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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모즈 Apr 21. 2025

플로리스트의 흔한 직업병: 꽃가루 카지노 게임

또 터졌다. 지긋지긋한 꽃가루 카지노 게임

코는 꽉 막혀 있어서 호흡이 곤란해 지고 귀까지 막혔는지 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린다. 코가 잠시 뚫렸다 싶으면 이내 콧물이 쉴새 없이 흐른다. 코를 연신 풀어대니 코 주변이며 인중이 벌겋게 헐어버렸다. 그 따가움을 견디지 못하고 휴지 두칸을 뜯어 둥글게 만 뒤 콧구멍에 쑤셔 넣었다. 막혀있나 휴지로 막나 어차피 그게 그거다.

눈도 간지러워 미칠 지경인데 손등으로 비벼대니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붉은 눈알처럼 볼썽사납게 충혈되어 버렸다. 하지만 정작 손쓸 수 없게 간지러운 부분은 어딘줄 아는가?

바로 입 천정이다.

카지노 게임가 심해지면 나는 꼭 입 천정이 가렵다. 당연히 손가락으로는 긁을 수 없으니 혀를 말아 올려 입천정을 훑는 수 밖에 없다. 그러다 에취.

재채기가 시작된다.

에취 한 번, 에취취 두 번, 세번,… 아홉, 열 번.

재채기 최장 기록은 열여섯 번인가 열 일곱번을 연달아 한 것이다. 그럴때면 기립성 저혈압이 온 것처럼 눈 앞이 캄캄해져 자리에 주저 앉는다.

간지러움과 재채기가 마치 폭발하듯 터져나오기 때문에 나는 카지노 게임를 '터졌다'라고 표현한다.


봄이면 꼭 이렇다.

이 무렵이면 꽃들은 번식을 위해 꽃가루를 내뿜는다. 벌이나 나비를 통해 번식을 하는 꽃(충매화)들도 있지만 자연속 대부분의 꽃들은 바람을 통해 번식을 한다(풍매화). 이 편이 자손을 퍼트리는데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꽃가루는 바람에 실리기 위해 미세하여 나의 걸음이 일으키는 대기의 움직임 만으로도 충분히 부유할 수 있다..

내 작업실에 있는 온갖 종류의 꽃들은 4, 5월이면 연일 꽃가루를 뿜어댄다. 그러니 이럴 수 밖에.

그러면 이때만 지나면 괜찮아질까? 그렇지도 않다.

봄에 무너진 컨디션은 여름이 되어도 골골할 때가 있다. 그러다 가을이 되면 다시 나의 작업실은 꽃들로 가득차고 가을에 번식하는 꽃들은 또 꽃가루를 내뿜는다. 사실상 아주 더울 때와 아주 추울 때를 제외하고는 일년 내내 카지노 게임에 취해 있거나 항히스타민제에 취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사람들은 내가 꽃가루 카지노 게임가 있다고 하면

"응? 플로리스트가 꽃가루 카지노 게임가 있다고?"

하며 되묻는다.

있다. 그것도 대부분의 플로리스트들이 꽃가루 카지노 게임 때문에 나와 비슷한 고생을 한다.

플로리스트는 늘 꽃을 만지기 때문에 꽃가루 카지노 게임가 없던 사람도 생기거나 있었던 사람은 더 심해진다. 나도 원래부터 카지노 게임 체질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꽤나 긴 시간 꽃 일을 하다보니 이 지경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그간 내가 마신 꽃가루를 꾸역꾸역 주워담으면 대접으로 한 그릇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참다 참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약을 타오며 서러운 마음에 글을 쓴다.

왜 참냐면,

이제 왠만한 약은 나의 카지노 게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약이라면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잠이 쏟아지거나 멍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어떻게든 카지노 게임 약을 먹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약을 먹었으므로 헤롱헤롱 곧 잠에 취할 것이다.


아 정말 지긋지긋한 꽃가루 카지노 게임

내가 꽃을 그만둔다면 진짜 너 때문이다!


p.s

내 작업실의 꽃들.

사진만 봐도 재채기가 날 것 같다.

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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