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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MIN Jan 16. 2025

『카지노 게임 추천과 엽전들』

Part 9. 35-8-3

「떠오르는 태양」의 중간 부분에서 이남이의 베이스와 권용남의 드럼은 스윙감을 갖춘 연주를 넌지시 드러낸다. 신중현의 퍼즈 톤 기타 애드리브와 더불어 넘실대는 이 스윙감은 곡의 후반부까지 계속 이어진다. 하드록과 사이키델릭 록의 흔적이 드러나는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흑인음악(특히 소울)에 대한 흔적이 많이 드러난다. 「긴긴 밤」의 기타 연주가 드러내는 그루브나, 「그 누가 있었나봐」 초반부에 등장하는 훵크 기타 연주의 흔적 또한 이 앨범이 흑인 음악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청자에게 알려준다.


신중현은 결코 ‘한국 록의 대부’라는 칭호로 가둘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아니, 그는 오히려 록이 흑인음악에서 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깊이 이해했다. 흑인음악이 로큰롤이 되고 록이 된 과정을 그이는 자신의 그루브 넘치는 록 음악으로 증명했다. 또한 우리 음계를 사용하면서까지 록에 대한 대중의 위화감을 없애려 주력한 (그렇기에 「나는 너를 사랑해」 또한 당당히 이 앨범에 들어갈 수 있었으리라.) 그이의 송라이팅은 이 앨범에 이르러 비로소 완성되었다. 이 앨범에서야 비로소 신중현 사운드는 그 정체(正體)를 오롯이 드러냈다.


스트링과 키보드를 비롯한 건반 악기를 일절사용하지 않고, 리버브를 건 사운드에 오로지 연주의 합만을 남긴 이 앨범 재반(소위 일반반이라 부르는 앨범)의 연주를 내가 옹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이의 곡과 그이의 보컬은 이 버전의 사운드로만 그 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미인」의 (하드록의) 강력한 벌스와 (그루브가 첨가된) 이완된 훅의 선명한 질감은 이 버전으로만 느낄 수 있다. 「할말도 없지만」의 호쾌한 퍼즈톤 기타 연주와 더불어 외치는 신중현의 보컬은 이 재반이 그이 보컬의 커리어 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물론 초판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나는 몰라」 같은 재치 넘치는 곡도 존재하지만, 독특한 가사 솜씨와 그루브 넘치는 세션이 일품인 「긴긴 밤」과 신중현의 엽전들이 연주한 연주곡 걸작 중 하나인 「떠오르는 태양」은 오로지 일반반에만 존재한다. 어찌 들으면 가락 같고 어찌 들으면 록 같은 오묘한 표현 또한 초판의 능글맞은 사운드보다는 일반반의 툭툭 구성진 버전이 더 합당하고 나는 생각한다.


이남이는 신중현의 기타를 충실히 보좌하면서도 나름의 역량을 드러내는 절묘한 베이스 연주를 이 앨범에 실었다. 기존의 신중현이 들려준 사운드의 연장선에 있던 「저 여인」에서도 그이의 베이스 연주 표현은 미진함이 없다. 「생각해」의 중저음을 확실하게 잡는 대목이나, 「그 누가 있었나봐」에서 권용남의 까다로운 드럼 연주와 신중현의 샤우팅 섞은 보컬 사이에서 충실히 제 몫을 해내는 대목은 그저 감탄만 나온다. 권용남 또한 단순히 반주 연주로만 충실하지 않고, 「할말도 없지만」의 묵직한 드럼에서 「설레임」의 섬세한 드럼 연주까지 모두 소화하는 저력을 발휘한다. 오히려 이런 세션에서 시너지 효과가 생기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일갈하는 이 앨범의 호방한 록 사운드는 당대의 악전고투 속에서도 멈추지 않은 신중현의 새로운 출사표였다. 다행히도 이 앨범은 금지 이전까지 어느 정도의 사랑을 받았고, 신중현은 간신히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 이 뿌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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