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
일주일 전 전화가 왔다.
지난가을에 여행상품을 신청하셨던 분인데 갑자기 한 분이 다치시셨서 취소를 했다가 올해 5월 출발 유럽 20일 상품을 다시 신청하신 분들이다
신청하신 분들의 대표자는 70세이고 함께 여행하시는 남편분의 나이는 73세이며 그분의 여동생은 67세이다.
모객상황이 좋지 않아서 출발이 힘들다고 말씀드렸더니 지금 아니면 우리는 다시 유럽 여행을 못할 수 있니 어렵더라도 출발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신다.
죽기 전에 미켈란젤로의 천지청조는
내 눈으로 직접 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순간 마음이 소스라쳤다. 다음날 이것저것 알아본 후 여행을 갈 수 있는 선에서 말씀을 드렸다.
모든 도시에 방 2개 아파트를 빌려서 세분은 방에서 주무시고 저는 거실에서 자면 가능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마냥 고맙고 좋다고 하신다.
영어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그랜드 마더와 그랜드 파더라고 부른다. 나이 많은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어를 실버여행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실버여행이라고 하는 순간 그 어떤 분도 신청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실버여행보다는 그랜드카지노 게임가 좋다고 생각한다.
17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귀족 자제들이 이탈리아의 선진 문명을 보는 여행을 그랜드투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것이 유학이었다면 21세기 한국의 나이 드신 분들이 하는 그랜드 카지노 게임는 삶의 실존과 생존이 담겨 있는 여행이다.
17세기에 살았던 귀적의 자제들이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와서 성장했다면 21세기 대힌민국의 어른들은 유럽 여행을 하면서 지금 여기 내가 살아 있다는 황홀함을 즐기면서 평생 동안 버려두었던 나 자신을 고귀하게 생각하며 사랑하게 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5월 23일 세분을 모시고 그랜드 카지노 게임 20일 여행을 한다.
이번 여행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는 모르겠다.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다녀와서 나쁘지 않으면 앞으로 남아있는 내 삶의 시간 동안 그랜드 카지노 게임의 인솔자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분들의 삶의 마지막에는
평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