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for Reading #2
무료 카지노 게임 하는 책들
이동진, 김중혁 /예담
규칙적이진 않았지만 출퇴근 길에 또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진 않지만 적적할 때 팟캐스트 '빨간책방'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벗이었다. 줄기차게 '책' 이야기만 하고 싶은, 듣고 싶은 나 같은 이에겐 나른하게 졸린 오후에 누군가 별안간 건네는 진한 라떼 한 잔 같다, 라고 하고싶은 그런. 이런 인연으로 영화 평론가 이동진님의 블로그를 간혹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반가운 출간 소식을 접하게 됐고, 바로 그 책이 '질문_하는_책들'이다. 그동안 빨간책방에서 소개하고 나누었던 인문/교양/지식 분야의 9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인데, 퇴근 후 문자 그대로 달려가 쟁취(?)했다.
책을 좋아무료 카지노 게임 이들에겐 장서를 고르는 작업이 만만찮은 일이라 여겨진다. 나 또한 그러한데 이런 뜻밖의 발견은 뭔가 모를 성취감과 짜릿함을 안겨 주는 유쾌한 경험이다. 뭐랄까, 읽다가 덮어버리고 싶은 책이 아닌 것을 사전에 확신한 채로 처음과 끝 과정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겠다, 라는 보험을 든 기분이랄까.
소설가 김중혁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해 한국일보 칼럼을 접하게 된 인연이었다. 칼럼만 집요하게 찾고 골라 읽어대던 적이 있었는데, 그 시기 즈음 그의 칼럼에 흥미를 느껴 연재를 기다리며 읽다가 소극적이고도 조용하게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 사물과 현상을, 그러니까 이 세상의 이런 저런 크고 작은 면면들을 이전과는 다르게, 낯설게, 새롭게 볼 수 있도록 친절하고도 익살스럽게 안내해주는 칼럼에 정이 들었다. 마치, 학부생 시절 다가 가기엔 먼 당신이지만 매력에 끌려 예의주시하게 되는 능력 있는 선배님이 무심코 내게 다가와 진심어린 조언을 아낌없이 부어 주며 머리를 한 번 스윽 쓰다듬어 주는 듯한 그런 느낌 말이다. 김중혁의 칼럼이 내게 이랬다. 아티스트도 아무 것도 아닌 나지만, 글쓰기를 향한 강렬하지만 매우 비겁하고 수동적인 열정을 품고 삭이기만 하고 있는 미련한 내게 용기 한 움큼을 건네주는 듯했기에 어쩌면 특별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안에서 이 두 분의 조합은 이성과 감성의 대조이기도 무료 카지노 게임, 에스프레소와 크림의 절묘한 만남이기도 무료 카지노 게임, 짜장면과 단무지의 필연이기도 무료 카지노 게임, 세월의 나이테가 선명해진 찰떡호흡의 부부같기도 하다. 우선, 분명 글을 읽어내려가는데도 이 두분의 육성이 들리는 듯하다. 읽을 때마다 매 번 말이다. 빨책 청취 경험의 여운이겠지만 책을 읽을 때 경험하기 쉽지 않은 오디오 서비스 효과까지 받는 것 같아 실은 몇 번이고 피식 웃기도 했다. 그야말로 생동감이 넘치는 책이로다!
9권의 '질문하는 책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 곳에서 또 다시 옥석의 질문들을 뽑아내고서는 찬찬히 우리에게 건넨다. 애초에 정답이 있는 질문들이 아니었기에 작가와 독자들의 소통을 통해 질문들은 한없이 뻗어 나가게 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을 한 데 모아 각자의 질문들을 공유하며 섞이고 나누어 본다면 것도 꽤 재미있으리란 생각에 상상을 더해보기도 한다.
서문에서 김중혁 작가님은 "나는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답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여기서 답을 찾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마음속에 더 많은 질문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서문 답게 이 책을 만나기 전 마음가짐과 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해주었다.
이에 이어서, 이동진 작가님은 "어떤 질문들은 턱없는 헛발질이었고, 어떤 질문들은 허망한 메아리였다. 하지만 또다른 질문들은 끝내 살아남았다. 그러니 부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제기된 물음에 연이어서 물을 수 있기를, 물음에 물음을 얹어가며 치열하게 물을 수 있기를, 물음의 연쇄 속에서 지치지 않고 계속 물을 수 있기를, 그리고 물음의 반향에 서로 귀 기울여가며 함께 물을 수 있기를"이라 말했다. 마음을 활짝 열어 젖히고 많은 질문을 하고 만나고 받으라, 라고 외치며 준비 한 번 참 든든하게 시켜준다.
이 책에서 다룬 책 목록은 이러하다. <총, 균, 쇠, <생각의 탄생,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비틀즈 앤솔로지, <작가란 무엇인가,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철학자와 늑대, <생존자,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안타깝게도 또 아쉽게도 이 목록에서 내가 완독한 책은 단 한권도 없다.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은 절반 가까이 읽다가 빌 브라이슨이 하도 툴툴대길래 그만 놓아버렸었고, 생각의 탄생은 한 1/3 정도 읽다가 그만 다른 책과 정분이 나버렸던 바람에... 되려 그래서 더 반갑기도 했다. 새롭게 만날 책 리스트가 생겨난 셈이니까, 라고 생각되니 말이다.
