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보낸 편지
[ 늦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
두서없는 이야기
처마 밑에 수북한,
다를 것도 없는 또 하루인데,
마당에 앉은한 자락 햇살에
어릴 적 놀던 구슬 하나가반짝
마음에 파문을 놓았네
. . .
친애하는 그대여,
언제였던가 별들 가득 모인 밤
열꽃 오른 가슴 다잡지 못해
촛불 모양 펜촉에 잉크를 찍어
보내지도 못할 편지를 썼습니다.
아침 오면 물까치나 물어갈
치어처럼 설자란 문장을 썼더랬습니다
설레는 호기심과 착한 마음과
라면박스 하나 가득 원고지 묶음
새봄 푸릇한 청춘의 말들 모두
검은 강물에 내던져 버리고는
다리 위에 주저앉아 엉엉,
가로등빛 일렁일렁 함께 울었더랬습니다
. . .
친애하는 그대여,
수십여 년카지노 게임 사이트 답신 면목없으나
물새가 물어다 준 푸른 편지는
강물에 적시어곱게 펴 읽었소
행간에고여있는 슬픈 눈빛,
수줍고 앳된 그 얼굴이 보고파서
몇 날 푸른 밤을 투명하게 새웠네
내 다시 그대 만날 생각에
여명이 깨어나길 눈감아 기다리니
싱그러운 새벽으로 천천히 오시오
별빛 앉은 유리창에 몇 글자 적어
늦었지만 밤하늘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보내오
오후까지 기분 좋은 햇살이 마을을 감싸더니 날이 어두워지자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살랑대는 바람이 차갑지 않은 저녁, 물기 가득 머금은 봄밤의 풍경은명상에 들어간 사람의 모습처럼 평화롭고 조용하다. 어떤 날씨가 좋으냐고 묻는다면, 사실 나는 모든 날씨를 다 좋아한다고 말할 것이다. 날씨마다 가지고 있는 천변만화의 매력을 가만히 느껴보는 것이 산마을에 사는 내게는 매일의즐거움중 하나이다. 윽박지르듯 내리쬐는 한여름 태양이나, 오직 방구들만 생각나게 하는 혹한의 겨울바람에게는 조금 양해를 구하고...
군입대를 한 달인가 앞두고 모종의 결심이 서서 비장한 마음으로 라면박스를 챙겨 나왔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아파트 집에서 한참을 걸어 잠실대교 중간까지 걸어갔다. 종이가 가득 든 박스를 매고 몇 정거장을 걸어온지라 어깨며 목이 부서질 듯 아팠다. 다리 난간 아래로 흐르는 시커먼 어둠의 한강물. 한참을 내려 보다가 들고 온 박스를 강물에 던졌다. '풍덩'하고 깊은 소리가 울리자 정말이지 '철렁'하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던 그때, 21살 가을이었다.
9살의 초등학교 2학년 사내아이는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다. 남산을 낀 달동네가 집이었는데, 당시 산아래에는 잘 닦인 길 좌우로 거대한 철대문의 부잣집들이 있었고, 점차 산으로 올라갈수록 빈곤한 집들이 깃들어 중간중간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우리 집은 중간동네였으니까 달동네 안에서만은 아주 가난한 집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한 반에 60명이 넘는 공립학교 교실에 가면, 나는 그저 있는지 없는지 모를 달동네 아이였던 것이다.
남루한 옷을 더럽혀가며 신나게 개구쟁이들과 놀고 있던 어느 날 "야, 너,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오래." 잘 입은 여자아이가 나를 지목하였다. 얼굴에는 '거 봐라, 말썽쟁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께 혼나봐라.'가 역력히 쓰여 있었다. 노처녀인 담임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조용하면서도 언행에 품위가 있는 분이었다. 언제나 투피스 정장을 단정하게 입고 계셨는데, 다정하게 시를 읽어 주시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국어시간을 나는 참 좋아했었다. 그러나 평소에는 엄하고 말이 없는 담임카지노 게임 사이트, 겁을 잔뜩 집어 먹고 교실로 향했다. '내가 뭘 잘못했지? 또 뭘 깨뜨렸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내게 종이 묶음 하나를 건네주셨다. 두꺼운 마분지로 표지를 만들고 상단에 두 개 구멍을 뚫어 검은 끈으로 단정하게 묶은 원고지였다. 모두 하교하는 오후 시간, 교실 창문으로 마구 쏟아진 햇살이 오르간에 고상하게 손을 얹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등 뒤로 보석가루처럼 부서지던... 그 화면을 기억한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지만 아마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다른 세계의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이제 이원고지에 무언가 느낄 때마다 시를 쓰는 거야. 그리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가끔 가져와 보라고 할 거야."
