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클릭의 빈 공간에 진보적 의제를 안착시키는 일
정확히 한 달 전에 '정치적 효능감'을 주제로 글을 썼다. 이재명이 '중도온라인 카지노 게임' 선언을 했던 때였다. 엊그제 민주당은 그를 대통령 후보로 최종 확정하였다.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나타난 경선 결과였다. 후보 확정 후 첫 번째로 그가 보인 행보는 이승만, 박정희 묘소 참배와 보수의 책사라 불리는 윤여준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여기저기서 말이 많다. 외연 확장은 이기기 위한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선거 때는 누구나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실망감을 토로하는 이도 있다. 한 달 전에 쓴 글의 내용 중 일부를 다시 적으면 다음과 같다.
________________
전반적인 우클릭 지형의 한국 정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가끔 이재명이 매우 특별하게 현명한 사람(좋은 의미, 나쁜 의미 다 포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의 상황을 읽는 지극히 현실적인 감각 때문이다. 그것을 실용주의라 할 수 있다면, 분명 앞선 이명박의 나쁜 실용주의(욕망 실현주의)보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지와는 별개로 모호한 거리감이 있다. 대안이 없으므로 현실적 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많은 이들의 공통된 마음이라고 본다. 그러기에 윤석열의 죄악은 크고 또 크니까.
진보 정치의 효능감을 느끼기에 우리의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니면 가슴은 진보인데 머리는 보수인 강남좌파류에 실망한 것일까. 진보적 관점의 지향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내 문제, 내 자식 문제에 도달해서는 '현명한 실용주의'로 돌아서는 것을 워낙 많이 목도해서인지, 둔감해져서 인지, 그도 아니면 한국 사회가 그만한 물적 토대를 확보해서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이런 사항들이 두루 진보 정치의 효능감을 저하시켰음을 반박하기 어렵다. 30조에 육박하는 사교육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한 사람들의 정치 성향을 분석해 보면, 진보든 보수든 그 누구도 효능감 저하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령 IMF 이후 개인의 생존은 그야말로 개인의 피나는 노력 아래 종속되었고, 국가보다 앞서 내 살 길을 마련하여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세대가 중장년이 돼 있다. 이들 중 상당 수가 사회적으론 진보, 경제적으론 보수라는 관념을 고착화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이런 세대를 부모로 두고 있는 청년층을 보면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완고한 시스템 앞에서 좌절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어느 정도의 민주공화적 의식을 체화하고 있지만 내 집 마련과 내 자식 교육 앞에선 가장 기민하게 움직이는 큰 덩어리의 세대가 중도온라인 카지노 게임 선언을 그저 담담하게 바라보면서 편입해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 세계 무역질서를 주도, 조정해 왔던 미국이 노골적으로 그동안의 기여(?)에 대한 청구서를 들고 국가를 수익 모델화 하고 있는 때에 사회민주적 지향을 가졌던 유럽의 보수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한국 사회의 극우가 한 줌 밖에 되지 못하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김영삼 이후 권력을 스스로 만들어오지 못했고, 늘 외부에 의존하였으며 윤석열은 외부 수혈 권력의 한 표현뿐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보수 정권은 탄생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일견 수긍이 가는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말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 자리를 현재의 보수 야당이 점유해 들어가고, 지금의 보수 야당 자리에 중도 진보와 선명한 진보가 자리를 잡아야 마땅하지 않나. 물론 가까운 시일 내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에 좀 우울하지만 말이다.
엊그제 교원단체 분들을 만나서 조기 대선은 박두하는데, 그리고 내년에는 교육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뉘라서 교육의 진보적 의제들을 담아주고 실행해 줄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지금 현장의 교원들도 효능감이 바닥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감 직선제 이후 상당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충만한 효능감을 갖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교원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기본권 획득'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은 한편에서 반동적 움직임의 태동과 함께 올 것이고, 반드시 긍정적 효과만으로 경험되지는 않을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
그러니까 한 시민이자 유권자로서, 그리고 평생 교육문제를 고민해 왔던 사람으로서, 조기 대선과 내년의 시도 교육감 선거를 생각하면 뭔가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많은 분들이 연일 교육계의 숙원 사항을 담아 정책 제안을 하고 있고, 나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작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린 모두 알고 있다.
그동안 표 앞에서 속절없이 변질되는 정책을 너무 많이 경험했고, 어느 정도 방향을 갖춘 정책마저 행정 논리에 실려 현장으로 투입될 때는 애초의 문제의식은 온 데 간 데 없고 그저 '동원'만 남더라는 얘기. '교육의 안과 밖'이라는 글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했었는데 결국 선거 때는 당장의 표 때문에 정책을 다듬고(보통 마사지한다고 하는데 유권자 소구력을 높이는 것), 당선 이후에는 아쉽지 않으니 또 유예하거나 퇴행하는 것을 많이 봐왔지 않은가.
거듭 확인하건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실시되는 제1당의 후보가 중도온라인 카지노 게임 선언을 했다. 진보진영에서 독재자라고 불렀던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는 파격을 보였다. 보수의 책사로 불리는 사람을 핵심 선거 참모로 영입했다. 뭐 다 좋다. 정작 이것이 현실적인 힘을 발휘하려면 그가 오른쪽으로 성큼 옮겨간 공간에 진보적 의제를 안착시켜야 맞는 것 아닌가. (의제가 아닌) 진보 진영의 지지는 굳혔다 생각하고 자꾸 보수 쪽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자존심을 긁는다. 이런 상황이면 우리들의 '정치적 효능감'은 점점 더 살리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