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끝나고 누가 죽는가?
어느 날 문뜩 들었던 생각이다.
스포츠에서 보통 '피니시라인'이라고 하는데,
왜일에서는 '카지노 쿠폰'이라고 부를까?
스포츠에서 '카지노 쿠폰'이라고 하면자칫 선수의 죽음을 암시하는듯해안 쓴다면 이해가 간다.근데왜 일에선 굳이 쓸까? 혹시 여기에 어떤 역사적 배경이나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나름의추론을 더해봤다.그러다 생긴 한 가지 흥미로운 발상은, 실제로 뭔가가 죽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그러니까뭔가가 진짜 죽지 않는다면 표현이 과해서 거북해야 할 텐데, 계속 쓰인다는 것은 어떤 죽음의 요소가 진짜 있기 때문이 아닐까싶었다.
그럼 대체 뭐가 죽을까? 그전에 각각의 의미에 대해 살펴봤다.
원래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시기의 포로수용소에서 사용된 군사 용어입니다. 포로수용소에는 포로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선이 있었는데, 이 선을 넘으면 경고 없이 즉시 사살될 수 있었습니다. 이 경계선을 카지노 쿠폰(Dead Line)이라고 불렀는데, 넘으면 죽음(Dead)이 기다린다는 의미였습니다.
이 용어가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계로 넘어가 신문 인쇄 마감 시간을 지칭하게 되었고, "이 시간을 넘기면 기사가 실릴 수 없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결국 현대에는 일이나 과제의 최종 제출 기한을 의미하게 되었죠.
경주나 경기에서 결승선을 나타내는 스포츠 용어로, "Finish(끝내다, 완성하다)"와 "Line (선)"이 결합된 단어입니다.
이 용어의 기원은 경마와 육상 경기에서 비롯되었으며, 참가자들이 달려서 경기의 끝을 나타내는 지점에 도착하면 경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용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젝트나 작업의 완성 단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도 쓰입니다.
데드라인: 넘으면 불이익(처벌)이 있는 시간적 마감선➡기한 중심
피니시라인: 목표 달성을 위한 물리적 또는 상징적 선➡ 완성 중심
스포츠와 일에서 사용되는 ‘피니시라인’과 ‘카지노 쿠폰’은 모두 끝을 가리키지만, 그 뉘앙스와 상징성이 다르다. 스포츠에서의 피니시라인은 결승선을 의미하며 도달하면 성취감, 노력의 결실, 새로운 출발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일에서의 카지노 쿠폰은 ‘죽음’을 뜻하는 '데드(Dead)'가 포함되어 위협적이고 중압감을 주는 표현이다.
이 차이는 각 영역에서 ‘끝’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는 도전과 성취의 과정이 강조되지만, 일에서는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업무가 무의미해지거나 기회가 사라질 수 있기에 보다 강압적인 표현을 쓰는 것일 수 있다. 즉, 둘 다 '끝'을 의미하지만, '데드라인'은 압박감과 마감의 긴장감을 강조하고, '피니시라인'은 목표 달성의 성취감을 강조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데드라인'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마감일을 의미하지만, ‘선 너머에 더는 기회가 없다’는 경계의 의미도 내포한다. 이는 업무나 프로젝트에서 정해진 시점을 넘기면 관련 작업이 무효화되거나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이 표현을 거북해하지 않고 오히려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경계의 확실함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기한을 넘기는 순간 프로젝트의 생명이 끝나기 때문에 ‘죽음’을 빗댄 표현이 반복 사용되는 셈이다.
'카지노 쿠폰'은 업무의 긴장감을 유지시켜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과도한 압박감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예술이나 창의적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카지노 쿠폰'은 고민과 탐색의 시간을 단절시키는 지점이 될 수 있다. 창작자에 있어서 ‘죽는다’는 표현은 스스로의 죽음에 빗대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도 한 표현이다. 깊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 카지노 쿠폰에서 멈춰버리면, 더 발전할 여지가 사라지고 정지된 상태로만 남게 된다. 이는 창작자 개인뿐만 아니라 작품에게도 동시에‘창작의 죽음’으로 다가올 수 있는 공포다.
'카지노 쿠폰'을 지나면 결과물만 남고 그 뒤에 있던 모든 과정과 고민은 사라진다. 이는 마치 한 사람의 시간이 멈추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창작자가 고민을 멈춘 자리에는 프로덕트(제품 및 서비스)만 존재하며, 이후 그 결과물은 세상과 소통하지만 제작자의 더 깊은 생각은 반영될 기회를 잃는다. 이처럼 '카지노 쿠폰'은 고민의 연장선이 끊기는 시점을 상징하며, 제작자의 정신적, 창의적 과정의 끝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에 디자인(d/D)의 정의를 위한 중대한 특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끝이 죽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데드라인'도 '피니시라인'처럼 하나의 과정일 뿐, 끝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마감이란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내는 첫걸음이자, 피드백을 통해 더 나아갈 기회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고민은 멈췄을지라도 결과물은 살아 움직이며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데드라인'을 무게 있는 ‘죽음’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는, 고민을 잠시 멈추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을 명사가 아닌 디자이닝(Designing)이라고 봐야 옳다는 이들의시각과 잘 통하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죽음'을 통해서 그 일을 수행하는 창작자 혹은 디자이너(d/D)가 개념적으로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같다. 말했다시피, 죽음은 새로운 출발이기에 그 디자인 프로젝트는 끝을 고해도 고민하는 디자이너의 여정은 계속된다.즉, 그 일에 국한해서 고민에 잠겨있던 한 창작자의 단편적인 죽음. 고민을 어쩔 수 없이멈춰 정지한 상태의 프로덕트만 남는 걸 상징적으로 뜻하고, 기한 마감의 철저한 프로페셔널을 강조하기 위해 우리 문화는 데드라인을 더 선호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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