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행복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되었다고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인세로만 먹고살 수 있거나, 길에서 사인 요청을 받을 정도의 인기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아니라면 말이다. 대중 앞에 안 나서기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언젠가 거리에서 사인 요청을 받고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물어보았단다. “아니 어떻게 저를 알아보셨어요?”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린 삽화랑 얼굴이 똑같아서요.”(…) 이 대목에서 허경영 짤이 떠오른다. 그런 거는 우리한테는 있을 수가 없어.
그럼에도 한 가지는 좋아졌다고 느낀다. 책을 매개로 좋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을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본래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만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주위에 친구나 교류하는 지인이 거의 없다(궁극의 아싸).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만날 생각을 하면 부담되고 신경부터 쓰인다. 그게 업무 회의든, 친목 모임이든, 하다못해 정수기 AS든 말이다. 그런데 책을 통해서 새로 알게 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그렇지 않다. 살다 보면 오래 알아도 불편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있는가 하면, 처음 만났어도 가깝게 느껴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있다. 책으로 맺은 인연은 확실한 후자다.
출판사 편집자 선생님들이 대표적이다. 이분들이야말로 나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서 가장 존중해주는 사람들인 듯하다. 내가 뭘 잘하고 어떤 강점이 있는지, 나보다 이분들이 더 잘 안다고 느낀다. 게다가 이제 꼴랑 책 한 권 낸 초짜인데도 늘 카지노 게임 사이트님이라 부르며 높여준다. 물론 그분들 직업이 원래 그렇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간 높은 분들의 글쓰기 하청업자로 살아왔던 나로서는 이런 대접이 늘 감사하다.
작년에 알게 된 출판사 대표님 - 유일하게 과학 아닌 주제로 출간을 제의하신 - 은 유독 특별하다. 신기하게도 인생 역정이 나와 도플갱어 수준으로 비슷하다. 이분은 일단 나와 같은 학번이다. 그리고 건너편 이웃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했다. 비록 데모질에서 가장 중요한 ‘정파’는 달랐다만(대표님은 PD, 나는 NL). 그래도 분명 어느 집회 장소에선가는 몇 번스쳤을 것이다. 대학원도 같이 다닐 뻔했다. 대표님은 내가 배우고 싶었던 모 교수님의 제자다. 다만 내가 다른 학교에도 중복 합격하는 바람에 엇갈렸다. 가장 소름인 사실은 20년 전 같은 논술학원에서 일했다는 점. 오래전 브런치에 이런 글을 썼는데, 대표님이 보시고 대번에 어느 학원인지 알았다. 심지어 글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몇몇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이 정도면 운명의 데스티니다.
몇 주 전에는 설 선물을 보낸다고 하시길래, 뭐 참치나 스팸 세트를 보내시려나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무려 짙은(!)의 새 앨범(!!)을, 그것도 한정판 LP(!!!)로 보내주셨다. 이 감동의 쓰리콤보에 나는 거의 울 뻔했다. 역시 대표님은 덕후의 예민한 소울을 이해하는 분이었다. 사실 원고는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이런 선물을 받으니 양심의 가책과 함께 충성심이 차올랐다. 원래 덕후는 자신의 덕후질을 알아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충성하는 법이다.
이 고귀한 자태에 눈이 돌아간 나는 LP 플레이어를 장만하겠다고 결심했다. 이참에 제대로 LP 수집을 해보자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표님이 나의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 집안 살림 거덜 낼 거 아니면 그만두라며(…). 덕후질 못지않게 가정의 평화까지 생각해주는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하마터면 아내에게 등짝 스매싱 쳐맞을 뻔ㄷㄷㄷ
독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최소한의 과학 공부』는 몇천 부밖에 안 팔려서… 독자라는 집단 명칭으로 부르기에는 좀 민망하다. 하지만 소수라도 그분들은 분명히 실재한다. 감사하게도 작년에 직접 뵐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우선 도서관 과학 강연. 평일 오전인데도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었다. 그중 두 분이 기억에 남는다. 연세 지긋한 어느 어르신은 “과학이 이렇게나 중요한데 요즘 정치인들은 관심도 없다. 이러다 정말 우리나라 뒤처질 것 같다.”라며 걱정하셨다. 나 또한 평소에 생각하던 바라, 어르신 말씀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또 어느 어머니는 “지난주 강연에서 들은 마취제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줬더니 아주 재미있어했다.”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 나까지 흐뭇해졌다. 그 아이가 과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서 나중에 훌륭한 과학자가 되면 좋겠다.
브런치 댓글을 계기로 독서 모임에 참석한 일도 있었다. 구독자 중 한 분이 이번 달 주제로 내 책을 골랐다고 댓글에 남겨주셔서, 나도 가보기로 했다. 장소가 무려 인천이었지만 서울에 갈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참석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학부모님들끼리 운영하는 모임이었는데, 바쁜 와중에도 책을 열심히 읽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영광스럽게도 『최소한의 과학 공부』가 모임에서 처음 읽은 과학 책이라고 한다. 그분들로부터 책에 대한 감상과 이런저런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책을 쓰다 보면 독자라는 존재가 실체화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다. 즉 이 책을 누가 읽을 것이며, 무엇을 기대하고 이 책을 골랐는지, 저자에게는 무엇을 바랄지가 잘 체감되지 않는다. 그 점에서 이날 모임은 내게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 지금 쓰는 청소년 과학 교양서가 나오면 모임에 또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다. 회원분들의 아이들을 위해 선물로 드리고 싶다.
그리고 브런치의 동료 카지노 게임 사이트님들도 있다. 『최소한의 과학 공부』 에필로그에도 밝혔지만, 그분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나는 책을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님들의 댓글을 읽으면서 땅을 파고 들어가는 자신감을 다시 지상으로 꺼내놓을 수 있었다. 다만 댓글로만 이야기 나누면 실존하는 사람보다는 사이버 휴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직접 만나 보았다. 그것도 네분이나. 난생처음 뵙는 분들이라 어색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으나(만일에 대비해 스몰토크 거리를 왕창 준비함), 그거슨 기우였다. 글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서, 또 오랜 댓글 소통으로 형성된 공감대가 확고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이들이 오늘 처음 만났다고는 상상 못 했을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님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싶다. 혹시 아는가. 그런 만남을 통해서 책을 같이 쓸 기회가 생길지. 그렇게 되면 혼자일 때보다 더욱 기쁜 마음으로 집필할 수 있을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글로 소통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기적에 대한 이야기다. 판타지 소설에 가깝지만, 나는 그것이 꼭 허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은 정말로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분들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서 얻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다. 그분들과 글로 맺은 인연이 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