좀 유치하게도 우선 각 챕터를 읽을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어떻게 정독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과 생각 도구를 갖춰야 이들처럼 내용요약과 감상평과 그에 덧붙이는 경험적인 생각과 의견을 이리도 빵에 발린 버터처럼 부드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란 것이었다. 왠지 비결이 있을 법하니 어떻게든 그것을 좀 찾아내어 훔쳐볼까란 심산으로, 후훗. 두 작가님의 시선과 감상과 의견이 서로의 스타일대로 다름에도 책 안에서 묘하게 섞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함께 빨책을 무료 카지노 게임 파트너로서의 호흡이겠지만 이에 더하여 작가로서의 내면의 세계가 각각의 색깔로 존재하기 때문이겠지, 란 생각도 든다.
책 내용의 전개는 말 그대로 빨책의 전개 그대로인데, 책의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하고, 작가의 삶과 특징과 몇 에피소드를 또한 함께 소개하고, 어떻게 읽었는지, 어떤 부분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감동적인 부분과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지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하며 결론과 답은 없는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맛깔나게 이어 나간다. 분명 텍스트를 읽고 있는데 라디오를 듣는 느낌. 어쩌면 이 느낌이 이 책과 함께무료 카지노 게임 여정 내내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을 끄적이고 있는 지금 비틀즈의 음악을 듣고 있다. <비틀즈 앤솔로지란 책이 소개되어 있는 덕분으로 부러 찾아 듣게 되었다. 비틀즈 자체가 마치 혼연일체 한 명의 인물인 듯 생각하며 이들의 음악을 들어 오기만 했었는데, 아마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이들의 역사의 연대기대로 음악을 들어보기도 할 것 같고,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의 앨범을 비교하며 내 안의 1위를 만들 것 같기도 하다. 두 작가님의 비틀즈 음악 베스트 10 또한 소개돼있으니 재미삼아 우리도 만들어보는 건 어떻겠는가. 안내자가 있을 때 걸어 가는 그 길 위의 여정이 더 즐겁고 발걸음은 가벼워지기도 하듯 말이다. 아, 내가 지금 듣고 있는 곡은 존 레논의 Imagine. 오늘따라 왜이리도 아련하게 마음 한 켠에 울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는거지...
책 곳곳에는 이들의 전문성이 발현되어 독자들에게 유용하고 즐거운 안내자 역할을 해주는 부분들이 꽤 있다. 영화평론자인 이동진 작가님은 책의 스토리나 주인공을 통해 연상되는 영화들을 소개해주고, 어떻게 연결지어 감상하고 생각해볼 수 있을지 역시나 질문이 깃든 추천을 해주고 있다. 소설가인 김중혁 작가님은 소설가의 입장에서만 가질 수 있는 생각의 프레임을 마음껏 공유해주며 독자들의 좁은 생각의 틀에 자극을 던져주며 확장시켜준다. 더불어 그의 담백하고 간결한 유머러스함은 묽은 설렁탕에 툭 뿌려진 한꼬집의 소금이다. 그 적은 양으로 맛에 완벽함을 선사해주는 그런.
무료 카지노 게임 책들인 만큼 각 챕터도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질문을 출발점 삼고 시작하면서 작가님들의 대화를 이정표삼고 어딘가 목적지로 당도할 때즈음에 '나만의 질문'이 나오는 여행이라면 근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각 장마다 각 질문들을 내가 다시 만들어보면 새로운 책이 탄생되는 게 아닐까, 란 비장한 생각도 함께. 각 챕터의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총, 균, 쇠 - 인류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되었는가?
<생각의 탄생 - 창조적인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 여행과 삶은 어떻게 닮아 있는가?
<비틀즈 앤솔로지 - 비틀즈는 무엇을 노래했는가?
<작가란 무엇인가 - 작가는 왜, 무엇을 쓰는가?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 휴머니즘은 언제나 옳은가?
<철학자와 늑대 - 우리의 행복은 언제 찾아오는가?
<생존자 -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 죽음은 어떻게 맞아야 무료 카지노 게임가?
내가 관심을 갖고 더 깊이 들여다 보게 되었던 챕터는 '여행과 삶은 어떻게 닮아 있는가?' 그리고 '작가는 왜, 무엇을 쓰는가?'였다. 두달 전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과 더불어 흠모무료 카지노 게임 작가들을 이야기 무료 카지노 게임 것은 언제나 가슴 떨리도록 신나고 흥분되기 때문이다.
실은, 책 자체에 대한 소개와 평 보다는 두 작가님의 해석과 감상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나는 아쉽게도 경험한 바가 없지만, 십대 시절 교회 오빠들의 영화 동시 상영 감상평을 자주 들으며 막연하게나마 마치 경험한 듯 그리워한 적이 있었는데, 문득 그 때의 그 순간의 그 감정이 떠올랐다. 무료 카지노 게임책들, 이란 이 책은 소개해주고 있는 책을 읽는 듯하다가도 두 작가님들의 해석이 깃든 또 다른 책을 동시에 읽는 느낌이기 때문인데, 비루한 내 표현력으로는 도저히 속시원하게 설명할 수 없음에 그저 통탄할 뿐이다. 부디 누군가 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바가 있는 분이 있다면 내게 더 유쾌상쾌통쾌하게 몇 글자로 표현해주시길 부탁 드린다.
더 많은 책이 이 한 권에 소개되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와인이나 맥주 침대 맡에 준비해두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나만의 자세를 취한 뒤 밤새 읽고 싶기 때문이다. 밤새 이 두분과 대화무료 카지노 게임 듯한 느낌으로 즐거울 게 자명하기에. 여정을 마치고 나니 지난 세월 읽었던 것들 중 몇몇 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갑자기 생각의 나래 속에서 팝업됐다. 박준의 <책여행책,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읽기, <침대와 책, 정여울의 <마음의 서재, 박웅현의 <다시, 책은 도끼다.
이 책은 일독을 권합니다, 라는 인사 보다는 이 여정에 한 걸음 디디길 권합니다, 라는 인사를 건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