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서/ 카지노 게임의 힘
온 천지가 봄꽃으로 만발한데 슬픔을 견뎌야 하는 사월이 야속하기 짝이 없습니다.
카지노 게임으로 짓무른 꽃물이 강이 되어 마음안에 흘러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한 치 어김없이 다가오는 엄숙한 카지노 게임을 살아냅니다.
어느덧 스승의 세 번째 추도미사가 있던 그날, 제자들은 스승의 서재와 뜰을 찾았습니다.
또 그 저녁이 아버지의 기일이었던 저는 가족들과 아버지를 추모해야 했지요.
그제는 채 피지도 못한 채, 동백처럼 뚝뚝 떨어진 수많은 꽃들을 애도 했습니다.
그래도 흐르는 것을 멈추지 않을 거 같던 슬픔의 강이 그예 카지노 게임에 떠밀려 가고야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정호승시인은 슬픔에 관한 시를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카지노 게임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카지노 게임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카지노 게임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카지노 게임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카지노 게임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카지노 게임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카지노 게임까지 걸어가겠다.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힘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그대, 카지노 게임도 때로 동력이 된다는 거, 카지노 게임은 사랑의 다른 말인 거,기쁨보다 카지노 게임의 힘을 아는 얼굴이 예를 지킬 줄 알게 되고 그 예가 무엇인지 비로서 깨닫는 아침입니다.
기다리는 슬픔 역시 사랑의 다른 말이었다는 거, 때로 일상이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거,
그대에게도 이르게 되길,그리하여 사월이 우리 곁을 지날때돌아보지 않을 수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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