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쿠폰 없이 무엇으로 사고할 수 있을까?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언젠가 함께 일하던 디자이너가 말했다.
"기준이 너무 높은 거 아닌가요?"
"제가요?"
"디자이너가 10명이라면 7-8명은 실력이 보통일 텐데, 모든 디자이너가 다 잘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중에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일하면서 내가 너무 부담을 준 걸까?'
'이번에 맡은 업무 일정이 너무 촉박했나?'
'나랑 일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건가?'
'평범한 수준으로 7-8명 안에 속해서 편하게 일하고 싶다는 건가?'
'힘들게 일하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 지금 수준에 만족하는 걸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없는 건가? 아니면 잘하는 2-3명에 속하고 싶다는 말인가?'
'보통의 실력이라는 건 어느 정도 실력을 말하는 거지?'
복잡하게 생각만 하다가 결국 대답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대화를 넘어갔다.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다양한 연차와 경험, 그리고 실력을 가진 사람들과 일하게 된다. 누구와 일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직장 동료'는 내가 맞춰야 하는 통제 불가능한 업무 조건 중에 하나다. PL(Project Leader)로서 디자이너들에게 직접 일을 배분하고, 일정을 체크하고, 퀄리티를 검수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던 시기였다.
한때는 '내가 일을 잘하는 것'에 모든 신경을 쏟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사람도 같이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에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무리해서 에너지를 투자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가지고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어느 정도의 자원과 시간을 투자해서 잘하고 싶은가'는 제각각 다르다. 각자의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다르며, 어떤 사람은 단지 먹고살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디자이너라면 당연히'스스로 좋아서 선택한 직업일 테고, 그만큼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나처럼'이라는 생각이 엄청난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시점부터는 디렉팅을 해야 하는 PL이라는 역할의 무게가 한껏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미숙한 디렉팅 때문에 디자인 자체에 흥미를 잃거나 아예 포기해 버리는 친구들을 신입사원 시절부터 봐왔기 때문에 혹여 내가 내뱉는 한마디가 디자이너의 의욕을 꺾을까 조심스러울 때가 많았다.
디자인이라는 업무 특성상 반드시 해야 하는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 주고받기'는 감정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 굉장히 고단한 업무다. 잘해야겠다고 마음먹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다. 성격, 역량, 의지, 업무방식 등 그 사람의 스타일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업무 시간 동안 우리는 매우 바쁘다. 디렉팅은 업무 시간 외의 개인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잘할 수 없는 일이다. 상대방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디렉팅을 하면 내 기준을 강요하게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내가 왜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는지 전부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병아리 디자이너를 돕는 일은 10년 전의 나와했던 약속이니 힘내자고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나는 요즘 '혼자 잘하기'에서 '함께 잘하기'로 일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미숙함에서 능숙함으로 가는 여정에서 여러 가지 혼란을 겪고 있는 중에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꿀 같은 조언을 해주는 책을 만났다. 바로 토드 로즈의 <카지노 쿠폰의 종말이다.
우리는 모두 카지노 쿠폰 주의자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많은 '당연함'들이 사실은 야망 넘치는 몇 사람에 의해 설계되어 주입된 사고방식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카지노 쿠폰의 종말은 개인의 생각, 언론, 교육기관, 기업 등 사회 전반에 짙게 배어 있는 '카지노 쿠폰주의'의 진실을 이야기한다.
카지노 쿠폰주의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카지노 쿠폰 = 정상
카지노 쿠폰에서 벗어나면 오류
케틀러의 카지노 쿠폰주의 → 산업계 테일러에게 영향
카지노 쿠폰 = 평범
카지노 쿠폰 이상은 우월, 카지노 쿠폰 이하는 저능으로 구분하는 골턴의 카지노 쿠폰주의 → 교육계 손다이크에게 영향
이후 산업계에서는 테일러가, 교육계에서는 손다이크가 이 개념을 이어받아 세상을 지배하는 여러 시스템을 구축한다. 소수의 지독한 카지노 쿠폰주의자들에 의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니 지나친 단순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사실이다.
