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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로체 Apr 11. 2025

낯선 카지노 게임 나를 흔들 때

시작은 프라이팬

모든 것의 시작은프라이팬이었다.미국에 오자마자 동생은 기다렸다는 듯이프라이팬 사이트 링크를 보내왔다. 그것은 황금처럼 빛나는 손으로 한 땀 한 땀 두드려 만든 구리 프라이팬이었다.


"사다 줄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부탁이라기보다는사다 줄 때까지 멈추지 않을조르기 같았다.일도 지치고, 한국 교육에도 신물 나고다시 서울로 가겠다고 여기저기 알아보던아파트들도 내 것이 되어주지 않아도망치듯 따순나라에서 좀 쉬다 오자 했는데오자마자 텅 빈 곳에 텅 빈 카지노 게임 덩그러니놓여있었다.


그저 멍하게 그동안 보지 못했던드라마들을 몰아보며 애리조나의 현실적이지 않은 풍경에 낯설어하고 있을 때, 아직 그 풍경이 눈에 채 담기지도 않았을 때였다. 분명히 안식년을 맞이했으나, 카지노 게임 드라마를 보면서도 더 열심히 여행을 다니거나, 영어를 배우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지는 않는지 특유의 불안증이 올라오고 있었다.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조급함에운동화끈을 묶고 밖으로 나가려 할 때동생이 사달라는 프라이팬.


그냥, 프라이팬이 내 뒤통수를 갈긴 느낌이었다.


하나에 300불짜리 프라이팬을 사겠다고?와이프가 알면 난리 칠 테니 누나가 사준 선물이라고 할 거라며선물하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그 애를 보며,저 힘은 뭘까 싶었다.엄마도 이해 못 한다며 그걸 왜 사냐고 핀잔을 주는데아무도 사라고 격려하지 않는데, 굳이 사겠다는 저 고집이 뭘까?


그건 카지노 게임 가져보지 못한 것이었다.


'좋으니까'


그게 전부인 그 고집은 취향이라는 걸까?

한동안 멍하고, 약간의 슬픈 감정이 고여 있었다.

카지노 게임 한 번도 부려보지 못한 그 고집, 취향 같은 것.

그것이 뱃속 깊숙이에서 말을 걸었다.


'너는 누구니?'


'카지노 게임 누굴까'


'너는 무얼 좋아하니?'


'카지노 게임 무얼 좋아하나'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나는 카지노 게임 느껴본 적이 없었다.카지노 게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취향이란 것은그저 외부의 눈치로 다듬어진 또 다른 외부였다.


외부에 맞추면

가성비가 되고

효율성이 되고

유행이 된다.


아마도 있었을 것이다.나에게도 취향이라는 것이그것보다 외부에 맞추는 것을더욱 일찍 배웠을 뿐이다.눈치가 너무 빨라서내 욕구보다 먼저 외부의 욕구들이살갗에 닿아서 나의 느낌들을나의 욕구들을 오래 들고 있을힘이 부족했을 뿐이다.


부러웠다.모두가 반대해도사겠다고 고집하는 저 힘이

'좋으니까'

좋은 게 뭔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다.


카지노 게임 누군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미리 포기했고, 알아서 맞추곤 했다.

그때부터였다.텅 빈 내 안에알 수 없는에너지가 뒤섞인바람이 불어왔다.






어려서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큰고모 둘째 고모 쪼그만(막내) 고모, 막내 삼촌, 엄마, 아빠, 남동생, 그리고 카지노 게임 살았다. 아이는 한둘만 낳아 잘살자는 시대였고, 시골도 아닌 도시였지만 여전히 장남은 분가하지 않고, 부모님을 부양했어야 했다. 동생들도 결혼하기 전이니 시집온 엄마가 그저 그 집에 들어가서 사는 것을 누구도 불공평하다 보지 않던 시절.


그곳에 카지노 게임 장남의 큰 딸이었다. 늘 남동생에게만 초코파이를 사다 주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에서 모든 결정권은 할머니에게 있었다. 할머니와 아빠는 집안의 중심이고, 늘 그래왔던 질서는 평화롭게 유지되고 있었다. 너무 빼짝 말라서 키도 자라지 않고, 어려서 크게 다친 남동생은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확연하게 ADHD가 있었던 동생은 잠시만 가만히 앉아 있어도 밥 한 그릇만 다 먹어도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아이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늘 혼나기 일쑤였고, 그런 아들을 늘 품어주는 것은 엄마였다.


나는 씀바귀나물, 고들빼기, 잡곡밥 등등 아무거나 주면 다 잘 먹었다. 싹싹 긁어 남기지 않고 잘 먹는다는 칭찬 말고는 들어 본 기억이 없지만, 그때도 나는 카지노 게임 뭐가 먹고 싶은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곳에서 살다 보면 눈치가 빨라진다. 눈치가 빠르다는 것은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기보다는 외부를 살피며 그에 맞추겠다는 태도이다.


그때 카지노 게임 정말로 씀바귀 나물이 맛있어 먹었던 것일까? 혹시 나도 고기반찬만 먹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왜 동생을 위한 초코파이만 사 오느냐고 그 어린애가 땡깡을 부리지 않았을까?




이미 지나버린 어린 시절이 뭉개 뭉개 떠오르길래, 구름을 흩어 날리듯이 망상 같은 생각들을 물리치고,동생을 위해프라이팬을 구입했다. 혹시 나도 이 프라이팬이 가지고 싶은가? 그런 물음이 매우 멋쩍었다.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갖고 싶은지 아닌지, 알 수 없이 먹먹하게 텅 비어 있었다.


'카지노 게임 무얼 좋아하는 사람이지?'


아무 말도 없는 가슴 한가운데에서 휑하니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이 너무 시리고 까매서 차마 더 머물 수 없을 것 같이 공허했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이 지점, 이 공간은 어딜까? 아무것도 모르겠는 알 수 없는 심장의 어느 지점에서 꽝꽝 언 얼음이 쉰소리를 내며 눈물이 되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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