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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진 May 15. 2025

무료 카지노 게임 시대에서 저작권 말하기

2025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에 출판 업계에 질문을 던진다

아주 어렸을 적에 나는 그림 그리기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순수회화보다는 만화 캐릭터를 좋아하고 따라 그릴 뿐이었지만. 당시에는 TV를 틀면 세일러문이나 천사소녀 네티, 꼬마 마법사 레미 등 귀엽고 깜찍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있었고, 그런 만화를 좋아하던 내게 아버지는 기꺼이 만화잡지를 사주기도 하셨다.

그런 꿈과 모험, 환상과 낭만을 그리는 소녀들에게는 엄격히 지켜져야 하는 규율이 있었으니, 바로 '파쿠리[パクリ]'와 '트레이싱[tracing]'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파쿠리'는 일본 속어로 원래는 도둑질을 뜻하는 단어인데 이 경우 그림체나 특징 등의 도작을 말하고, '트레이싱'은 밑에 원본 그림을 깔고 따라 그리는 행위를 뜻한다. 표절에 서서히 민감해지기 시작하던 과도기적 시기라 그림 커뮤니티에서는 다음 같은 일이 발생하곤 했다. 익명의 누군가가 꽤 잘 그린 그림을 올린다. 온전한 그 사람의 창작물이라면 추천 수가 올라가고 칭찬 댓글이 달리는 것 말고는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그림에 도용과 관련된 의심이 싹텄을 경우, 또 다른 익명의 누군가가 원본 그림을 귀신같이 찾아와서 '트레이싱'이냐, 그림체 '파쿠리' 아니냐 문제를 제기한다. 원본이 되는 그림과 해당되는 그림을 비교하며 조목조목 짚어낸다. 그렇게 심판대에 오른 익명의 누군가는 대체로 세 가지 태도를 보인다. 아니라고 잡아떼거나, 사과문을 쓰거나, 잠수를 타거나…. 타인의 작품을 자신의 것인 양하는 게 잘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장면은 일종의 인민재판이기도 했고, 사이버 불링의 형태를 띠기도 했던 탓에 그림을 그렸던 시간들 동안은 잔뜩 긴장하며 살았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의 창작물에 대해 쉽고 안일한 생각으로 다루지 않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겠지만.


내가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된 지는 오래되었고, 그 사이 이세돌과 알파고가 바둑 대결을 했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1승을 따내며 온 국민이 환호했던 기억도 선명하다. 하지만 그 환호 이면에 '무료 카지노 게임가 일상에 정착하게 되면 창작 분야는 안전할 거야, 아마 단순노동이나 계산하는 업무가 제일 먼저 밀려나겠지.'라던 긴장감도 함께 도사리고 있었다. 그 예측은 마치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먹구름 같아서 누군가는 더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될까 불안해했고, 누군가는 나는 괜찮을 거라고 하면서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창작은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믿음과는 달리 무료 카지노 게임는 창작 분야'마저' 붕괴시켰다. 지금 카카오톡을 열어 친구 목록 스크롤을 쭉 한번 내려보자. 자아를 드러내는 수많은 프로필 사진들 속에서 우리는 무료 카지노 게임 생성형 이미지로 만든 프로필 사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은 창작물에 대하여 저작자나 그 권리 승계인이 행사하는 권리로 저작자의 생존 기간 및 사후 70년간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직도 두 눈 버젓이 뜨고 살아 있는데, '지브리 프사'가 한 번 유행을 타기 시작하더니 너 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사진을 손쉽게 변환시키고 있다. 어떤 사람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작가들의 그림체마저 훔쳐달라고 요구한다. 수치심을 느끼는 이는 이 광적인 흐름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뿐이다.


흐르는 딥러닝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누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까? 무료 카지노 게임는 기존에 존재하는 이미지나 텍스트 등을 학습하여 재창조하는 작업을 한다. 누구의 글과 그림을 바탕으로 그렸는지, 그건 거의 모든 경우에서 파악하기 힘들다. 어떤 사람의 작업물이 갈려 들어갔을지 우리는 그저 지금까지 봐왔던 그림들로 짐작해 볼 수밖에 없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일상에 스미고, 사람들이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일을 맡기자 위태로워진 창작자들은 자신의 저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23년, 지구 반대편에서는 할리우드 작가들이 무료 카지노 게임 사용 계획에 반발해 파업을 일으켰다. 오늘 클릭한 인터넷 기사 말미에는 무료 카지노 게임 학습에 무단 활용하지 말라는 문구가 보인다. 올 1월에는 지상파 3사 기자들이 자신의 저작물을 지키기 위해 네이버에 소송을 걸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한 철학 에세이에는 표지와 본문 등에 무료 카지노 게임 엔진이 생성한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작게 쓰여있다. 일본 작가가 쓴 글쓰기 책 표지에는 지브리 화풍의 생성형 이미지가 사용되었고, 일부 동화책 업계에서도 무료 카지노 게임 사용은 '안 하면 손해'인 것처럼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생성형 일러스트를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한 동화책은 중쇄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책은 저작권의 집적체인데, 잘 쓴 글에 무료 카지노 게임가 만든 표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래도 괜찮은 걸까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내가 이 책을 온전히 좋아해도 되는 걸까, 파쿠리 심판을 죽 지켜봐 왔던 나는 이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다.


어릴 때 봐왔던 그 심판은 비록 폭력적이긴 했으나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훔친다'라는 행위가 주는 감정, 수치심을 내게 알게 해 주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무료 카지노 게임가 끼어버렸으니, 사람들은 더 이상 수치심을 느낄 필요가 없어졌다. 논란이 발생했을 때 책임지는 것은 수치심을 모르는 무료 카지노 게임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인간이 가지는 실존적 불안과 경제적 사정 등을 헤아리며 일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림을 요구받았으니 만들어서 내줄 뿐. 그렇게 로봇이 자리한 곳에는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것들이 사라진다.

출판업계의 생성형 이미지 사용은 사실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 그림을 사용했다는 문구가 적힌 책과 중쇄를 찍어내는 생성형 이미지로 만들어진 동화책은 는 아무리 한두 권이라도 질서를 흔들어놓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출판계에 몸담아본 적 없어 한 권의 책이 나오는 과정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들의 글을 무료 카지노 게임로부터 지키고 싶은 만큼, 무료 카지노 게임가 그린 그림을 활용해서 출간할 수 없도록 이제는 더욱 견고한 출판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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