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작업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텅빈 카지노 게임
예리하게 다듬은 연필을 쥐고
카지노 게임를 옅은 선으로 조각낸다
제각기 흘러가는 선의 흐름에
마음도 덩달아 요동친다
텅빈 작업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스케치된 카지노 게임
깔끔하게 정돈된 파레트를 쥐고
하얀 평야를 색감으로 물들인다
저마다 질척이는 끈적거림에
마음도 덩달아 침전한다
텅빈 작업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내가 봐도 아름다운 나의 그림
누가 봐도 아름다울 나의 그림
내가 봐도 아름다운 나의 그림
누가 봐도 아름다운 나의 그림
내가 봐도 아름다울 나의 그림
누가 봐도 아름다운 나의 그림
다음 주 관객이 가득한 갤러리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을 나의 그림을 떠올리며
한결 사뿐해진 발걸음으로 작업실을 나선다
그러나
희미하게 꺼지고 켜지길 반복하는 가로등 아래서
문득 무언가 놓쳐버린 마음이 솟구쳐
괜시리 울적해지는 오늘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