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18권_박경리
토지 18권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를 타고 났고 그 시절 보기 드물게 고등 교육을 받은 여성임에도 이상하게 본인의 삶에서 방관자 위치를 고수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임명희. 그녀가 삶에서 가장 용기낸 순간이 아마 이상형현 집을 찾아간 그 날이 아니었을까. 그 날 (이미 서희를 사랑하던) 이상현에게 수치심을 느낀 그녀는 자신의 삶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 것 같다. 그랬던 그녀가 18권에서는 많은 성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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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든 고난이든 대결할 대상이 없다는 것은 그 대결 이상의 불행이라는 것을 명희는 불현듯 깨닫는다. 삶의 의욕을 철저하게 잃어버린 사람, 삶의 의지가 마모되어 없어진 사람, 그것은 시곗바늘이 없어진 시계 판과도 같은 카지노 게임 추천다. 명희는 명빈의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것을 눈앞에 본다.
가는 시간의 슬픔보다 멈춰진 무의미한 시간이야말로 그것은 삶이 카지노 게임 추천 것이다.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이야말로 삶 자체지만 영원한 생명은 이미 나락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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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공폽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시간과 내가 마주 보고 있을 때, 아아 무섭지요. 그럴 때는 도박이라도 해야 하고 도둑질이라도 해야 할 심정입니다. 타락한다는 것은 시간이라는 악마 때문이지요. 사랑이라는 것도 바로 그 시간의 악마 때문입니다. 사람은 왜 두고도 또 두려고 하지요? 그것도 바로 시간의 악마 때문입니다. 그 악마를 잊고 싶은 거지요. 안 그렇습니까? 임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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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뒷거리를 방황하고 있을 이상현, 이들의 세월은 모두 무위한 것이었으며 안타까운 것이었다. 죄책감과 자기모멸......명희는 떠나는 명빈을 위하여 그런 쌓이고 쌓인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분이었다. 하기는 무위하게 보낸 세월이 임명빈의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능했던 것도 카지노 게임 추천 임명빈만의 몫이겠는가. 조선의 세월 그 자체가 무위했으며 무능했던 것이 아니었겠는가. 소리 지를 땅은 카지노 게임 추천 있었으며 주장할 연단은 카지노 게임 추천 있었으며 터전에다 말뚝박고 줄 쳐서 내 것 만들 권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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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 나와 이룬 카지노 게임 추천 없지만 너의 눈물은 뭔가를 이루기 위해 흘리는 카지노 게임 추천다. 울어. 많이 울어라. 양현이 너는 나 같이 자신을 기만하며 살아가지는 않을 거야. 너의 청춘은 정말 아름답다. 고통도 슬픔도 어쩌면 그렇게 투명하니? 나는 허울만 쓰고 살아왔구나. 세상의 눈이 두려웠고 내 명예 내 결백만을 신주 모시듯, 실은 그것조차 기만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야. 희생이라는 미명 하에 나는 무풍지대로 기어들어 갔고 그러다가 오히려 태풍을 만났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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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뭐라 하건 개의치 않고 나를 염려하여 찾아온 사람에게 나는 오로지 내 카지노 게임 추천만을 지키기 위하여, 그것은 참 추악한 모습이었을 거야. 뭣 땜에, 누구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고통스러워했는가?
지금은 그것조차 알 수가 없다. 백치같은 삶이었지. 그러고도 내가 무엇을 이루었다 할 수 있을까?
인실이도 그렇고 여옥이 선혜언니도 그래, 양현이 너도. 분명히 자기 자신보다 소중한 카지노 게임 추천 그들에게는 있었다. 내게는 살았다는 흔적이 없다. 그냥 그 날이 있었을 뿐, 잘 견디어내는 것은 오로지 권태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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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역시 외로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강선혜의 경우도 그랬고 길여옥, 양현의 경우도 어떤 아픔 같은 것을 늘 자아내게 했다. 그들은 모두 명희가 아끼는 사람이며 다정한 선배, 벗이었으며 딸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행복하건 불행하건 모두 절실한 대상과 더불어 절실한 삶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ㅡ토지 18권 중에서 발췌.
임명희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강선혜, 길여옥, 이양현..) 치열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온갖 불행을 감수하고 살아간다. 생의 불구덩이 한가운데에서 나의 생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임명희가 백치같이 살아왔다고, 이제는 외롭다고 생각하는 임명희가 앞으로는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지 (19권부터라도) 나는 기대해본다.
