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쿠폰 속 마음
어린이날 파티 초대에서 알아차림
“아빠! 나 카지노 쿠폰 엄청 많이 받아왔어!”
다온이가 영어학원에서 돌아오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가방을 뒤적였다. 어린이날을 맞아 학원에서 떡볶이랑 과자 파티를 연다고 한다. 친구들을 초대해도 된대. 다온이는 들뜬 표정으로 종이 초대장을 손에 쥐고 친구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내려 갔다.
10명, 11명… 14명.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가 웃으며 외쳤다.
“다온아, 그렇게 많이 초대하면 어떡하니!”
다온이는 잠시 멈추더니 대답했다.
“괜찮아. 다 오진 않을 거야. 초대해도 못 오는 친구들도 있어.”
순간, 생각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말에 나도 아내도 놀랐다. 아이의 단순한 흥분인 줄만 알았는데 다온이 나름의 사회적 예측과 조절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그다음 말이 더 놀라웠다.
“한준이랑 채린이도 데리고 갈 거야. 같이 과자 먹을 거야.”
다섯 살 난 남매둥이 동생들까지 파티에 데려가고 싶단다.
“그건 친구 초대잖아. 동생은 좀…” 아내가 머뭇거리자 다온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 마! 선생님께 벌써 물어봤는데, 데려오라고 하셨어!”
순간 웃음이 나왔다.
다 챙기고 있었구나. 어린 마음속에도 이미 계획과 배려, 책임이 담겨 있었다.
예전에 봤던 논문에서는 초등학생 평균 친구 수가 7~8명이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다온이는 그 숫자를 훌쩍 넘겼다. 그런데 사실, 나는 친구의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아이들이 이 시기에 발달되는 것 중 하나가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과 관계의 질(relational quality)이다. 외향적인 아이는 넓은 친구관계를 선호하고, 내향적인 아이는 깊은 유대에 집중한다. 중요한 건, 그 관계 안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는가”이다. 즉 정서를 인식하고 잘 해석해서 표현하는 능력에 기반한 관계에서 신뢰(trust)를 쌓는 경험이다.
다온이는 지금 부모에게서 점점 친구들에게로 관심의 축을 옮겨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서서히 안정적인 초기 애착이 형성된 아이는 학교에서 학원에서 놀이터에서 탐색 행동을 더 적극적으로 한다. 다시 말해, 안심하고 나아가는 힘을 갖는다는 거다.
이번 초대장 사건은 단순한 파티 참여가 아니었다. 친구들을 떠올리고, 상황을 예상하고, 동생을 챙기며 또 다른 공동체를 조직해 보는 작은 사회적 연습이었다. 관계 맺기의 첫걸음을 다온이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디딘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는 이 과정에서
“부모인 나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이다.
나는 아이가 맺는 수많은관계보다 그 안에 ‘자신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단 한 사람’ 그런 관계가 있는지를 잘 살펴야겠다.
그 단 한 사람이 친구이든 가족이든, 다온이가 그 사람과 신뢰를 바탕으로 열린 마음으로 잘 소통한다면 이미 잘 크고 있는 거다.
“오늘도 아이를 믿고, 아이의 마음을 따라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