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카지노 게임가 동일할 때 생기는 문제에 관하여
처음 책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까이꺼 혼자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업이 카지노 게임인데 굳이 다른 사람에게 맡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 자그마한 재능과 경험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내 책을 나만큼 잘 알고 잘 만들 사람은 없다는 생각도 했고요. 아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용감을 넘어 얼마나 오만했는지요!
지난번 이야기했듯, 글을 쓸 때까지만 해도 아주 즐거웠습니다. 탈고를 하고 편집하려는데, 어색한 문장이 하나도 안 보였어요. 늘 쓰던 표현이라 익숙했고, 왜 그 말을 썼는지 뻔히 아니까 어색하게 느껴질 리가 없었죠. 문장도, 구성도, 흐름도 괜찮았어요. 적어도 제 눈에는요. 그게 문제였습니다. 제 눈에 어색하지 않다는 것.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하고 선택한 방법은 ‘시간을 갖는 것’이었어요. 일단 원고에서 손을 떼고, 디자인 시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네, 디자인도 직접 하기로 했답니다 허허).
보통 디자인을 넘기기 전에 카지노 게임는 화면 교정을 보고 최최최종 원고를 만듭니다. 이 단계에서 최대한 수정을 마쳐야 디자인 단계에서 죄송할 일이 줄어들어요. 디자인이 반영된 교정지가 나오면 또 교정을 보지만 이때의 교정은 되도록 내용을 크게 흔들지 않는 선에서 진행하려고 노력합니다. 최종교에 가까워질수록 큰 수정은 큰 사고를 불러오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순서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이랬다 저랬다 해도 ‘내 탓이오’가 될 테니 부담이 적기도 했고, 무엇보다 원고와 거리 두기가 필요했어요. 시간을 갖고 다시 읽으면 그때마다 어색한 문장, 습관이 된 말투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억지로 낯설게 하기를 반복하며 작가와 카지노 게임를 분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찌어찌 책이 나왔고, 부끄럽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나답게 만들었다고요.
책이 나온 뒤, 출판계 선배님들께 책을 보내드리고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좋은데…"로 시작하는 좋은 말들 뒤에 공통적인 의견이 있었어요. 작가가 매력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아차! 싶었습니다. 작가를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것은 카지노 게임와 출판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다른 사람의 책을 만들 때는 자연스럽게 작가를 홍보했어요. "우리 작가님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고 훌륭하냐면~~~" 늘 이 말을 입에 달고 어필하고 싶어 발을 동동 굴렀죠. 인터뷰나 북토크 등 작가님과 책을 홍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마케터 님들과 머리를 맞대곤 했어요.
하지만 스스로 작가이자 카지노 게임이자 출판사인 경우, 본인이 본인을 어필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우리 작가님'이 내가 되는 순간 자화자찬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게다가 '내 출판사에서 낸 내 책'이라는 타이틀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누가 내주지 않아서 스스로 낸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아무것도 드러내고 싶지 않고, 책만 알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선배 출판사 대표님께 고백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왜? 그거 최악의 작가잖아?"
정신이 확 들었어요. 내가 함께 작업한 작가가 스스로 조금도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책을 위한 어떤 활동도 하지 않는다? 그보다 나쁜 건 없더라고요. 출판사와 작가가 발맞춰 뛰어도 모자랄 판에 숨을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내 책을 내가 만든다는 것은, 자기 객관화와 다방면의 자기 어필이 필요한 어려운 일임을 일단 저지른 후에 깨달았습니다.
"그게 바로 메타인지 아니겠어요? 자기를 낯설게 바라보고 강점과 매력을 캐치하고, 그걸 어필하는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거죠."
귀한 피드백을 주셨던, 한 선배님께서 카지노 게임이자 작가가 쓴 책을 여러 권 추천해 주셨어요. 재미있는 건, 카지노 게임 출신 저자의 책을 본인이 직접 편집한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2020, 샘터),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2022, 더퀘스트), <누구나 킥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2024, 위즈덤하우스)를 출간한 도제희 작가는 도은숙이라는 본명을 두고, 도제희라는 필명을 택하여 역할을 분리합니다. 각기 다른 세 군데의 출판사에서 책이 나왔고요.
글항아리 편집장인 이은혜 작가의 <읽는 직업(2020, 마음산책)도, 마름모 출판사의 대표이자 카지노 게임인 고우리 작가의 <카지노 게임의 사생활(2023, 미디어샘)도, 터틀넥프레스의 대표이자 카지노 게임인 김보희 작가의 <첫 책 쓰는 법(2023, 유유)도 다른 출판사의 다른 카지노 게임가 작업한 책이었습니다.
내가 한 작업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
원고에 함몰된 카지노 게임의 눈이 아닌, 신선하고 맑은 독자의 눈으로 원고를 바라보는 것.
경력이 한참 쌓이고, 나중에 알게 됐다. 그게 편집에서 얼마나 중요한 원칙인지를.
아마 그게 편집의 대원칙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카지노 게임의 사생활 중에서
작가이자 카지노 게임인 선배님들의 책을 정독하며 이마를 탁탁 치기를 여러 번. 카지노 게임는 작가의 글을 작가보다 많이, 그리고 깊이 읽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내가 쓴 글이 아니어도, 원고에 매몰될까 늘 독자의 눈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이 '편집의 대원칙'이지요. 하물며 본인이 작가이자 카지노 게임일 때는 오죽할까요!
카지노 게임가 독자의 눈으로 보기 위해 원고를 탁탁 터는 사람이라면, 작가이자 카지노 게임는 본인을 탈탈 털어 먼저 카지노 게임가 되는 훈련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결국 '두 번 낯설어져야' 하는 것이죠.
그걸 이제야 알다니, 저도 참 어지간합니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이미 책은 나왔고, 지금부터라도 책 바깥에서 드러나는 노력을 해보아야지요. 앞으로 이름서재에서 제 책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이 있다면 부디 3단 분리에 성공하기를!
다음 주 예고
출판사 이름이 왜 이름서재인지 궁금한 분들 많으시죠? 서점이냐, 출판사냐, 뭐냐 묻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름서재의 이름 짓기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