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겨울, 카지노 쿠폰 (2)
2월 21일
열린 문을 통해 주차장에 발을 처음 디뎠을 때 차가운 바람이 목덜미를 타고 몸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그걸로 차를 한 잔 타마시고 싶을 정도로 맑고 상쾌한 바람이었다. 이내 겨울이라는 생각이 그 생각을 흩었지만, 정말이지 허무하리만치 아까까지만 해도 달아오르던 화가 녹아 없어진 것 또한 사실이었다.
바람은 그제야 시린 온도를 사방에 흩뿌렸다. 건물 너머로 희끗희끗 보이는 산과 햇살이 주는 풍경에 몸이 매달린 채로 점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거길 가고 있다는 생각도 잠시 잊은 채, 그저 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이끌려 가는 것 같았다.
샤인머스캣을 비롯한 과일을 파는 농부와, 기념품을 파는 천막, 그리고 가와구치코[河口湖] 자연생활관 건물을 지나쳤다. 오이시[大石] 공원으로 가는 흙길 너머로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과 갈대 사이로기웃거리면서 천천히산이 더 잘 보이는 곳까지 걸어갔다.
저 멀리 주욱 뻗은 카지노 쿠폰을 중심으로 어둑어둑한 마을이 갈색 나뭇가지 사이로 날개 접은 멧새처럼 숨어있었고, 호수는 초롱초롱한윤슬이 일렁거렸다. 호수의 물결과 갈대의흔들림이 마치 시계 속 시침과 분침처럼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데도 같은 풍경 속에 함께하는 듯싶었다. 호수의 물결이 흙에 일렁이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푸른 물결이 조류에 배가 천천히 밀려오듯, 가슴 안으로 밀려왔다. 그림자마저도 싱그러웠다.
왔다는 감격보다,실제로 봤다는 감격보다, 내가 품었던 불만이나 모든 것들이 나를 작아지게 했다는 느낌이 나를 침착하게 만들었다. 나는 얼마나 옹졸한 인격을 가진 사람인건지 저절로 떠올라서 많이 부끄러웠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빛과 햇살 만이 하늘을 채운 카지노 쿠폰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나는목구멍 안에 가시처럼 박힌부끄러움을 털어내기 위해엄마에게 여기 와서 좋냐고 운을 떼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말없이 풍경을 감상하셨다. 예보대로 확실히 춥긴 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햇살이, 우리 주위의 추위를 잠시 물려주는 것 같았다.
표백된 감정 안에 그 모든 풍경이 바람에 갈대들이 부비는 소리를 덧대고 들어와 온 가슴을 채웠다.
나와 엄마는 이 이상 보는 일은 무리라고 생각하여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아직 돌아오는 사람은 별로 없는지, 정류장에는 (아까 한국인 커플과는 다른) 커플 한 쌍 밖에 없었다.
때마침 버스가 왔다. 우리는 원래 있던 자리에 앉아서 탔다. 돌아가는 길은 반대방향이니 이번에야 말로 산이 보이리라.
돌아오는 길에 가와구치코[河口湖]의 넘실대는 윤슬과 시시각각 바뀌는 카지노 쿠폰[富士山]을 보면서, 카지노 쿠폰[富士山]을 향해 있는 건물들과 온천 여관을 보았다. 카지노 쿠폰[富士山]이 보이는 풍경이 이곳의 숙박시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나는 염치도 없이 핸드폰으로 창 밖에 보이는 카지노 쿠폰을 서슴없이 찍었다. 이따금 사진 속에 담긴 풍경이 정말 내가 눈앞에서 본 풍경인지를 헤아렸다. 아름다운 풍경은 늘 기억 속에 오래 남지도 않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나타나는데 그 순간에 언제인지는 예고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카지노 쿠폰 파노라마 하이웨이[富士山パノラマロープウェイ]에 있던 프랑스어를 쓰는 관광객이 버스에 올라탔다. 마을은 이제 전혀 다른 색과 질감으로 내 시선에 닿았다. 카지노 쿠폰[富士山]은 어느새 다른 능선에 가려지는 듯했다. 햇살이 텃밭이며 집이며 지붕을 비추는 동안에도 창에는 찬 기운이 어렸다. 장갑을 껴야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나는 플라스틱 손잡이 특유의 매끄러운 느낌을 맨손으로 만지며, 손잡이에 은근한 온기를 보탰다.
식당에 가기 위해, 로손 건너편(흔히 알려진 후지산이 보이는 로손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편의점이었다. 물론 이 편의점에서도 후지산이 보이긴 한다.)에 있는 정류장에 내렸을 때, 편의점 너머로 후지산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옷차림으로 선 채 카지노 쿠폰을 바라보는 게 좋아서 나도 일단 사진을 찍었다.
엄마와 나는 마침 인터넷으로 알아본 이쪽 지역의 전통 요리인 호우토우(ほうとう)를 먹으러 가던 와중이었기 때문에 홀린 듯이 그쪽으로 갔다. 나 또한 길안내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위를 살폈으나, 거기로 간다는 말조차도 홀린 발걸음의 일부가 되는 듯했다.
건너편에 보이는 산과 면사무소(?)를 바라보며,바로 옆에 있는 펜션과 이자카야, 그리고 텃밭들을 지나고 나서야 마침내 고슈 호우토우 코사쿠[甲州 ほうとう 小作] 가와구치코[河口湖]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푸른 제복을 입은 주차요원 아저씨가 너른 야외주차장에서 봉을 휘두르며 오는 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엄마와 나는 얼른 주차장을 가로지르며 입구 쪽으로 갔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