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8.15 ~ 8.19까지 강원도 영월과 횡성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19일 오후 3시쯤 집에 도착해 아내는 짐 정리와 밀린 빨래를 하고 난 어질러진 집을 청소했다. 아이들도 다 씻었고 이젠 쉴 시간이다 생각할 무렵 문제를 뒤늦게 알게 됐다.
큰 아들 : 아빠, 이거 고장났어요(아들이 가리킨 건 거실 벽에 있는 wall pad였다, 큰 아들은 관찰력이 뛰어나 한 번만 둘러봐도 뭐가 변했는지 금방 알아챈다)
나 : 어디 뭐가 고장났는데? (wall pad임을 확인하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이거 고장나면 기본이 10만 원 이상일 텐데 어쩌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wall pad 옆의 전원 버튼을 여러 차례 조작했지만 여전히 화면은 켜지지 않았다. 이거 아무래도 wall pad 기판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았다) 이거 안 되겠다. 월요일에 AS 불러야겠다.
아내 : 왜 뭐가 고장났는데, 화면이 안 들어오네..(아내는 부랴부랴 아파트 카페에 고장 증상을 입력하고 검색한다)
wall pad의 고장을 확인하고 20분쯤 지났을까? 이번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내 : 안방 화장실 벽에 비데와 현관문 열림 스위치 같이 붙어 있잖아. 그거 안 되는데? 어쩌지?
나 : 잠깐만, 확인해 볼게
안방 화장실에도 거실의 wall pad처럼 벽에 비데를 조작할 수 있는 스위치와 현관문 열림 등을 조작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는 통합 pad가 있는데 아무래도 거실 wall 카지노 게임 고장이 안방 화장실 pad의 조작 불능에 큰 영향을 미친 듯했다. 하지만 wall pad 업체는 commax, 비데 업체는 vovo였다. 즉, 업체 2곳에 AS 요청을 해야 하고 비용도 2배가 나올 예정이었다. 휴가 끝나자마자 이게 뭔 일인지, 더구나 오늘은 토요일이라 수리하려면 며칠은 더 기다려야 했다. 왜 이 집은 한 해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법이 없을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수리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쓰린 마음을 달랠 무렵이었다.
한참 양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된 것처럼 화장실 전등이 꺼졌다. 서둘러 입을 헹구고 거실로 나갔다. 하지만 거실은 여전히 환했다. 에어컨도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아. 전기 쪽에 뭔가 이상이 생겼구나 싶었다. 신발장 쪽에 있는 세대 분전반 함을 열었다. 그런데 지극히 정상이었다. 원래 전기가 나가면 분전반 스위치 중 뭔가가 꺼짐으로 내려가 있어야 하는데 모든 스위치가 다 켜짐 위치에 놓여 있었다. 화장실 2곳(거실, 안방)과 안방 화장대, 베란다의 전등이 켜지지 않지만 분전반은 정상인 부자연스러운 상황,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속으로 혼자 되물었다. 혹시 몰라 세대 분전반의 메인 스위치를 내리고 다시 올렸다. 그래도 전등이 꺼진 상황은 계속되었다. 혼자서 해결하려고 20여 분 정도 노력했으나 결국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저녁 9시가 다 되어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나 : 0동 0호입니다. 집에 이상이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지금 월패드 이상, 안방 화장실 비데 이상, 4곳의 전등이 켜지지 않네요. 혼자서 이것저것 해봤는데 어쩔 수 없이 전화드렸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 : 아, 그래요, 전등이 안 켜진다면 세대 분전반에서 기타 전등 스위치 확인하셨나요?