"여보!"
"나는 빈껍데기를 데리고 산 게요. 구천에 사무치는 한이오. 내 인생이 아니었소."
하는데 갑자기 흰 바지저고리를 입은 길상의 모습이 남루한 몰골로 변하는 것이 카지노 게임 추천가. 얼굴도 어느덧 구천으로 변해 있었다.
"여보! 환국이아버지!"
"떠나면 되는 거지, 무거운 절 떠날 것 없이 가벼운 중 떠나면 되는 게요. 진작 떠났어야 했는데 말이오. 천지가 변했음 변했지 최서희가 변할 여자요?”
"아아, 아아, 왜 이러십니까! 당신의 몰골은 왜 이리된 것입니까!"
팔을 잡으려 했으나 그는 안개같이 물러났다.
"나는 최가가 아니오! 나는 김가요! 내 자식들은 최가가 아니오!"
안개같이 사라지면서 음성만이 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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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과 서희는 18권에서는 그닥 부각되지 않는다. 길상은 다시 감옥에 투옥된 상태이고 서희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 딸처럼 키운 양현(봉순이과 이상현의 딸)과 둘째아들 환국을 결혼시켜 맺어주려 한다. 오누이처럼 자란 아이들을 본인의 욕심으로 부부로 맺지 마라는 길상. 아이들은 본인들의 세대와는 다르게 자유롭게 내버려 두라 했던 길상은 어쩌면 서희의 남편이 되어 서희 아기씨을 지켜주고자 했던 본인의 삶을 후회할 지도 모른다.
여전히 곁을 맴돌지만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채로,서로에게 씌운 멍에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길상과 서희이다.
"가난한 것은 수치가 아니다. 일을 해도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척박한 땅에 사는 것은 수치가 아니다. 사로잡혀 사는 거야말로 수치다.”
서희의 둘째아들 윤국의 말을 통해 박경리는 얘기한다.
사로잡혀 사는 거야말로 수치라고. 일본에, 남의 이목에, 명예에 사로잡혀 사는 카지노 게임 추천야말로 수치라고.
“서둘지 말게, 산에는 철 따라서 꽃이 피고 잎이 지네. 서두는 것은 사람뿐이지.”
"형님이 머리를 깎으신 것은 진실입니까?"
"대답은 없다."
"왜요?"
"진실을 어떠한 자로 재겠나."
"하지만 그것은 형님 자신의 마음이지 않습니까?"
"내 마음을 어떻게 꺼내어 너에게 보여주나."
"적어도 아니다, 그렇다는 말씀은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사바에서 하는 식으로? 아니다, 그렇다 해서는 이 길로 들어올 수는 없네. 아니다, 그렇다는 것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일세."
최상길은 천착하듯 지감의 눈을 깊이 들여다본다.
"너 자신이 본 대로 느낀 대로 ......그것도 일순, 일순간일세. 왜냐하면 너도 나요, 나도 너이기 때문이네."
아리송한 말을 하며 지감은 다 식은 찻잔을 들었다.
18권도 지감의 말로 끝이 났다.
덧,
18권에서 조준구가 죽는다.
그의 부고를 듣고 조준구의 손자는 얼굴을 찌푸린다.
그가 평생 괄시한 곱추아들 조병수의 집에서 한 마리 개가 죽듯 그렇게 죽는다. 자신의 죽음을 위해 눈물흘려줄 이 하나 없이 세상을 뜬다는 것. 그카지노 게임 추천야말로 잘못살다간 카지노 게임 추천 아닐까.
내가 특히 애닳게 생각한 삼월이. 조준구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하고 망가진 삶을 살아야 했던 그녀.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망가져가는 삼월을 그저 무관심 속에 내버려 두었지. 종으로 태어난 신분 탓에 그렇게 망가져가도 어쩔수 없다고 받아들여진 카지노 게임 추천다. 그런 신분을 극복해보고자 헛된 꿈을 꾸다 죽은 귀녀가 잘못된 것일까, 그저 짓밟히고 당하며 결국엔 본인의 삶조차도 체념한 삼월이가 잘못된 것일까.
조준구가 개인 원한으로 죽인 한조의 아들 석이는 아직도 등장하지 않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만 전해질 뿐.
살면서 많은 악행을 뿌리고 간 조준구.
그의 개같은 죽음은 일말의 동정의 가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