'카지노 쿠폰=정상' 또는 '카지노 쿠폰=평범'이라는 두 가지 카지노 쿠폰주의 사고방식은 끊임없이 교차하며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포털과 SNS에는 '여성 노동자 월카지노 쿠폰 임금 245만원', '상반기 취업자 카지노 쿠폰 스펙, 토익 740점', '내 집 마련 카지노 쿠폰 연령 43세'와 같은 기사들이 돌아다니며 매일같이 카지노 쿠폰 대잔치를 벌인다. 학교에서는 카지노 쿠폰 점수로 등급을 나누고 우등생을 가려내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엘리트 코스를 만든다. 회사에서는 관리자의 지시 아래 한 조각 부품이 되어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진급의 사다리를 오르게 한다.
- 우리는 만나는 개개인마다 반사적으로 카지노 쿠폰에 비교해서 판단하고 있으며 그 개개인에는 우리 자신도 포함된다.
- 매스컴에서 카지노 쿠폰적 시민에 대한 수치를 보도하면 저절로 이 수치에 스스로를 대조해보지 않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적정 수준 이상이면 우쭐해지고, 수준 이하면 자기 연민이나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 유형화와 계층화가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하고 마땅한 일처럼 여겨지게 되면서 (...) 판단을 받는 사람의 개개인성을 묵살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더 이상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카지노 쿠폰의 종말 p.67
어쩌면 나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철저히 카지노 쿠폰주의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병'에 걸려 내 멋대로 기준을 세우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잣대를 휘두르고 다닌 것을 보면 말이다. 20살에 취업해 회사를 다니며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에는 카지노 쿠폰에 미달될까 두려워하며 3년을 보냈고, 대학에선 늦게 시작한 만큼 카지노 쿠폰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 다그치며 4년을 보냈다.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카지노 쿠폰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불평하며 오랜 세월 지냈으니 나는 진정한 카지노 쿠폰의 노예인 셈이다.
그렇지만 이렇게카지노 쿠폰에찌든삶을살아가는것이 비단나만의이야기는아닐것이다. 케틀레이후150년이지난지금. 나, 너, 우리는모두카지노 쿠폰주의자로살고있다.
카지노 쿠폰 없이 무엇으로 사고할 수 있을까?
카지노 쿠폰주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카지노 쿠폰적 인간'에 개개인을 끼워 맞추고 특성은 배제한다. 이런 문제에 저항하는 '개개인학 science of the individual'은 생명과학과 심리학 그리고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차근차근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한 개인이 스스로에게 개개인학을 적용하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카지노 쿠폰의 세상에서 태어나 숨 쉬며 자라온 내가 진정 카지노 쿠폰에 기대지 않고 달리 생각할 방법이 있는 걸까? 카지노 쿠폰 없이 무엇으로 사고할 수 있을까?
카지노 쿠폰주의는 '개인, 교육기관, 기업' 이 세 가지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는데 지금 우리가 실질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개인 차원의 카지노 쿠폰주의다. 개개인성을 파악하는 원칙은 3가지다.
1. 들쭉날쭉의 원칙: 인간의 특성은 다차원적이다. 한 가지 특성으로 개인의 다른 면까지 판단하면 망한다.
2. 맥락의 원칙: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 특성은 다르게 발현된다.
3. 경로의 원칙: 목적지로 가는 경로는 다양하고, 속도 역시 저마다 다르다.
지금 바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은 한 명의 개인을 인간 군상으로, 특정 유형으로, 특정 등급으로 뭉뚱그려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까칠해, 개발자는 무뚝뚝해, 기획자는 여우 같아, 처럼 너무나 쉽고 간편하게 개인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카지노 쿠폰이란 머릿속에 뿌리 박힌 '당연한 것, 말할 필요도 없이 그러한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상황을 겪으며 산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서 통용되는 카지노 쿠폰과 더불어 자기 나름의 카지노 쿠폰(당연함)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성장하기 위해 일정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 기준이 '나만의 당연함'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나'의 당연함을 '너'에게 강요하는 카지노 쿠폰주의자들이 누군가의 사수가 되고, 리더가 되고, 교육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토드 로즈가 꿈꾸는 '개개인이 최고의 자기 자신이 되는 가슴 뛰는 미래'는 하나의 결정에서 시작된다.
바로 개개인을 소중히 여기기로 마음먹는 일이다.
참고 도서
토드 로즈 <카지노 쿠폰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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