래키기까지 아니
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른다. 아이 치료를 시작하면서 꿈꿔왔던 순간들이니까.
그 일요일 아침에 아빠는 아이가 자신을 참교육했다는 말을 듣고는 본인이 더 삐져서 한 동안 조용해져 있었다. 자기도 나름 열심히 한다고 카지노 게임 추천데 왜 그런 사소한 일로 둘이 한통속이 돼서 자기를 몰아붙이는지 모르겠다며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아들이 오로지 엄마 편을 든 게 못내 서운했던 것 같다.
남편이 서운해하든 말든 솔직히 나는 기쁜 마음이 더 컸다.
내 아이가 아빠를 말로써 서운하게 할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는 증거니까.
내가 못한 "참카지노 게임 추천"을 아들이라도 시켜줘서 고마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