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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뜻 Nov 22. 2021

카지노 게임 스냅을 찍던 날

카지노 게임는 카메라 뒤의 햇볕을 이겨내면서



"자, 카메라 보고! 화알짝!"

어쩐지 어색한 걸음걸이, 또 어색한 몸짓.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웃음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네 사람. 우리에게 더 자연스러운 웃음을 끌어내기 위해 사진작가님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엉거주춤 팔짱을 끼고, 있는 힘껏 입꼬리를 끌어올려 렌즈를 바라본다. 와, 눈부셔. 카메라 뒤로 쏟아지는 햇볕을 겨우겨우 이겨내면서.

"아휴, 너어무 예쁘다. 이번에는 마주 보고~"

작가님의 말씀을 따라 서로서로 눈빛을 마주치려는데,

"푸핫!"

누구 한 명이 머쓱함을 못 참고 웃음을 터뜨리면 나머지 셋이서 동시에 허리를 꺾는다. 아, 너무 민망해! 입꼬리를 바들바들 떨면서 서로를 바라보다가 또 못 참고 웃길 반복 한다. 다시 카메라를 보라는 작가님의 목소리에 기다렸단 듯이 고개를 돌린다. 부담스러운 눈 맞춤의 시간을 견디고 나니 한결 표정이 풀어진 느낌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 스냅을 찍는 날. 아주 오랜만에 학교에 방문했다. 소중한 주말의 늦잠을 반납하고서 아침 일찍 일어나 난생처음 샵에서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받았다. 그래도 마지막 대학 생활을 기록하는 날인만큼, 조금쯤 기분을 내보자는 심리로. 학교로 이동하는 길에는 친구 한 명이 동선 하나를 대뜸 추가했다. 꽃집에 가야 한단다. 왜냐는 물음에, '내가 너희들 주려고 꽃 준비했지!'라고 말하며 씩 웃는다. 그렇게 각자에게 어울리는 네 가지 색깔의 꽃다발을 손에 쥐고서 우리는 학교로 향했다. 꼬박 5년을 넘게 함께 했던 건물들을 지나, 푸른 잔디가 가득 찬 광장에 도착했다. 주말임에도 교정 안은 사람이 천지였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당황해서 둘러보면 교내 곳곳에 세워진 안내판이 보인다. 입시 면접 안내 문구였다. 그제야 교정을 거니는 많은 학부모들과 앳된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와, 오늘 면접인가 보다. 그 사이에서 한껏 머리를 하고 정장을 갖춰 입은, 다시 말해 '빡세게 꾸민' 카지노 게임 모습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우리도 면접 보던 때가 있었는데, 벌써 카지노 게임이라니~"

누군가 세월의 무상함을 말하며 괜히 앓는 소리를 내면 다들 입을 모아 '그러니까~' 하고 웃는다. 아직 사회에 나가면 여전히 어린 나이인 카지노 게임지만, 그보다도 어린 학생들 틈에 있으니 조금쯤 사회인에 더욱 가까워진 카지노 게임의 위치가 실감이 났다.

스냅 촬영은 두 시간에 걸친 강행군이었다. 구두에 발이 혹사당하는 걸 느낄 새도 없이 사진을 찍고 이동, 찍고 이동, 학위복을 입었다 벗었다, 다시 또 찍고 이동하길 여러 차례. 예정되어 있던 시간보다 10분 정도 더 포즈를 잡고서야 촬영이 끝났다. 다음 스케줄이 있음에도 끝까지 열정적으로 촬영을 진행해주신 작가님께 몇 번이고 허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잔뜩 쌓인 짐들을 그제야 정리했다.

함께 사진을 찍는 친구가 준비해준 꽃다발, 사진을 찍는다는 소식에 찾아와 준 두 명의 동기 언니들이 한 송이씩 주고 간 꽃들, 촬영을 위해 모셔온 학교 상징 호랑이 인형 등. 2시간 동안 손에 몇 번이고 쥐었던 것들을 가득 짐 가방에 챙겨 넣었다. 편한 운동화로 갈아 신고서 마지막 촬영지였던 전공 건물을 벗어나 다시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여전히 입시 면접을 보러 온 학생들, 우리와 마찬가지로 카지노 게임 사진을 찍는 카지노 게임생들, 건물 안으로 학생들을 들여보내고 발을 구르며 기다리고 있는 학부모들로 바글바글했다. 그 수많은 인파를 담고 있는 정문을 바라보는데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안녕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딱히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지도, 평소 엄청난 애교심을 가지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이 교정 속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졌다. 학위증을 받고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도 않았던 스스로가 무색할 만큼 푸른 잔디를 돌아보니 큰 아쉬움이 몰려왔다.

대학에 오고 나서는 그런 말을 자주 카지노 게임.

대학에 꼭 가야 하는 건 아닌 거 같아.

여기에 오기 위해 쏟아부었던 무수히 많은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게 대학 같다고. 대학에서 뭘 배웠어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명쾌한 답 하나도 내리지 못할 것이라 장담카지노 게임. 사실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스무 살의 나와 스물다섯의 나를 비교해봤을 때 학문적으로 굉장히 깊이가 깊어졌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두루두루 아는 거야 많아졌겠지만, 자신 있게 이걸 전공카지노 게임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부끄러운 것도 사실인지라.

그럼에도 이곳에 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얻은 학위나, 그것이 주는 취업 시장에서의 안정감, 타인들의 인정 같은 게 그 이유는 아니다. 함께 해준 사람들이 귀카지노 게임. 너무나도 귀한 사람들을 이곳에서 만났으므로, 이곳에서의 5년이 결코 아깝지는 않다고 생각카지노 게임.

스무 살, 좁은 편집실에 모여 앉아 다 같이 밤을 새우던 기억이나,
스물한 살,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만든 카지노 게임만의 영화를 상영했던 기억이나,
스물둘, 스누피 커피우유를 끌어안고 열람실에서 벼락치기를 하던 기억이나,
스물셋, 먼 나라로 교환학생을 간 친구로부터 그 나라의 엽서를 받은 기억이나,
스물넷, 웃기고 즐거웠던, 힘들고 고된 기억들을 안주거리 삼아 재잘대던 어느 술자리의 기억,

그 모든 것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이곳을 벗어나 맞이할 또다른 처음, 또다른 만남과 또다른 공간에도 그런 소중한 날들이 숨겨져있을 것이라 믿었다.

어쩌면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를 이곳에서의 추억을 잘 여며 매고서 정문을 나서는 길에는 그런 생각을 카지노 게임. 같은 날 학교에 찾아왔던 고등학생 친구들에게도 이곳이 꼭 그런 공간이 되어주길. 하루하루를 열심히, 또 보람차게 살아내는 목표의 공간을 넘어, 가까운 미래에 푸르름을 맘껏 기록할 수 있는 넓은 꿈과 기억의 공간으로 남길. 마냥 즐겁고 마냥 밝지만은 않은 날들이 있다고 해도 돌이켜보았을 때 즐거웠다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수놓길.

엉거주춤 팔짱을 끼고, 있는 힘껏 입꼬리를 끌어올려 나는, 나의, 당신의, 카지노 게임의 미래를 바라본다.


와, 눈부셔. 그 뒤로 쏟아지는 햇볕을 겨우겨우 이겨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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