나 : 네, 세대 분전반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 : 네, 잠깐 기다려주세요, 0동 0호라고 하셨죠? 금방 갈게요
직원분이 오셔서 같이 세대 분전반함을 열고 전기 테스터기로 기타 전등 스위치를 확인했다. 정상적으로 전류가 잘 흐르고 있었다. 의자를 딛고 올라가 거실 쪽 화장실 LED 덮개를 열고 전류 측정을 했다. 어라, 세대 분전반에서는 전류가 잘 흘렀지만 화장실 전등 쪽은 전류가 흐르지 않았다. 즉, 뭔가가 화장실 전등으로 흐르는 전기를 막고 있다는 얘기였다. 땀 흘리며 여러 가지를 점검하던 직원은 이런 증상이 2번 정도 있었는데 몇 시간 지나면 갑자기 문제가 해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는말을 꺼냈다. 자신도 사무실에 내려가서 전기 도면을 찾아볼테니 월요일까지 기다렸다가 이상유무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하고는 사무실로 내려갔다. 이젠 아내의 검색 신공이 발휘될 차례다. 아내는 아파트 카페에서 관련 증상을 찾아보고는 내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아내 : 이거 봐봐, 우리 집과 비슷해
나 : 아냐, 이건 현관벨 고장 때문에 그런 거고
5분쯤 지나
아내 : 이거는?
나 : 우리하고는 달라
다시 시간이 흘러
아내 : 우리 집 증상과 똑같다.
나 : 어디 봐봐.
한 게시글에 우리 집과 같이 화장실과 안방 쪽 전등이 나갔는데 일괄 소등 스위치를 눌러서 해결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예전에 살던 집에는 일괄 소등 스위치가 현관문 안쪽에 있었는데 3년 전 이사 온 후로는 일괄소등 스위치를 본 기억이 없다. 아마도 wall pad에 일괄 소등 스위치가 들어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wall pad 화면이 꺼진 채로 고장난 상태였다. 아무래도 wall pad → 화장실 비데, 현관문 스위치 통합 pad → 전기업자 방문 순으로 수리를 진행해야 될 것 같았다. 이젠 월요일에 전화할 commax as 연락처를 알아봐야 할 차례다. 아내의 탄성이 들렸다. “어, 안방 불 들어왔다” 전등에 불이 꺼진 지 1시간 정도 지나자 언제 고장났냐는 듯 화장실과 베란다에서 불이 잘 켜진다. 이게 뭔 일이지 황당해하고 있는데 마침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직원 : 제가 도면을 찾아보니 일괄소등 스위치라고 세대 분전반 이후 소등하는 스위치가 연결되어 있네요. 이걸 찾아보시고 한 번 눌러보실래요, 그럼 다시 불이 들어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 : 저희도 아파트 카페 검색해 보고 그게 원인인 걸로 짐작하고 있었어요. 안 그래도 조금 전에 화장실 전등이 켜졌어요.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먼저 전화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직원 : 그래서 제가 아까 조금 기다려보자고 말씀드린 거예요. 그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나 :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원 : 네, 쉬세요
그렇게 주말 저녁 화장실 전등이 꺼진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월요일 wall pad와 비데 통합 스위치의 수리가 남아있다. 도대체 이 집은 왜 이럴까? 왜, 한 해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법이 없을까?20년 넘은 집도 아니고 지은 지 고작 10년 됐는데 작년엔 외벽 crack을 통해 안방 천장에 물이 새더니 올해는 wall pad가 말썽이다. 그러고 보니 이 집엔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꽤 있었다.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만 자동건조가 되지 않는 구형이었다. 아마 단종되기 전 제품을 싸게 대량 구매한 뒤 설치한 걸로 짐작됐다. 고장난 wall pad 역시 아주 후졌는데 화면을 터치하면 1~2초쯤 지나야 인식이 되는 구형이었다. 쓸 때마다 인내심을 기르게 하는 구형 pad였다. 시기가 지난 몇 년 전 제품 설치를 통해 원가를 절감했는지 수리할 것이 점점 늘어간다.고장이 늘어날수록 이 집에 정이 떨어져 간다. 초품아 대단지 아파트라 이사왔는데 앞으로 00지오 아파트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 올해 안에 다른 곳으로 이사가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