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흐르는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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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주방은 달그락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그릇과 그릇이 부딪히고, 칼날이 도마 위를 반복적으로 스치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함께 살 때엔 지겹기만 했던 알람 같은 엄마의 주방 소음도 오랜만에 들으니 어쩐지 반갑습니다. 오전 열 시, 나는 더 이상 뭉그적거릴 여유 없이 외출 준비를 합니다.
매주 토요일 점심은 외할머니가 지내고 있는 요양원에 도시락을 싸 들고 가는 날입니다. 엄마는 할머니가 좋아하던 고사리나물과 소고기뭇국, 배추전, 호박전을 정성스레 포장 용기에 담아냅니다. 우리는 묵직해진 쇼핑백을 들고 집을 나서 아빠 차에 올라탑니다. 십여 분 뒤, 익숙한 건물 앞에 도착하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합니다. 출입문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코로나 자가 진단을 마친 후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접견실로 향합니다. 지난번보다 더욱 야윈 할머니를 보고 놀라는 대신 나는 더욱 오버스럽게 인사합니다. 우리 왔어요. 할머니이!
우리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팀처럼 식사를 세팅합니다. 숟가락에 밥을 얹어 할머니의 입으로 가져가는 동안 안 먹겠다고 입을 굳게 닫는 할머니를 어르고 달래가며 식사를 리드합니다. 겨우 일주일에 한 번 함께하는 한 끼라, 좋아하시던 것만 드리고 싶은 마음을 이제는 모르시겠지요. 애석함을 느낄 여유는 없습니다. 춥다고 투덜거리거나, 여기가 어디냐며, 내 고양이 방울이는 어디 갔냐고 찾으며 엉엉 우는 그의 말에 어울리는 거짓말을 찾느라 머리를 굴려야 하지요.
지연아, 카지노 게임 추천 죽었대.몇 달 전,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을 때 엄마는 뜬금없이 카지노 게임 추천의 죽음을 알렸습니다. 그 음성은 급할 것 없이 담담해 죽음을 알리는 것과는 멀게 들렸습니다. 그 단정함엔 틈이 없어 함부로 슬퍼할 수도 없었지요. 나 또한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기도 전에 이미 죽음을 알고 있던 사람처럼 곧바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그렇게 됐네. 삼촌은 괜찮대? 엄청 울었겠지, 아마.
당연하지. 이 사진 봐봐, 꼭 끌어안고 있어. 화장해서 나무 밑에 묻어줬대. 예전에 할머니 주택 살 때 방울이가 맨날 그 나무 앞에 서있었는데. 삼촌이 거기에 묻었대.
오래 살았지, 카지노 게임 추천.
오래 살았어. 인간 나이로 백이십 살이라잖아.
이십여 년 전 할머니가 데려온 고양이, 방울은 훗날 할머니보다 더 나이 든 노령 묘가 되어 할머니를 따라 고양이 치매를 앓았습니다. 평생을 까칠하기만 했던 그의 성격이 더욱 까칠해진 것은 물론 밤마다 시도 때도 없이 우는 바람에 삼촌은 층간 소음의 가해자가 되어버렸지요. 할머니가 요양원에서 지내기 시작한 뒤론 방울의 치매 증세는 급격히 심각해졌습니다. 언제부턴가 삼촌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집안 곳곳의 묻어있는 고양이의 배변과 한 톨도 먹지 않아 수북이 쌓인 밥통을 매일 마주해야 했거든요. 수년간 방울을 봐온 의사 선생님께선 안락사를 권했습니다. 자기 자신도 사는 게 지옥일 거라고, 이미 죽은 몸인데 정신만 겨우 깨어있는 것뿐이라고요.
나는 가만히 카지노 게임 추천을 생각합니다. 희미해지는 할머니의 냄새를 찾아 구석구석 킁킁거리는 방울, 한낮에 방에 혼자 깨어있는 외로운 방울, 그리움에 사무쳐 밤마다 소리 내어 우는 방울, 이 집에 더 이상 오지 못할 할머니를 하염없이 기다리느라 맘 편히 눈 감지도 못하는 괴로운 방울.
방울이는 잘 있대요. 할머니가 밥 잘 드시고 다리 아픈 것도 나으면 삼촌이 방울이 데리고 온다고 했어요. 할머니, 얼른 호박전 드세요.
진짜? 거짓말 아니지? 같은 질문을 이어가는 할머니의 음성이 접견실을 채웁니다. 그럼요. 꼭꼭 씹어 드세요. 우리의 대답은 점점 물기를 머금습니다. 폭격처럼 쏟아지는 실시간적인 슬픔을 방패도 없이 감당하고 있느라 방울의 죽음을 넋 놓고 슬퍼하지도 못합니다. 이 망할 놈의 병은 아마 끝까지, 저 끝까지 우리 모두를 못살게 굴겠지요. 해결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는 우리는 다음 주 도시락 메뉴를 선정합니다. 오늘 특히 많이 드신 호박전은 다음 메뉴에도 포함하기로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