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꽃게철이고, 가을은 새우철, 겨울엔 방어철,
온라인 카지노 게임엔 퇴사철.
계절마다 온갖 좋은 걸 찾아다니는 동생에게 여름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철이다.
화끈한 성격 탓에 사소한 부조리도 못 넘기는 애가, 직장에서는 온종일 이를 악문다. 불같은 성질을 삼키고 또 삼키다 보면, 결국 여름 무렵에 속이 다 데어버리는 거다.
회사는 그런 성격을 이용했다. 참을 만큼 참는 걸 미덕처럼 여기게 만들고, 결국은 그 인내 위에 일들을 쌓아 올렸다. 몸이 아파도 출근해야 했다.
"반차 쓸게요."라고 말했지만 "그래, 퇴근해."라고 해놓고 "이거 급한 거 하나만 하고 가라."라며 일을 쥐여줬다. 그렇게 동생은 결국 탈진한 얼굴로 퇴근했다. 비가 쏟아지던 저녁, 가방끈을 움켜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던 걸 나는 기억한다. 그런데도 동생은 버텼다. 입사 후, 처음으로 가장 오래 다닌 회사였고, 드디어 대리가 됐다. 남들 눈엔 평범한 승진이었지만, 나에게는 동생이 얼마나 치열하게 버텼는지를 보여주는 빛바랜 훈장 같았다.
동생이 다니는 회사는 전자담배 회사다. 담배 한 번 피워본 적 없는 애가, 매일 연기 가득한 기획안과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니코틴 농도에 따라 포장지를 다르게 꾸미고, 신제품 론칭 때는 담배 맛 설명 자료까지 직접 써야 했다.
"진짜 웃긴 거 알지? 난 담배 맛을 몰라."
동생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하곤 했다.
그런데도 그는 버텼다. 가족들에게 그녀는 첫 대리였고 그런 부모님의 기대를 날개 삼아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어김없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철이 오고 입에 사표를 달고 다니면서도, 퇴근 후엔 새로 배운 디자인 툴을 뚝딱뚝딱 다뤘다. 자기 일에 자부심은 남아 있었다. 다만 가끔은 세상보다 먼저 자기 마음이 지쳐버릴 뿐이었다. 에어컨 바람에 지치고, 사람들 눈치에 지치고, 매일 똑같은 점심 메뉴와 부조리에 질려서 어김없이 여름이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외친다.
"언니, 나 이번엔 진짜 그만둘 거야."
동생은 매년 이맘때쯤,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좋아. 근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면 뭐 할 건데?"
그럼 동생은 웃는다. 웃으면서 생각한다. 그냥, 이 답답한 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습기처럼 몸을 휘감은 거다. 사실 나도 잘 안다. 누구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되면 마음이 녹아내린다는 걸. 아직 이룬 건 없는데, 벌써 너무 지쳤다는 걸. 바다가 보고 싶고, 어딘가 멀리 떠나고 싶어 진다는 걸.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다시 출근했다. 출근길 텀블러엔 얼음을 잔뜩 채워 넣고. 부당함과 자존심 사이를 오가며, 하루를 겨우 붙잡아냈다.
언젠가 동생이 진짜 떠나야 할 때가 오면, 이번에는 사직서가 아닌 꿈을 품고 떠나길 바란다. 지쳐서가 아니라, 더 큰 세상을 만나러 가길 바란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작고 단단한 모서리를 가진 그녀가 세상에 지지 않고, 자기 식대로 버텨내는 모습을 조용히 응원할 것이다.
나는 다시 그 뜨거운 계절을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올해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퇴사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