내 이름을 아시는 것만도 신기할 지경인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따뜻한미소까지 지으며 말씀하고 계셨다. 어안이 벙벙하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집에 가서도 평소처럼 뛰어놀지 못하고 마루에 걸터앉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주신 원고지 묶음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너, 동시를 아주 잘 쓰더구나. 일기도 재미있게 잘 쓰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고 같이 해보자."
원고지가 채워지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다시 새 원고지 묶음을 주셨다. 웃거나 칭찬만 하셨지 잘 못 썼다고 꾸짖는 법도 없으셨다. 이후로 곧잘 교내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게 되었는데, 덩달아 성적도 껑충껑충 올라갔다. 졸업할 즈음에 나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고, 덕분에 반장도 여러 번 했다. 이후로도 나는 중고등학교를 지나며 교내외 백일장에 가끔 발탁이 되곤 했다. 어느덧 나는 시 쓰는 아이가 되어 있었고, 그것이 스스로에게도 어떤 정체성으로 작용하고 있었는데, 이는 원고지 묶음이 존재감이 없던 소년에게 준 선물이었던 것이다. 휴대전화도 SNS도 없던 시절, 고마운 담임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고교 2학년 1학기를 지날 즈음교무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호출을 받았다. 신생 학교인데 문과반 대비 이과반 비율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문과에서 이과로 전향해 달라는 말씀이었다. 대학진학률을 고려한 학교의 방침에 반장부터 솔선수범 부응해 달라는, 이유라면 단지 문과 마지막 반의 반장이라는, 요즘 시대라면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 없는 요구였던 것이다. 나는 왜 완강하게 거부하지 못했을까? 대학졸업 후 취업을 운운하는 강권에 현혹되어 며칠 후 내방하신 어머니마저 설득당하셨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이과로 진로를 바꾸자 성적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대한 원망에다가 사춘기까지 더해 끙끙 앓으며 카지노 게임 사이트 모 대학 공과에 간신히 입학하게 되었다. 전공 적응을 못해 방황하던 그 해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신춘문예 공모에 글을 넣어 (당연히) 흔적도 없이 낙방했다. 이듬해 재수에 실패하여 공대로 돌아온 나는 글쓰기를 그만 포기하기로 한다. 그리고 징집영장이 나오자 학교로부터 도망치듯 입영하였다. 돌아보자니 참 나약하고 감상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평범한 사람의 삶이 그렇듯이 나 역시 주어진 운명을 해결해 가며 정신없이 살았다. 제대로 된 문장수업 한 번 받아본 적 없었으므로 글쓰기의 정체성은 쉽게 잊혔다. 보고서와 기획안, 발표자료의 문장 속에 살면서도 별다른 갈증이 없는 듯했다. 그러고도 십수 년이 더 지나 머리칼이 희끗해지고 심장이 조금 느리게 뛰게 되자 무언가가 자꾸 바지 밑자락을 잡아 끄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 동안 일상 중에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머리에맴돈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드문 드문 써 오던 일기장을 들추어 보았다. 산만한 글들 가운데 슬쩍슬쩍 비치고 있는갈증들... 그날 쓴 일기의 마지막 줄은 이랬다.
"그래, 글을 써 보자. 무엇이라도 좋으니, 아무렇게라도 좋으니 끄적거려 보자. 뭐,남에게 보일 것도 아니지 않은가."
춤추라, 아무도 보지 않는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는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
그런 나의 속사정을 누군가 엿보기라도 했다는듯이 우연한 기회에 브런치를 만나 고마운 글마당을 얻게 되었다. 쓰고 공유하고 돌아보는 일만도 뜻하지 않은 보람인데, 글벗들의 소중한 작품들을 매일 만나는 즐거움은 또 어떤가.하지만 보고서나 만지던 사람이 언어적 감성을 조성해 글을 자아낸다는 것이 막상 닥쳐 보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섭취한 것이 허술하니 뱉어낸 글들이 얄팍할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움이 없기에 격이 없는자유라고 우기면서 서너 달 글쓰기를 계속해왔다. 적어도 민폐가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쓰고 다듬었지만 초심자의 풋내를 어찌 감출 수 있었으랴. 그러한 어설픔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께 원고지 묶음을 선물 받았던 소년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니 그만으로도 풋풋한 의미를 얻었다고 하겠다.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글마당과의 인연이참 고맙게 느껴진다.
저 기본기 없는 우물거림은 나에게 쓴 편지이다. 그리고 다시 어린 나에게 보낸 늦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다.
싱그런 잉크를 펜촉에 담뿍 찍어 시를 쓰던 소년 대신이제베이지 카디건을 입은 낡은이가 구부정하게 앉아 우물쭈물 밤 늦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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