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1 - Into the Abyss
파트 1 - Into the Abyss
어둠이 짙게 깔린 회의실. 스트라이프가 의자에 앉아 목을 움찔거리며 긁는 틱 증상을 반복한다. 손끝이 탁자 위를 톡톡 두드리며 불안한 리듬을 만든다. 방 중앙에는 어둠 속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윽고 그 연기는 스멀거리며 기이한 실루엣으로 모여든다. 얼굴이 희미하게 일렁이고, 그 형체는 끝없이 변형되며 안정되지 않는다. 눈이 떠지거나 입이 미소를 짓는 듯하지만 곧 사라지고 흔적도 남지 않는다. 파라사이트다.
스트라이프: 늦었다. 기다리게 하지 마라.
(그의 목이 짧게 경련을 일으킨다. 손끝이 다시 탁자 위를 톡톡 두드린다.)
파라사이트: 흐흐흐… 저를 부르시다니, 무슨 일입니까?
스트라이프: 김카지노 쿠폰이다. 자비 일행이 그를 구하러 온다.
(스트라이프의 손짓과 함께 공중에 김민석의 모습이 투영된다. 작은 방 안, 컴퓨터 모니터의 희미한 불빛만이 공간을 비춘다. 민석은 침대 위에 웅크린 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무기력하게 화면을 스크롤하고 있다. 방 안에는 라면 냄새와 축축한 공기가 가득하다. 그는 모니터에 멈춘 게임 로비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 스마트폰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한다.)
김카지노 쿠폰: 그냥... 아무도 연락 안 하면 좋겠어.
(카지노 쿠폰은 이불을 덮어쓰고 눈을 감는다. 스피커에서 반복되는 게임 음악도 이제는 그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는다.)
김카지노 쿠폰: 나가봤자 똑같잖아. 그냥 여기 있을래.
(이때 방 안의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진다. 차가운 바람이 창문을 흔들고, 파라사이트가 검은 연기처럼 카지노 쿠폰의 방에 스며든다. 카지노 쿠폰은 눈을 감고 있지만, 무언가가 그의 몸 위에 내려앉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파라사이트: 그래, 넌 여기 있는 게 맞아. 아무도 너를 필요로 하지 않아. 나가봤자 상처만 남을 뿐이야.
(카지노 쿠폰은 떨리는 숨을 내쉬며 속삭임에 점점 빠져든다. 머릿속에 가족의 비난과 친구들의 외면이 겹쳐지고, 그의 과거 실패들이 파라사이트의 목소리와 함께 되살아난다.)
파라사이트: 여기 있으면 돼. 그냥 조용히, 아무도 널 방해하지 않게.
김카지노 쿠폰: ...그래. 나갈 필요 없어. 그냥 여기 있을래.
(파라사이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지노 쿠폰의 마음 속 깊이 파고든다. 검은 그림자가 그의 몸을 감싸며 카지노 쿠폰의 의지는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방 안의 공기는 더욱 짙고 무거워진다.)
스트라이프: 그래. 그를 묶어라. 문을 열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어라.
(스트라이프는 목을 움찔거리며 손끝으로 탁자를 두드린다.)
파라사이트: 걱정 마십시오. 자비 일행이 오기 전에 모든 게 끝날 겁니다. 아무도 그 문을 열지 못합니다.
(스트라이프는 짧은 경련과 함께 눈을 두세 번 깜빡이고 탁자를 한 번 더 두드린다.)
스트라이프: 가라.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파라사이트는 연기처럼 흩어지며 카지노 쿠폰의 방으로 완전히 스며든다. 회의실에 남겨진 스트라이프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속삭인다.)
스트라이프: 이번엔...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