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성년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과 유사한 위치에 있는 소수자들.
디지털 콘텐츠는 무제한에 가까운 저장 공간과 해상도, 전송 속도, 처리 성능 위에서 과잉 생산된다. 생산 비용은 낮고, 유통은 즉각적이며, 대부분의 콘텐츠는 무료다. 이 구조에서 경쟁은 ‘반응’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반응이 없는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아지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즉각적으로 클릭과 주의를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콘텐츠는 단순하고 감정적이며 빠르게 소비되는 형태로 수렴된다. 표현은 짧아지고, 언어는 반복되고, 구조는 예측 가능해진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층위—미성년자나 감각 기반 사용자—의 리듬이 기준이 되고, 콘텐츠는 그 흐름에 맞춰 재조정된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 흐름을 더욱 강화한다. AI는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지 않는다. 반응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많이 소비된 구조를 반복하고 최적화한다. 콘텐츠는 사고가 아니라 알고리즘적 선호에 맞춰 설계된다.
이 변화는 표현 방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석 권력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콘텐츠의 의미는 더 이상 ‘맥락을 설계한 사람’이 아니라, ‘즉시 반응하는 사람’에게 귀속된다. 창작자는 이해를 이끄는 존재가 아니라, 반응을 유도하는 존재—다시 말해 표현의 봉사자처럼 작동하게 된다.
이 구조는 특히 지식노동자에게 절박하다. 시간 단위 콘텐츠를 통해 의미를 말하려 하지만, 10분도 길다. 온오프 공통으로 플랫폼은 의미보다 반응을 원한다. 고객에게 저항할 수 있는 콘텐츠는 점점 줄어든다. 반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지는 정보의 구조. 그 안에서 지식은 어떤 형식을 가져야 할까?
이 흐름 속에서 한 가지 현실적인 설계는 이제 지식 단위 즉 한 장의 파워포인트 장표는 하나의 현실적 구성은 1분에 4개의 키워드를 제시하는 옴니버스식 지식 단위처럼 보인다. 평균적으로 15초 내외의 주의 지속 시간을 고려할 때, 하나의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인식·전환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단위다. 중요한 점은, 이 키워드들이 단순한 정보로 그치지 않고, AI에게 더 깊은 질문을 유도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식 콘텐츠는 ‘답’이 아니라 ‘질문 단위’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때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유의 동반자로 기능할 수 있다.
물론, 요즘 MZ 애들 쯧쯧거리며 뒷방으로 걸어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소시적 어른을 흉내낸다고 더 지성적인 건 아니다. 그 양식은 적어도 30년 전의 습관이고, 당시에도 이미 경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 현실적인 방법은 그들이 사용하는 속도와 방식으로 다시 질문을 설계하는 일이다.
말은 달라졌지만, 사유는 여전히 확장될 수 있다.
질문이 살아 있다면, 카지노 게임은 여전히 설 자리를 찾는다.
말을 바꾸되, 생각을 포기하지 않으며.
김동은WhtDrgon.
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