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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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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햇살이
마른 숲 비껴 지나면
발아래 깊고 긴 그림자
남루한 담요를 덮어쓴
오래전 잊혀진 주검들
주검 아래 주검, 심연
키가 큰
무료 카지노 게임 숲에 서면
심연 속에서
무슨 일이 궁리될까 하는
오리무중의 산골짜기
아직 어린 소나무들이
푸릇한 호기심으로
어둠을 곁눈질한다
무엇인가 언뜻 봤다는 듯
하얗게 놀란 자작나무
겨울새 몇 마리 앉아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면
주검 아래 웅크린
기억나는 무엇,
숨결 같은 것!
명절 연휴 내내 눈이 많이 왔다. 여기 작은 산마을은 그야말로 설국이 되었다. 깊숙한 곳에 사는 지인 하나는 주변 설경 사진과 함께 강제적 고립을 즐거워하는 낭만 가득한 마음을 SNS에 띄웠다. 독서와 명상을 좋아하는 그는 아마도 최고의 휴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양면성이 있다. 며칠 째 손님이 없는 식당이나 트럭을 도로옆수로에 빠뜨린 K사장, 차례를 지내러 가지 못한 Y부부는 "낭만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라며 볼멘소리를 할 수밖에.
목도리를 칭칭 두른 후 두꺼운 장갑까지 단단히 채비하고서 오래간만에 산책을 나선다. 출발할 땐 춥다 싶었는데, 점차 바람이 잦아들고 햇살이 온화하게 비추자 눈이 빠르게 녹기 시작한다. 평소처럼 물가길을 걷다가 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마을에서 창암산 기슭으로 100미터 정도 곧게 뻗어 있는 이 도보전용 다리는 수년 전 산책로를 조성하면서 새로 지어진 것이다.
호우 등에 대비해 안전이 고려된 충분한 높이는 건널 때마다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한다. 그 높이 덕분에 다리는 그 자체로 물길을 조망하는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다리를 건너는 중간에 잠시 쉬어 서서 바라보면 백무동에서 내려와 마을 옆으로 흐르는 임천의 아름다운 물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물의 양이 많지 않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 녹은 후에는 넉넉한 수량으로 보기 좋게흐른다. 바라보면흘러가는 수량에 비해서 개천이 너무 깊고 넓다고 여겨지지만 그 진가는 장마철이 되면 알 수 있다. 장맛비가 쏟아지면 계곡물로 가득 찬 개천은 사나운 강이 되어 위협적으로 출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어난 물이마을로 범람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무료 카지노 게임이 안전한 것은 너그럽고 속 깊은사람의 마음같은 임천의 강폭과 깊이덕분인 것이다.
다리를 건너면 산기슭을 따라 조성된 자락길을 걸을 수 있다. 물줄기 하나 건넜을 뿐인데 산그늘 안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방부목으로 잘 조성된 산책길. 역광에 세세하게 빈 가지들을 드러낸 겨울숲이섬세하고 사색적인 단색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걷다 보면 만나는 것들. 바위를 감싼 이끼들에 아직도 남아 있는 푸른 기운,푸름을 지탱하려는 산죽의 안간힘, 겹겹이 쌓인 무료 카지노 게임들 위로 아직 녹지 않은 하얀 눈이불, 잘게 겹쳐진 나뭇가지 사이로 잠깐잠깐 부서지는 오후 햇살! 물소리와 함께 들리는 겨울새의 속 깊은 울음소리가 청량한 찬바람에 묻어온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숲, 상념을 하나 담고 조용히 산책하기에 내게 이만한 곳이 따로 있을까?
이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온 숲에,마을에 생기가 가득하다고 느꼈었는데, 한겨울에 오니 마을도 빈 것처럼 보이고 숲이 다 죽은 듯하네요."
수년 전 옆 마을 어느 사찰의 공부 모임이었다. 모임을 여는 말로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인사하는 시간에 한 여성참석자가 그렇게 말을 꺼냈다. 때는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미흡한 조치 등으로 모두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고, 분노할 때였다. 사람들의 마음도 침통한 무채색의 겨울이었으리라. 합석하신 한 스님이 그 말을 받았다. 오래전 이야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겨울에 숲을 바라볼 때 꽃과 잎은 다떨어지고, 모두 생명을 다한 듯 보이지만, 저 죽음이 없다면 새로운 생명도 없는 겁니다. 떨어진 것들은 썩고, 썩음은 자양분이 되어서 새롭게 생성하는 것의 일부가 되는 것이니 죽음을 단절이라고만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러니 우리가 어둠을 바라볼 때는이면에 담긴 빛을 함께 볼 수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어둠은 우리네 삶 도처에 있지요. 그 어둠을 어떻게 만나고 다룰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봅시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 길을 택하여 걷다가 길 없는 숲을 조금 헤치고 들어가면 비탈진 무료 카지노 게임 숲과 만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 무료 카지노 게임 숲을 바라보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또 내가 특히 좋아하는 시간은 늦은 오후, 곧게 자라 키가 큰 무료 카지노 게임 숲으로 해가 비끼어 비칠때, 긴 그림자들의 명암이 자아내는 쓸쓸한 풍경에는사람의 마음을 평소와 다르게 만드는 신비가 있다.
가까이 다가간 무료 카지노 게임 숲, 푸름은 짙은 갈색 속으로 사라지고,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나무와 나무 사이 깊은 그림자 안으로 수북이 쌓여 있는 무료 카지노 게임. 켜켜이 쌓인 무료 카지노 게임은 눈비와 바람과 세월에 풍화되고, 삭고 또 삭아 부엽토가 된다. 부엽토는 그 자체로 자양분의 보고가 되어, 생동기에는 나무를 키워내고, 추운 겨울에는 작고 연약한 생물들의 보호처가 되어주다가,새봄이 오면 기적처럼 생명들을 탄생시킨다. 지금죽은 듯 적막한 겨울숲은 무수한 생명을 잉태하고, 그 신성한 영생의 비밀을 고이 간직한 성스러운 모태인 것이다.
'무사하여라. 모두 무사하여라.'
지리산 어머니숲의 자애로운 음성이 차가운 겨울 속 맑은 바람결에 실려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