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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Feb 17. 2025

하마터면 끔찍할 뻔했을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은 삶의 컬러와 농도가 달라지는 시기


나이 먹는 게 정말 싫었습니다. 40대 초반까지는 '젊음'이라고 느꼈는데, 중반을 지나 40대 끝자락에 다다르니 어디 가서 나이를 말하는 것도 눈치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업계 팀장 모임에 참석했는데, 제 나이가 제일 많더라고요. 제가 벌써 카지노 게임이라니요. 세월 참.


(여기서 잠깐!) 카지노 게임의 나이 기준은 문화와 시대마다 다릅니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카지노 게임(中年)과 장년(長年)을 구분하여 카지노 게임은 40~49세, 장년을 50~64세로 나누며 65세 이상을 노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식들에게 외면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카지노 게임에 비해 젊어 보이고 싶어 애쓰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아빠는 집에 있을 때랑 외출할 때랑 다른 사람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보통 여자들이 듣는 소리죠.


하지만 반백살을 앞두고 나니 마음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거울 앞에서 열심히 화장품을 찍어 바르다가 저도 모르게 '용쓴다'라는 말을 건네기도 하죠. 용써도 숨길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카지노 게임입니다.


삶의 지혜와 여유를 선물 받는 카지노 게임


최근 투자금을 모두 날리고 며칠간은 분노와 후회로 보냈습니다. 생각보다 타격 없는 제 모습을 마주하고는 좀 놀랐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마음이 두꺼워진 '카지노 게임의 힘'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이 연재를 시작한 계기이기도 하죠.


며칠 전 통화한 '이제 곧 50이야. 끔찍하다'라는 친구 말이 잠들기 직전 떠올랐습니다. '나이 드는 게 죄야? 끔찍할 일인가?'를 생각하며 '카지노 게임의 장점은 뭐지?'를 떠올렸습니다. 순간 많은 소재가 스쳐 벌떡 일어나 적은 메모가 <77년생의 인생 공부 1회부터 10회까지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카지노 게임이란 참으로 오묘한 시기입니다. 평생의 절반을 지나는 구간. 누군가는 카지노 게임을 '제2의 사춘기'라 부르며 혼란과 방황의 시기로 여기고, 누군가는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합니다.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카지노 게임의 시기는 개개인이 살아온 경험으로 채워져 새로운 삶의 길잡이가 됩니다.


비록 신체적 매력은 떨어지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매력은 높아집니다. 많은 경험이 쌓이면서 삶의 지혜와 여유를 선물 받는 카지노 게임이기도 하고요. 젊은 시절에는 불가능했던 일,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일도 카지노 게임이 되면 가능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았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세상을 향한 마음도 바뀝니다. 열 가지 행복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고, 한가지 불행을 피하는 일에 집중합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줄 알며, 앞으로의 현실적인 삶을 계획합니다.


마음에 감성이 배어나는 시기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베란다 밖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젊은 시절에 느끼지 못했던, 이 순간이 주는 평화로움과 낭만이 새삼스레 가슴에 내려앉았습니다.


가끔씩 멍한 생각에 빠져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추억들을 하나하나 꺼내봅니다. 여전히 생생한 학창 시절과 청춘의 시절, 친구들, 옛 연인. 그리고 부모님 조차 젊었던 그 시절이 떠오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그리움과 아쉬움, 후회가 동시에 밀려드는 경험을 합니다.


이 짧은 찰나에 옛 친구, 옛 연인과의 추억에 빠지기도 하고, 한 때는 나도 자식이었기에 자식의 마음을 십분 이해합니다. 이제는 내가 부모이기에 부모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세월이 주는 교훈에 감탄할 때도 많습니다. 이렇게 보면 카지노 게임은 청춘보다 아름다운 시기가 아닐까요.


이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앞으로의 삶을 지탱하게 해 줄 소중한 기억들이자 교훈이 되어 줍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이 모든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습니다. 더불어 지금 이 찰나의 순간들이 노년에 그리워할 추억이 될 거라는 사실도 알게 되죠.


충만한 에너지로 밤을 지새우며 먹고 마시고 왁자지껄 떠들던 때를 지난 시기. 이제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몇 명 남지 않은 절친들과 나누는 대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취미 생활을 통해 삶에서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카지노 게임를 먹는 게 아니라 좋은 포도주처럼 익는 것이다."


미국의 연설가 웬델 필립스의 말이 지금 카지노 게임을 맞이한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요. 나이를 먹을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포도주와 카지노 게임은 닮았습니다.


갑작스러운 한파와 매서운 찬바람에 연휴와 주말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줄어드는 남성 호르몬 덕분에 감상에 빠져 이런 글을 쓰며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자는 다짐을 해봅니다. 카지노 게임 듦의 낭만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과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닫고,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즐기고, 과감하지 않은 현실적인 미래를 꿈꾸는 시기. 카지노 게임의 삶은 이렇게 하루하루 좋은 포도주처럼 무르익어 갑니다.


누구나 한때는 끔찍하다고 여겼을, 카지노 게임에 다다르면 많은 이가 삶을 되돌아봅니다. 이 시기를 '아름다운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컬러와 농도가 분명 달라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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