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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Apr 12. 2025

잘 살지 못해 연락을 못했다는 카지노 게임

여전히 내 마음 속 ‘카지노 게임’였다

간만에 푸미흥을 찾았다.지인들과의 저녁 약속이 있어 간만에 그 동네를 걸었다.달라진 거리 풍경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순대국으로 유명했던 ‘진순대’는 문을 닫았고,삼합이 맛있었던 ‘장독대’ 식당도 사라졌단다.세월은 거리의 간판도 바꿔놓는구나, 실감이 났다.

지인이 추천해준 다른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삼합을 판다고 해서 회식 장소로 정했다고 한다.맨 먼저 도착한 나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낯익은 얼굴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말 오랜만이다.2004년, 내가 주재원으로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그 몇 달 뒤 인테리어 업체 사장으로 온 그 카지노 게임.

우리 회사의 하청업체 사장이었기에,공식적 자리에서는 서로 존대를 했지만나이도 같고, 성격도 맞아서해외에서 처음으로 카지노 게임가 된 사람이다.함께 돈치킨 매장을 투자해 운영하기도 했던그야말로 동업자이자, 내 첫 베트남 카지노 게임였다.

코로나가 모든 걸 바꿔놓았다.그 카지노 게임는 운영하던 일식당도 헐값에 매각되었고,운영하던 인테리어 회사도팬데믹을 넘기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연락이 끊겼다.내 메시지를 씹고, 전화도 받지 않아나도 쾌씸한 마음에 연락을 포기했다.그렇게 서로 연락 없이 2년쯤이 흘렀다.


그 카지노 게임를 식당에서 마주한 순간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이거였다.

“야! 이 카지노 게임야, 넌 혼나야 돼. 연락도 안 받고... 그래도 살아 있었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이내 마음을 쿵 하고 때렸다.

“죽겠다. 잘 살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연락을 하니...”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각자의 자리에 사람들이 있었고,나는 “이따 술 한잔 하자”는 짧은 인사만 남긴 채자리를 만들었다.

지인들과 3차까지 마시고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그 카지노 게임서 전화가 왔다.이미 푸미흥을 떠난 지 한참 뒤였다.“다음에 다시 한 번 올라올게.”그렇게 짧은 대화를 마치고, 나는 피곤에 지쳐 그대로 뻗어버렸다.

집에 돌아와 조용한 밤에 다시 그 말을 떠올렸다.


“잘 살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연락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이게 얼마나 슬픈 말인가.

다시 떠올려보니그 멋쟁이였던 카지노 게임가옷차림도 꾀죄죄해 보였고,무엇보다 얼굴이 무척 상해 있었다.세월과 현실이 사람을 이렇게도 바꿔놓는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때도 같이 해야 카지노 게임지.”

아이고 이 카지노 게임야…다시 한 번 봐야겠다.조만간 호찌민에 가야겠다.

"잘 살지 못해도 괜찮다.살아있고, 만나면 되는 거지."


사람 사이의 끈은,‘잘 살 때’만 붙잡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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